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사건에 대한 2차 기자회견이 26일 제기동 성당에서 열렸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1일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을 연기한 후 6일 만에 공개석상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 증거자료를 제시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2002-2003년 비자금 이용 고가 미술품 구입 ▲1999년 중앙일보 위장계열분리 ▲2000년 삼성중공업, 삼성항공 등 5개 주요계열사 분식회계 ▲전현직 삼성사장단의 이건희 회장 일가 차명자산 관리 등 지금까지 그룹 전반의 불법적인 경영 증거들이 공개됐다.
이밖에도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불법폐기 ▲김&장 법률사무소 에버랜드 사건 허위사실 조작▲시민단체 동향 및 주요 인사 인맥 파악 등 새로운 사실들도 공개됐다.
김 변호사는 “삼성 구조본 임원들이나 재무팀 간부들은 조성된 비자금이 이 회장 돈이라는 데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무팀 관제 파트로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돈을 보낸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일부 언론들이 내가 말하는 부분을 주장한다고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사실만 말했다”며 “청와대가 특검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정부도 (삼성문제를) 검증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
|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단으로 참가한 이덕우 변호사가 비자금 관련 내부문건을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삼성물산 해외지점 2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김 변호사는 삼성물산 해외법인과 삼성SDI의 장비구매계획을 담은 1994년의 메모랜덤을 삼성물산 해외지점 비자금 조성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의 해외법인이 삼성SDI의 장비구매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공급가격의 일부를 비자금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메모랜덤에는 삼성물산 런던지점이 공급가격 기준 19%를 해외비자금으로 조성했고, 타이페이지점은 수수료로 공급가격의 13%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적시돼 있다. 뉴욕지점도 공급가격의 17.5%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2천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온다.
메모랜덤은 SDI 전직 구매담당 직원인 강부찬 씨가 2000년 경 삼성전자 미국주재원 자격, 미국 비자, 생활비 등을 요구하며 SDI의 비자금 조성 서류를 복사해 김순택 SDI 사장에게 냈고, 김용철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김인주 삼성전자 사장과 상담을 해 오면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 부인 홍라희씨 일가 비자금 이용 해외 고가미술품 구입=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씨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용 전무의 장모인 박현주 씨, 홍석현 중일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 씨 등 삼성총수 일가가 2002년에서 2003년 비자금을 이용해 수 백억원대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내용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홍라희 씨는 구조본 재무팀 관재 파트에 연락해, 미술품 구입 대금을 미술품 거래상인 서미갤러리 등에 지급하도록 했다. 서미갤러리는 구조본에서 받은 비자금으로 미국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미술품을 구입해 홍라희 씨에게 전달했다. 이들 작품은 주로 미국 추상파 작품이었으며 이 가운데는 800만 달러에 이르는 프랭크 스텔라의 ‘베들레헴 병원’ 등이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김 변호사는 “600억여원의 고가 미술작품 가운데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가 3분의 2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덕우 변호사는 “2002년 당시 1백억원에 이르는 미술작품을 구입해 신고하지 않은 채 들여온 것은 외환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999년 중앙일보 위장계열 분리=김 변호사는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위장분리였다고 주장했다. 1999년 중앙일보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 앞으로 명의 신탁했다는 것이다. 홍 회장 앞으로 주식을 명의신탁했지만 홍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해 사실상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의 주주역할을 했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가 삼성그룹 구조본 재무팀에 수시로 운영자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수해로 중앙일보 본사 지하주차장이 파손됐을 때 수리비를 요구하는가 하면 중앙일보가 2004년 X파일 테이프를 10억원에 구입했을 때도 재무팀에서 자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불법폐기=삼성차가 파산할 때 예금보험조사단이 분식회계서류를 발견한 후 관련 조사에서 그룹 감사가 어려움을 겪은 후 구조본은 특별팀을 구성했다. 특별팀은 파산법원인 부산지방법원의 사무관을 매수해 심야에 문제되는 서류를 빼내 해운대에서 소각했다는 것이다.
삼성자동차는 파산 이후 1999년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보증을 대표로 하는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지난 2005년 삼성 측이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 당시 부채를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4조7000억원대의 대출금과 연체이자에 대한 소송을 삼성그룹을 상대로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 등 5대 계열사 2000년 분식회계=2000년 당시 삼성중공업 2조원, 삼성항공 1조6천억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천억원 등을 분식회계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삼성 중공업의 경우 분식 규모가 커서 거제 삼성중공업에 건조중인 배가 수십 척 있는 것처럼 조작했는데 감리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향응을 제공받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후 이러한 대규모 분식회계를 메우는데 삼성전자의 자산 및 수익이 동원했다는 설명이다.
◇‘김&장’ 에버랜드 재판 증거 조작 및 삼성차법정관리기록 불법폐기=김&장 법률사무소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가 열리지도 않았다는 사실과 이학수 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삼성전자 사장 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주도한 점을 인지했음에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와 다른 내용의 사실을 조작하는데 적극 가담했다는 전언이다.
◇전 현직 사장단 차명자산 보유 및 관리=이건희 회장 일가의 자산 중 일부는 이학수 구조본 부회장, 김인주 삼성전자 사장, 최광해 최주현 삼성전략기획실 부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명의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직 사장단 뿐 아니라 현명관 한나라당 경제활성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등 전 회장단도 차명자산 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직 사장단 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 간부 명의로도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삼성, 비판적인 시민사회인사인맥 지도만들어 유사시 이용 시도" 삼성문제 제기 앞장 '김석연 변호사' 주변 인맥 조사 이날 김용철 변호사는 2002년 삼성 구조본에서 작성된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 현황도 공개했다. 삼성그룹이 삼성의 경영권 불법편법 계승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시민단체 인사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 리스트를 만들어 유사시 연락을 시도하려고 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에 공개된 인적 네트워크에는 참여연대에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민경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연대가 분리해 나오면서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김석연 변호사의 지인, 동기들이 정리돼 있다. 문건에는 ‘김○연’ 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뒤에서 학력과 사시기수 등을 보면 김석연 변호사임을 알 수 있다. 김석연 변호사는 1997년부터 삼성 에버랜드 CB 발행 등 불법 경영권 승계 문제를 부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시민사회 인사다. 문건에는 김석연 변호사의 핵심 지인, 사시 동기, 대학 동문 등 90여명의 나이, 출생지, 출신고교와 대학, 학번, 졸업연도 등이 정리돼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질 경우 신속하고 긴밀하게 접촉하는 사람을 확보하기 위한 리스트”라고 말했다.이러한 관리 대상 인맥 리스트는 법조인, 공무원, 정치인 등 광범위한 범위에 인사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2000년 초반에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삼성에 문제 제기하는 참여연대나 민변 등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에 대항하는 우군을 조성하기 위해 친기업적인 변호사의 모임을 조직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
심재훈 기자
심재훈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