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자 대규모 석탄 수출국이다. 그동안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부담을 느낀 호주는 국제 여론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왔다.
교토의정서 비준 ‘환호’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가뭄과 사막화가 심화되고 이에 대한 호주 전역의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호주 정부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백열전구를 시장에서 퇴출하고 에너지효율이 더 높은 컴팩트형 형광램프로 대체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약 400만톤 가량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번에 시행된 교토의정서 비준 또한 새롭게 구성된 호주 신정부의 첫 공식 외교행동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호주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호주의 변화는 지난달 24일에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1년 동안 정권을 장악해온 보수파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을 누르고 노동당이 승리하자 호주의 국제정치 행보에 많은 눈길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호주는 고립주의라는 전통적인 외교독트린을 구사해왔고, 밀월관계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친미적인 외교정책을 고집해왔다. 국제 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견했으며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로 연결되는 해양 동맹을 강조해왔다. 또한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에 동조하기 위한 행보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라크전쟁 반대와 교토의정서 비준을 공약으로 내건 노동당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60%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하며 ‘새로운 호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노동당의 승리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해왔던 외교 불균형을 바로 잡고 아시아-태평양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의 고립
이처럼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왔던 호주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동조하고 나서자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 세계 2위인 중국을 거론하면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 가운데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호주의 하워드 전 총리 뿐 아니라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부시의 푸들’을 자처했던 세계 지도자들이 부시 실정의 파편으로 잇따라 낙마했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변화될 호주 외교정책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이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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