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중심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 촉구

"징벌적 배상조항 포함·적용시효 최대화·피해구제기금 규모 상한액 폐지 반영돼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l승인2017.01.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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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등에서 받은 18759명 국민 서명 들고 20일 열리는 법사위 법안 심의 방청 
박주민 의원, "사회적참사특별법 입법 필…진상 규명 위해 특조위에 권한 줘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 1월 15일 현재까지 모두 5380명, 이중 1122명이 사망자다. 올 들어 피해자는 39명, 사망자는 10명이 늘었다. 많은 시민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렇듯 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2012년에 살인기업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4년이나 지난 2016년에야 다국적 기업인 옥시, 롯데마트, 세퓨 등 일부 살인기업들의 경영진과 관계자들, 옥시 측의 증거 조작에 가담한 전문가들만을 기소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검찰의 늑장 부실수사 덕을 본 이들 대다수는 1심에서 검찰 구형에도 못 미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1994년 죽음의 원료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판매·공급한 SK케미칼과 이를 받아 살인제품을 판 국내 재벌들은 이제껏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진 살생물제 참사에도 정부 관련 부처의 관료들 그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았다. 정부 책임을 밝혀내야 할 감사원도, 살인기업들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할 공정위도 온갖 핑계를 대며 진상을 밝혀달라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다. 언론들을 통해 '승소했다'고 알려진 세퓨 제품 사용 피해자들은 이미 망해 사라진 세퓨로부터 배상을 받을 길은 막혔고, '책임 없다'는 정부로부터도 제대로 된 배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여야 합의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국회를 향해 절까지 하며 눈물로 호소했음에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지난 13일 제4차 피해 판정 결과를 발표한 정부는 하루 빨리 치료를 비롯해 온갖 지원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을 향해 '3·4단계' 딱지를 붙이며 정부 지원 대상에서조차 배제해 버렸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피해구제기금 출연조차 거부했다. 피해 규모는 날로 늘고 있지만, 이 나라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선언해 버렸고 살인기업들에게도 면죄부를 줬다. 

국회 특위도 내걸었던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 피해 구제,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사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야 한다. 

법안 내용에는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담겨야 한다. 정부는 법안의 핵심사항 중 하나인 '피해구제기금' 출연을 거부하고 있다. '피해구제기금'을 살인기업들의 손에만 맡겨 놓을 순 없다. 이사건에 대해 책임 큰 정부도 기금을 내야한다. 이 법안이 피해 규모를 낱낱이 밝혀 제대로 된 피해 구제로 이어지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발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징벌적 배상 조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제껏 그래왔듯 1천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기업들이 임의로 제시하는 배상 계획에 피해자들이 휘둘리도록 해서는 안된다. 이처럼 엄청난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정당하고 충분하게 배상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갖추어 주지 못한다면 국가로서 존립할 까닭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왔던 새누리당 뿐 아니라, 야당 일각에서조차 소급 입법과 과잉 입법에 따른 위헌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상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내지 못해 온 국회가 '위헌'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피해자들은 묻고 있다. 징벌적 배상 조항은 더 이상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핵심 내용이다. 

피해 신고 현황에서도 볼 수 있듯, 참사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폐 손상 이외에 다른 신체 부위 손상, 아직 알 수 없는 잠재적·중장기적 피해가 드러날 개연성도 매우 높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1천만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건강 이상 경험자가 최대 2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다수 참사들과 달리 수백만 명에 이를 수도 있는 잠재적 피해자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있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사례가 나타날 지 가늠할 수 없다. 단 한 명의 피해자도 구제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선 안 된다.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시효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까닭이다. 환노위가 제출한 법안의 시효를 3년에서 5년으로 그리고 피해 발생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야 이 법에서 소외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피해구제기금 조성 규모에 상한액을 두어선 안 된다. 계속 늘어만 가는 피해에 대처할 수 없다. 국회가 이 법안에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문제 조항을 스스로 우겨넣겠다면, 참사의 본질을 외면하고 살인기업들의 편에 서겠다는 기만으로 볼 수밖에 없다. 1월 15일 현재  신고된 사망자만 1122명이다. 앞으로 수천수만명이 더 늘 수도 있다.  제조사 출연 기금 한도를 1천억원으로 제한할 이유가 무엇인가?  

덧붙여 정부는 피해 판정 기준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제껏 기준 적합성만 따져서 1~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 따른 관리 계획은 제시되지 않거나 행정부처의 편의대로만 이뤄졌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전제로 피해 판정 단계의 구분과 관리 방법부터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행 1~4단계 구분을 유지해 혼란은 피하되, 판정에 따른 불합리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 우리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방안들을 적극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진 대참사다. 살인기업들의 탐욕 앞에 이를 통제해야 할 국가의 입법·행정·사법체계와 언론의 감시 기능조차도 완벽히 무너졌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평생을 고통 속에 살거나 사실상 시한부의 삶을 살아야 하는 피해자들 앞에서 '기존 법 체계', '위헌' 운운할 수 있겠는가!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헌법상 국민의 생명권을 외면한 무능으로도 모자라 진상 규명조차 가로막은 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만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공범임을 우리 국민들은 또렷이 기억한다. 피해와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지 못한 '사회적 참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국회가 '피해자 중심의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과 함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을 외면한다면 참사의 피해자들은 물론, 피해자들과 뜻을 함께해 온 촛불 시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17년 1월 20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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