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짊어진 것

한정선의 금수회의록 한정선l승인2016.10.1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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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림한정선

집달팽이들이 일을 젖혀두고 훌훌 여행을 떠났다.

집달팽이들은 풀밭을 지나면서 자기 등에 짊어진 집속에서 자루를 꺼내 풀었다. 자루에서 나온 것은 못미더운 자식들에 관한 한탄, 재산 불리기, 그리고 원한과 미움이었다.

점심을 먹을 때에는, 가슴에 얹힌 모자란 자식을 어찌 살아가게 해줄지 고민하느라 눈이 우묵했다. 낯선 도시의 네모난 집들을 볼 때에는, 얼른 자기 세상으로 되돌아가 이제껏 지어낸 것보다 훨씬 많은 집을 더 빨리 지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들은 무언가에 쫓기듯 몸을 옴죽대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집달팽이들은 멀리 떠나도 언제나 집 속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벌려놓은 일로 평생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모든 힘을 깡그리 허비하고 조그맣게 쪼그라들어 죽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마지막여행을 떠나는 순간에도, 집달팽이들은 여전히 집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한정선  helims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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