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사회적 논의 없는 일방 결정" 지적
원자력안전기술원 “IAEA안전성 평가 기준 적용”

정부가 설계수명이 끝난 핵발전소 고리 1호기를 앞으로 10년동안 더 가동해도 된다고 최종 결정했다. 원자력 관련 학계 일부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안전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7일 “제35차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에서 고리 1호기의 원자로 용기를 비롯 주요 배관, 격납건물 등이 향후 10년 동안 안전한 상태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 결과를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18개월 동안 원자로 시설의 물리적 상태, 주요기기 수명평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를 중심으로 안전성을 심사해 신규원전 수준을 만족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일본·유럽의 계속운전에 적용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 기준은 물론 미국의 ‘운영허가 갱신’에 적용되는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수명연장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없었고 안전성 검사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수명연장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일부 원자력전문가도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관련 국가기관의 한 전문가는 “정작 필요한 실험검증은 전혀 없이 외국의 사례들을 모아 그와 비슷하게 만들어 데이터를 갖추는 흉내만 냈다”며 “말로만 기술적으로 타당하고 안전하다고 할 게 아니라 그 자료들을 대학 공대 교수들에게라도 공개해보면 ‘엉터리’임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18개월 동안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과기부측의 발표에 대해 “수명연장에 대한 축적된 경험도 없이 미국이 하니까 따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미국 유학 중에 있던 그는 “신보수주의 레이건 정부 시절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USNRC)가 원자력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며 예산을 삭감하자 안전성 검증 기간도 18개월로 줄어들었고 당시 미국 내에서도 많은 반발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청년환경센터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한수원과 정부의 일방적 결정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과 지역사회 영향 조사, 사고에 대비한 방사능 방재·훈련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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