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총회는 안녕하십니까

[시민운동 2.0] 김아영l승인2007.12.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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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를 열었습니다. 3천명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1천명에게 전화를 하고 500명에게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해의 절반 분량으로 준비 한 70인분의 음식을 겨우 해치웠습니다. 내려앉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처음 겪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지난달 20일 저녁,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있었던 ‘2007문화우리 총회 겸 후원의 밤’에 오신 손님의 수가 2006년에 대비하여 반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 비교 대상으로 삼는 2006년 행사 손님의 규모란 것이 2004년에 열렸던행사 손님 규모의 또 절반인데 말입니다.

‘이러고 몇 년이 지나면 총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이 평가회의 마다 농담처럼 언급되는 것이 저로서는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사업은 훨씬 구체화되었는데, 뉴스레터도 더 자주 보내고 대외 언론을 통해서도 더 자주 알려지고 있는데, 총회와 후원의 밤만큼은 그런 성과와 무관한 것이 아쉽고도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뜻과 행동이란 것이 공공의 관심권에 들지 못하는 것인지, 그것을 공유하는 기술이 아직도 미려한 것인지, 혹은 회원과 단체 그리고 사무국 간의 관계를 우리가 서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갑니다.

회원 참여도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문화운동으로 귀결됩니다. 우리처럼 간접적인 방법으로 활동하는 단체는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만들기 어렵다보니 지켜보고 박수치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뛰어들어 같이 달리는 사람은 적습니다.

문화운동으로 참여와 나눔을 도모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문화가 먹고 살기 다음 이라는 개도국식 시민의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논의는 너무 진부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입니다.

우리 중 누구 하나 문화예술정책이 어디 갔는지 캐묻지 않고 도시와 공공성의 담론에 불씨를 던지지 못하니 ‘열심히 하는 것은 너무 아름답소. 꼭 뜻하는 바를 이루시오. 다만 나는 다른 바쁜 일을 먼저 하러 간다오’ 라며 발치에 있는 회원들을 탓 할 일이 아니어야 하겠지요.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오해는 마십시오. 힘겹게 치룬 총회는 절망이 아닙니다. 다음 해를 준비하기위한 그 무엇보다 단단한 밑거름입니다. 총회라는 홍역을 치루고 한 뼘만큼은 더 몸을 낮추게 되면서 다른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단체는 이렇다더라 저 단체는 저렇다더라 하는 근거도 없는 선입견을 버리게 된 것이랍니다.

단체 안팎으로 뛰어다니는 활동가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일부 윗선의 명성에 기댄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고, 노선이 다른 몇몇의 부분을 들어 전체를 매도하지 않고,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이라는 걸, 그 일로써 평가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총회 준비로 가득했던 11월 스케쥴러를 떼어내고 말끔한 12월의 새 페이지를 붙인지 닷새가 흘렀습니다. 새로 가입한 회원들에게 보낸 감사 편지는 이미 도착했겠지요. 평가회의도 마쳤고, 구멍 난 예산도 메웠으니 요 몇 달간만큼은 총회의 총자도 꺼낼 일이 없을 겁니다. 내년도 총회 혹은 후원의 밤은 안녕하게 개최할 수 있을까요.

이 판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것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아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에 연연하는 하는 것이 되려 우습게 여겨집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시민운동 2.0’ 이라는 칼럼제목을 받고서 ‘민간단체에서 간사로, 연구원으로, 활동가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누워서 침 뱉는 격의 부끄러운 자기고백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잠시 빠진 기운이야 내일 다시 채우면 되는 것이니 심히 걱정할 것 있겠습니까. 궁상스런 얘기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월 1천원을 내는 회원일지언정 그래도 스무명이 넘는 신규회원 가입을 이끌어내는 쾌거도 이루었답니다.

하루아침에 뒤집으려는 욕심을 내다보면 제풀에 지쳐 포기할 수 있습니다. 지극하게 미시적인 움직임이나마 끝까지 멈추지 않을 문화우리와 더 좋은 많은 단체로 들어오시길 권합니다.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린 문이 아예 없으니까요.

당신을 2008년 총회에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김아영 (사)문화우리 대안공간연구개발팀장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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