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대한 발칙한 상상

시민운동 2.0 한석현l승인2007.11.2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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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모 방송국 프로그램 중에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어린이들이 이용할 만한 도서관 시설이 취약한 지역에 국민들이 성금을 모아 기적의 도서관을 탄생시키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미적인 상상력이 발휘된 외양과 설계부터 아이들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내부 공간, 그 안에서 아이들이 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이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어른들. 이쯤에서 당연히 시청자들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기적의 도서관은 그 건축과정과 이후 운영과정에서 도서관에 대한 일반 대중의 기부문화 활성화에 많은 역할을 하였고, 아이들 스스로가 도서관을 찾아와 책을 가까이 함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탐구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기적의 도서관 1호점이 있는 순천은 지금 24개의 작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잘 만들어진 하나의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은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사회적 영향과 확장을 거듭하게 되고 이는 우리사회의 순기능적 역할로써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기적의 도서관을 보며 한편으론 마음 뿌듯해 하다가도 또 다른 한편에선 의문부호와 함께 작은 바람이 생겨났다. “왜 도서관을 지을 때 건물 안이나 옆에 체육시설을 같이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책 보는 도서관에 무슨 체육시설을 들여 놓느냐며 의아하게 생각할 분들도 많을 줄 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접했을 때는 어떤 생각들을 하셨을지 궁금하다.

‘청소년들 키와 몸무게 등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약해져.’ 거의 매년 이런 뉴스들이 아침 신문, 저녁 뉴스에 나오고 있다. 남자 고등학생들의 평균키는 10년 전에 비해 3cm가 넘게 커졌고, 몸무게도 5kg 이상 더 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청소년의 체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이 뛰어 놀지도 않고, 운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은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 밀려 파행으로 치달은 지 오래고, 아이들은 방과 후에 학교운동장에서 공을 차기 보단 PC나 게임기로 스포츠게임을 하고, 학원에서 학교 진도를 앞서가는 것에 더 익숙해져 버렸다.

학생들의 체력을 실제 측정해 보면 오래달리기는 이미 오래걷기가 되버렸고, 기록도 몇 년 전에 비해 10여초씩 뒤처지고 있다. 거의 모든 체력측정 종목에서 예전에 비해 기록이 퇴보하고 있다. 몸집은 크고 조숙해졌지만 체력은 약골이 되어 버린 우리의 청소년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005년 학생 체력 증진을 위한 ‘학교체육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그 후 우리 학생들의 체력이 증진되었다는 얘기도, 이 혁신방안이 잘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후일담도 들은바가 없다.

물론 체육점수를 좋게 받기 위해 과외로 개인 체육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있다.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수업이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는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시 도서관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곳이고 그것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곳이 맞다. 도서관에 체육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소음 때문에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될 수도, 면학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어떠한 것이 더 필요한지를 어른들 위주로 사고하고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도서관과 체육시설의 공존은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혜를 모은다면 슬기롭게 해결 할 수도 있는 문제다.

많은 도서관이 생겨 우리의 청소년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앉아서 책만 읽게 하진 말았으면 한다. 1시간 책 읽고 30분이라도 아이들이 뛰어 놀고 운동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을 설계할 때부터 체육시설을 염두하며 설계해 보자. 도서관에 체육시설이 함께 설치된다면 우리 아이들의 정신과 육체를 고루 살찌우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 읽고, 또 운동할 곳을 찾아 우리 아이들이 방황하게 하진 말자. 도서관은 책만 읽어야 하는 곳이라는 좁은 생각으로 아이들을 한쪽으로만 살찌우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말고, ‘도서관은 우리 아이들이 모여 몸과 마음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곳’이란 넓은 생각을 가져보도록 하자.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청소년기의 운동’이란 책을 본다면 바로 그걸 실습해 보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진정 나뿐일까.


한석현 서울YMCA시민사회개발부 간사

한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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