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모순 극복 평화지향 방법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한발전 모델[1] 김승국l승인2007.11.2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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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연재물에서 평화를 위한 개발(발전)에 관하여 총론적인 기술을 했으므로, 이를 한반도에 적용하여 평화 지향적 발전모델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분단모순을 극복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한반도 발전’의 선결과제는 북한의 인간적·내발적 발전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다. 북한의 구조적 폭력(기아 등)을 지양하는 적극적 평화의 발전 모델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남북한의 경제통합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과제인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이 북한의 인간적·내재적 발전모델 정립에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이와 어울리는 발언을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해주기 바란다. 대선 후보들이 초당적으로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하는 북한 발전모델’을 내놓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필자

근대화 패러다임

1950년대 이후에 풍미했던 근대화 패러다임의 기본적인 특색은 개발·공업화·근대화와 서구화를 동일한 가치로 보는데 있다. 이러한 근대화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은 전제 아래 성립된 것이다

개발은 공업화·기술의 진보에 의한 생산력의 증대가 만들어낸 경제성장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기술진보에 대한 무조건의 신뢰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개발을 국민총생산(GNP)과 같은 경제적인 지표로 받아들이는 개발관을 초래했다.

‘개발=공업화’는 어떤 사회이든지 서구와 동일한 발전단계를 경과한다는 ‘개발경로의 단일성’을 주장하는 도식이다. 개발의 경로가 단일하다는 학설은 19세기의 사회 진화론, 독일의 국민경제학파~마르크스주의에 이르는 발전 단계적 역사관과 연동되어 있다. 이 학설은 개발도상국이 서구의 공업화=근대화 경험을 모방하여 이와 동일한 경로를 나아감으로써 개발을 실현하라고 요구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개발이 공업화=서구화라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서구에서 태어난 과학기술·경제제도 등 공업화의 근거를 이루는 정보·제도가 개발도상국에 보급·전파됨으로써 실현됨을 말한다. 이는 개발의 근본적인 조건을 개발도상 사회의 바깥에서 찾을 뿐 사회 안의 주체적 노력을 전혀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개발을 서구의 모방과 동일시하므로 개발도상국의 문화전통을 (전근대적인) 개발에 대한 반대가치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낳았다.

근대화론에 대항하는 패러다임

근대화 패러다임에 따라 1960년대부터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협력·기술협력이 이루어졌으나 성공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사이에 커다란 불만을 일으켜 이른바 ‘남북문제’가 심각해지는 원인이 되었다. 근대화 패러다임이 초래한 남북문제의 모순(지구촌의 북반구에 있는 선진공업국들과 남반부의 제3세계 국가들 사이의 모순)을 지양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5가지의 대안이 등장했다. 이 5가지 대안은 한반도의 남북문제(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평화지향적인 발전론’의 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모순을 해결하는 ‘평화지향적인 발전론’을 내오기 위한 발상을 얻기 위해 5가지 대안을 소개한 뒤에 필자의 논평을 추가한다.

종속론 패러다임

라틴 아메리카에서 탄생한 종속이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선진공업국이 형성하는 중심부에 대하여 주변부(선진공업국에 제1차 생산품·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선진공업국 생산물의 시장이 되는 제3세계 국가들)가 종속된다.

종속이론은 근대화 패러다임에 대항하여 ‘중심에 대한 종속관계를 고치지 않는 한 개발도상국의 개발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종속이론은 남북문제 발생에 대한 선전공업국의 책임을 주장한다. 종속론 패러다임은 국제 시스템의 종속구조 분석에 뛰어나다. 그러나 이 구조를 변혁하여 종속이 없는 국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변혁론이 없다. 종속론은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종속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고 지적하는 등 국제경제 시스템의 탈국가화(脫國家化)에 관한 관점을 확립하고, 국제경제분업 재편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와 같은 특징을 지닌 종속이론은 1980년대의 한국 진보진영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지금은 큰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다. 종속이론을 낳은 라틴 아메리카와 남한의 사회구성체가 다르고, 현재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남한의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잣대로 종속이론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선진공업국가들과 직접적인 경제관계를 맺지 않는 자력갱생 노선을 걸어왔으므로 종속이론과 동떨어져 있다.

해방 패러다임

종속론 패러다임과 동일한 대항 패러다임 가운데에서도, 대중운동 차원에서 생겨난 것이 해방 패러다임이다. 해방 패러다임은, 개발을 공업화=근대화=서구화와 등가(等價)의 경제성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한편 민중의 참가에 의한 해방과 등가의 개념이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해방 패러다임은 선진공업국에 대항한 반(反)식민지 주의·반(反)제국주의적인 민족주의의 입장에 서거나, 개발도상국의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인민의 정치참가를 요구하는 대중주의(populism)의 입장에 선다.

해방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개발을 국가의 경제개발로 보는 지배적인 패러다임(근대화론)을 부정하고, 인간이 자신의 자질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조건 만들기 즉 인간적·사회적인 개발을 중시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 특히 신식민주의·제국주의 아래에 있는 개발도상국 사회가 인간성을 소외시키며, 저개발이 민중의 비인간적인 생활조건을 강요하는 사실을 중시하고, 이 현상을 개조하는 해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해방 패러다임에 의해 해방신학·프레리(Paulo Preire)의 의식화 운동 등이 전개되었다. 해방 패러다임의 개발관은 개발도상국의 종속상태로부터의 해방을 주장하는 점에서 종속이론과 같은 입장이며, 민중이 자기를 해방시킨다는 자력갱생 또는 자조(自助)의 원리를 중요시하는 의미에서 내발적 발전 패러다임과 공통점이 있다.

이 패러다임의 장점은 경제·정치·사회·문화 영역을 넘어선 윤리적 차원에서 개발문제를 다룸으로써 민중의 동원·참가에 의한 사회변혁을 시도하는 데 있다. 해방 패러다임은 한정된 지역에서 민중의 생활향상을 꾀하는 몇몇 주목할 만한 실험에 성공했으나 국가 차원에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해방 패러다임은 개발의 정의를 인간·사회의 개발 쪽으로 확충했으며, 선진공업국에서도 개발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을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선진공업국가에서 학생운동·여성해방운동·소비자 운동·공해반대(환경)운동이 전개되는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시민사회신문 DB
분단모순을 극복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한반도 발전의 선결과제는 북한의 인간적&내발적 발전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다. 사진은 지난 8&15민족통일대회 장면.
위의 해방 패러다임을 한반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한반도의 역사적인 해방 패러다임은 19세기 말 외세의 강점에 대항하는 논리로 시작하여 20세기 초반의 일본제국주의 반대운동에 이은 (20세기 중후반의) 미국 제국주의 반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외세의 지배욕이 강하게 작동되는 한반도의 해방 패러다임은 주로 민족해방(NL, National Liberation) 담론과 연결된다 이 ‘NL 담론’은 북한의 인민사회 건설, 남한의 민주화·통일운동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1945~50년의 과도기에 외세의 개입·국내정치 세력의 분열로 말미암아 ‘NL 담론의 정치세력화-민족통일’에 실패했으며, 이 실패는 분단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에 한때 풍미했다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종속이론과 달리 해방 패러다임은 지금도 남북한의 변혁이론으로 큰 몫을 하고 있다. 북한은 정권차원의 반외세 외교·군사 노선을 고수하고 있으며 남한은 민간 차원의 미국·일본 반대운동이 정치·군사·경제적인 측면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한미 FTA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운동의 논리 속에 경제적 의미의 해방 패러다임이 내재해 있다. 미국의 북한 공격전략(5027-98 작전계획 등) 반대운동, (평택을 중심으로 한) 미군재편 전략 반대운동,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정치·외교·안보 노선을 취하라고 요구하는 운동에서 정치·군사적 의미의 해방 패러다임을 감지할 수 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 해소와 더불어 해방 패러다임에 의한 개발이 가능하다. 분단체제 때문에 남북한에 거주하는 개인들의 인간해방을 위한 개발이 불가능하며, 이 때문에 남북한의 평화지향적인 내발적 발전이 어렵다. 그러므로 해방 패러다임에 의한 ‘잘사는 평화-잘사는 평화경제’를 저해하는 분단체제를 해소해야 한다.

생태 발전(Eco-development) 패러다임

이 패러다임이 1971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환경회의의 지도이념이 된 뒤 세계적 차원의 개발 전략론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 발전 패러다임에 입각한 남북한 개발 전략론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주요한 담론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한 논리를 정립해야한다.

기본적인 인간 욕구(BHN; Basic Human Needs) 패러다임

종래의 개발전략(근대화론)이 경제성장을 국가단위에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데 반하여, BHN 패러다임은 민중 차원의 빈곤 극복을 위한 의식주·교육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중점을 둔다.
BHN 패러다임의 특징을 거론하면, 개발목표를 국가의 입장에서 인간의 입장으로 바꾼다.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최저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보편주의적인 가정을 한다. 더욱 평등한 재화의 분배 문제와 관련하여 개발도상국 내부의 이중구조(공업부분과 전통 농업부분의 이중구조) 해소와 빈부차이의 시정에 역점을 둔다.

BHN 패러다임을 남북한에 적용할 경우 국가의 입장이 아닌 인간(주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개발목표를 정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최저기준을 설정하는 가운데 빈부차이의 해소에 중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남한은 빈부차이의 해소에, 북한은 인민들의 기본적인 욕구충족에 큰 비중을 두어야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 인민들의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과도한 군비확장 노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김승국 평화만들기 대표

김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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