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완도군 금일읍 사무소에 근무하는 모 공무원이 2006년도 금일읍 지역 구제역 방역 예산을 횡령했다는 지역신문 보도가 있었다. 이후 가축 방역예산 횡령사건과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가 떠돌았고 그중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 있어 지역신문이 확인한 결과 대한민국 중앙 및 지방 정부의 행정 후진성을 확인할만한 황당한 내용이 드러났다.
지난달 27일자 완도신문에 ‘구제역 방역비 착복공무원 있는 완도군 방역평가 우수군 선정, 이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완도군은 농림부 주관으로 2006년도 가축 방역대책 추진실적 평가에서 우수 군으로 선정, 지난 4월 농림부 장관 표창과 함께 1천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전라남도는 이 포상금에서 일부를 떼어 전라남도 축산기술 연구소에 기탁하라는 공문을 보내 완도군청 농림과는 300만원을 기탁했다고 한다. 완도군청 농림과는 나머지 700만원 중에서 300만원을 장보고 장학재단에 기탁하고 나머지 400만원은 농림과 직원의 회식비와 기타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라는 내용이었다. 가축 방역예산에 한 푼도 제대로 쓰지 않고 횡령한 지역이 있는데도 가축 방역대책 우수 군으로 선정하고 선정된 연유는 무엇일까.
더욱 심각한 일은 가축방역예산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는 모 공무원은 그 돈을 자기 혼자서만 쓴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읍사무소 회식비로 썼을 수도 있고 기타 용도로 다른 공무원들과 나누어 썼을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금일읍 사무소뿐만 아니라 다른 읍면에서도 금일읍사무소와 유사한 가축 방역예산 횡령사건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축 방역대책을 담당하는 공무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일선 공직사회 전체의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이다.
농림부는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가축 방역대책 추진실적을 평가하면서 현장 확인이나 기타 연결 사항의 확인 없이 자치단체에서 제출한 문서만을 근거로 우수자치단체를 선정했다고 본다. 19세기 행정방식보다 뒤처진 이러한 후진적 행정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혁신도 선진국 진입도 멀기만 할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은 구제역을 전파가 빠르고 국제 교역에 큰 경제적 피해를 주는 A급 질병을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을 브루셀라병과 함께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지정,방제대책을 세우고 초기 발견해 조기방제를 목표로 해마다 예산을 세워 지방자치단체에 분배하고 효과적인 방제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가축방역예산을 횡령한 자치단체를 가축방역 우수 군으로 선정하고 포상금까지 준 농림부와 전라남도의 황당한 행정과 낯 두껍게도 허위문서를 잘 꾸며 가축방제대책 우수 군으로 선정 받고 포상금까지 받아 회식 한 완도군 행정은 범죄조직단체를 그린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한용현

한용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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