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권회의 준비위 기자회견

촛불혁명으로 나타난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실천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 조직인 시민주권회의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시민주권회의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 다시 태어나라!”라는 제목으로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시민주권시대를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주권회의 준비위원회는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고기영 한신대 교수, 국철희 택시기사, 김영훈 철도노조위원장,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 백승대 상주 농부, 서해성 작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정현희 청년백수, 조용술 청년 365 대표 등 뜻있는 시민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이번 선언에는 교수, 기업인, 교사, 직장인, 청년, 자영업자, 농민, 노동자 등 사회 각층 시민 170 여 명이 참여했다.

시민주권회의는 이후, 국민발안제 도입,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통해 시민혁명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의 요구를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시민헌장을 제정할 계획을 발표했다.

시민주권회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조직이나, 특정한 정파적 입장이나 이해를 대변하지 않으며 정치인의 참여는 배제한다고 밝혔다. 시민주권회의는 시민주권 실현을 표방하는 다른 단체와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며, 또한 대통령 선거에도 적극 개입하여 개혁과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음은 시민주권회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오늘 촛불혁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난 두 달 동안 광장에서 국민이 창조해낸 거대한 비폭력 평화시위는 불의의 권력에 맞선 국민의 놀라운 힘과 시민주권의 드높은 윤리성을 보여주었다. 연 인원 7백 만 명이 참여하여 이루어 낸 성과는 가히 세계사적 사건이다. 대중은 광장에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경계, 계층과 세대의 편가르기, 그리고 지역주의의 벽까지도 일거에 허물어뜨렸다. 시대와 정의를 밝히는 빛나는 촛불로 자라났다. 오늘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권자로 재탄생하고 있다.”

-촛불혁명의 성과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거룩한 촛불혁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4월 혁명은 결국 박정희 쿠데타를 낳았고, 서울의 봄은 전두환 쿠데타로 막을 내렸으며, 6월 항쟁은 노태우의 집권으로 귀결되었다. 이번 촛불혁명의 성과는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전에는 물론이고 이번 촛불혁명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우리에게 거듭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번 탄핵의 주체는 촛불을 든 시민이었고, 국회는 마지못해 끌려오다 무임승차한 것뿐이다. 이번 촛불혁명은 반드시 진정한 시민주권을 실현하고, 시민의 뜻에 따라 운영되는 시민정부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촛불혁명을 시민혁명으로 완성하는 길이고 온 국민이 꿈꾸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

“촛불민심은 말하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에는 정경유착이 없고, 정치는 깨끗하고 기업경영은 투명해야 한다. 부의 극단적인 집중이 해소되고,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살게 되어야 한다. 누구나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실한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되고, 주권자의 뜻이 온전하게 반영되는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개혁과 통치권력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그리고 친일과 독재를 씻어내는 역사 청산 또한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의 핵심 과제다.”

-시민혁명은 어떤 광장을 창조해야 하는가?

“우리는 탄핵의결 이후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광장에서 하나가 되었던 국민이 지지후보에 따라 갈라지고 다투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가 고작 대선 후보를 정하고자 거대한 촛불혁명을 진행한 건 결코 아니다. 몇몇 특정인물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건 광장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역행이자 배신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광장의 힘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는 선거결과가 여의도로 가면 민의를 배신하는 ‘귀족의회’로 전락해버리는 좌절을 숱하게 겪어 왔다. 선거를 통해 주권을 위임하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주권자라는 허울뿐이었다. 이제 위임과 함께 주권이 소멸해버리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주권을 행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시민주권회의를 제안하고 건설해 나가고자 한다.

-시민주권회의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시민주권회의는 귀족의회와 대척점에 서서 평범한 시민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국민발안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여의도 귀족의회가 우리 주권자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게임에 몰두할 때 우리 주권자들은 집단지성을 토대로 입법안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확실한 재벌개혁도, 진정한 정치개혁도 귀족의회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촛불의 힘으로 법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 둘째, 우리는 모든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권을 위임 받은 자들이 우리를 배신할 때 그들을 파면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지자체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를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국민의 78퍼센트가 찬성하는 탄핵은 국회의 찬성 절차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정제하여 담아내는 시민헌장 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는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 새로운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반이 될 것이다. 프랑스혁명은 프랑스 인권선언을 낳았고,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낳았다. 촛불혁명의 성과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촛불 시민헌장을 만들고, 여기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담아내야 한다. 우리는 개방적인 시민소통의 통로를 열어 최대한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토대로 헌장을 제정할 것이다.”

-시민주권회의는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시민주권회의는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개방적인 모임이 되고자 한다. 우선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서 가입신청을 받고, 국민발안제도, 국민소환제도, 그리고 시민헌장 제정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 시민헌장에 관해서는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서도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하고자 한다. 향후에는 전국 각 지역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도 만들 것이다. 시민주권회의는 향후 있게 될 대통령 선거에 적극 개입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고 실천의지가 확인되는 후보가 있으면 적극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어떤 특정한 정치인도 지지하지 않으며, 만약 지지후보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시민주권회의는 결코 대표성을 자임하지 않는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뿐이며, 많은 시민들의 동참으로 그 일을 성공시키고자 노력할 뿐이다. 우리와 유사한 생각으로 시민권력을 조직화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있다. 크게 환영한다. 우선 각자의 구상을 추진하고 역량을 모아 나가면서, 점차 힘을 결집하고 연대해 나가자고 제언 드린다. 오늘 각계각층에서 제안자로 참여한 우리들은 시민주권회의를 주권자 여러분께 정중히 제안한다. 우리는 학벌과 지역, 나이와 성별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모임을 지향한다.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당부 드린다.”

설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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