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재, 상황개선 아닌 버마민중피해로귀결
중국, 미국경꼐하며 새로운 변화 모색

언론보도 빈도나 양으로 볼 때 올해 10대 외신뉴스 가운데 수위는 버마민주화 운동과 이어진 군부의 탄압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뉴스가 그렇듯 뜨거웠던 관심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식었다. 지난 4일 김대중 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버마 민주화의 밤’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버마인의 목소리에 대신 찾아온 정동영, 문국현 후보의 악수장면에 조리개를 열었다.

버마 민주화의 밤 연사로 방한한 한 양훼 유로버마 회장을 민주화의 밤 행사 직후 숙소가 있는 서울 서교호텔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국내에서 버마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뚜라 버마행동 대표와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그는 봇물 터지듯 나오는 지지선언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냉철한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강국면에 접어든 버마 국내 민주화 운동에 대해선 정치적인 활동공간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며 버마국민들의 민주의식을 확대하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시행정부의 경제제재는 유효한 수단이 아니며 중국도 버마군부에 문제를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버마 국내의 운동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군부는 국민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군과 경찰력을 증강한 상황이었다.
외형적으로는 군부가 국민의 저항을 잠재운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지난 여름 항쟁은 국민이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군부가 완전히 민주화 여론을 막은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로 민주화 요구가 확대되지 않게 일시적으로 정체시킨 정도다.

버마군부는 무장투쟁을 해온 소수민족과 휴전을 하고 있지만 소수민족들은 무장투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가진 채 자신들의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군부가 소수민족과의 평화체제를 구성했다고 말하지만 현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버마군부는 국민들이 저항을 일시적으로 관리한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군부에 두려움 불식할 장기플랜 준비해야

-항쟁 이후 버마 국내 동향은.

▲수 십만명의 군대를 이끌고 있는 군부를 쉽게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 이번 항쟁의 결론이다. 하지만 군부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현재 군부 내부에서도 지휘부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주요 고위층들이 일관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경제다. 국민경제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군부가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가지지 않아 경제악화는 필연적이었다. 다른 군사독재국가들을 보더라도 경제는 전문가나 지식인들이 집행하도록 하는데 버마군부는 직접 경제를 운영을 하려고 한다.
우선 민주화 세력이 이 문제에 대해 군부와 협상하면서 입지를 확대해야 한다. 당장 정치일정 등 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나중에 하고 우선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찾자는 차원이다. 민주화 과장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 등 민주화세력과 젊은 학자들이 극복을 해야 하는 문제다.

-국민들의 저항,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군부는 건재한데.

▲버마 국민들은 군부 탄압에 대한 여러 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일정정도의 무관심이나 두려움이 있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항쟁 전략도 급작스런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지적하는 산발적인 시위를 해나가면서 점차 국면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스님들이 폭행당하고 연행되면서 급작스럽게 확대됐다. 준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준비된 상태에서의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

-버마국민에게 필요한 준비란.

▲국민 절반 이상이 초등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교육시스템이 붕괴됐다. 시골은 더 심하다. 농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다. 그러면서 군부독재에 참고 사는 측면이 강하다. 그것을 채우자고 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민주시민 의식을 키워야 한다. 국민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나서는 순간 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다. 국제사회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기대처럼 아웅산 수지 여사와 버마 군부 사이의 대화가 즉각적인 돌파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버마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이 국제사회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런 지원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제공돼야 한다. 버마 내부를 통해 지원하냐, 국경 지대를 거쳐 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주의적 지원, 시민사회 건설과 더불어, 버마 국민을 위한 교육 기회가 안에서나 국제사회에서 제공돼야 한다.

-버마 군부를 중국이 지원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중국 뿐 아니라 인도, 아세안 일부 나라들은 지난 1988년 ‘8888항쟁’을 군부가 진압한 이후에도 버마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 나라들은 가스, 목재 무역 뿐 아니라 무기수출 등으로 군부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20년 동안 버마를 지켜보면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항쟁 전후로 일부 운동가들이 중국을 경유해 미얀마 국내에 잠입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정부의 용인에 의해 가능했다. 2005년부터 군부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는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처럼 버마군부를 비판하면서 공개적으로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버마결의안을 중국이 반대했지만 안보리가 아니라 다른 통로를 통해서 지원하는 것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안보리에서 민주화와 인권의 문제를 가지고 개입하게 될 경우 문제가 버마에 그치는 것이 중국 국내로 화살이 돌려질 수도 있는 점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버마를 활용해 중국의 인권문제까지 거론하려는 잔머리를 쓴다고 생각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국내에서 버마민주화 지원과 이주노동자 문제 대응 활동을 하고 있는 뚜라 버마행동 대표가 한 양훼 유로버마 회장과 함께 했다.

민주진영 내부 변화도 필요

-국제사회에서는 경제제재 등으로 버마군부를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버마 군대는 권력을 포기할 의사는 없지만 분명 압력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말하는 경제재재는 상황을 개선시키기 어렵다. 아세안의 정부들도 경제재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인정한다. 비등한 국제사회 여론도 결국은 버마 국민의 반발여론과 저항에 의한 것이다. 국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들의 생활이 붕괴된 상황에서 경제재재는 버마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버마정부가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있고 내년에 총선을 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는데.

▲군부가 가정한 계획일 뿐이다. 권력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면 군부는 2단계로 정치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민주화진영이 군부를 반대해왔지만 확실히 못했기 때문에 독재가 길어진 측면이 있는 만큼 일정 정도의 양보를 통해 군부가 우선 과반 이상의 권력을 갖더라도 민주화진영이 정치적인 활동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소강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군부에게 좋다. 시간을 끌면 저항이 약해져 헌법을 만드는 국민회의를 군부 의도대로 끌고 갈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주화진영 내부에서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지금은 군부를 밀어서 없애려고 하니까 오히려 약한 민주화 세력이 뒤로 밀리는 측면이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일정 정도의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내년 총선이 의회 75%를 군부세력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머지 25% 의석을 민주화 세력이 확보하게 된다면 이전 사회당 시절과 큰 차이가 없고, 군부와 민주화진영의 갈등도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 진영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버마 민주화 진영 내부에서 ‘8888항쟁’을 주도했던 정치인, 활동가들의 폐쇄성이 지적되는데.

▲예를 들면 망명정부에서 젊은 활동가들이 일하고 싶은데 안 받아 준다. 총선에 뽑힌 사람들만 활동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다. 젊은 세대들이 88세대가 아니니까 운동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측면이 있어왔다.

하지만 소수민족 단체 일부는 젊은층과 여성층을 적극 포섭하는 변화가 있다. ENC(소수민족연합회)는 조직구성에서 30%는 여성 20%는 청년의 참여를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체 버마민주화 진영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대돼야 한다.

90년 총선 진영과 다른 민주화 진영 모두 중요

-90년 총선에서 당선됐던 이들이 민주화 이후에 기득권을 유지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오래전부터 운동에서 그런 논의가 있었지만 90년 총선 결과는 아웅산 수지 여사와 NLD(민족민주연맹)에게 버마민주화 투쟁의 상징성을 부여하는 만큼 존중돼야 한다. 지금까지 유지돼 왔던 전선은 총선의 결과를 인정하고 의원들이 다시 정당하게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마민주화를 위해선 90년 총선의 정치인 중심 진영 뿐 아니라 이들과 별도로 활동하는 수많은 단체들이 모두 다 중요하다.

-한국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버마에도 민주화가 올 것이다. 소수민족들과 휴전을 했을 때 군부의 군사력은 18만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50만명으로 군사력을 늘렸다. 시민이 일어나 군부와 충동한다면 조정할 수 없는 비극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점진적인 변화를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의 시민단체들도 버마와 함께 하면서 버마정부의 입장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한 양훼 초대 대통령의 아들. 지난 1962년 버마군사쿠데타 당시 해외로 망명. 버마 민족화합프로그램(National Reconciliation Program, NRP) 기획처장. 유로버마사무국(Euro-Burma Office) 회장. 버마 망명정부 세인 윈 수반 자문관.

심재훈 기자

심재훈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