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됐다. 지난 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후회의는 192개국 협약 당사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환경단체 관계자 등 1만여명이 참가해 오는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이어갈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 발리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3차 당사국 총회(COP13,Conference Of Parties)와 제3차 교토의정서 비준국 회의(MOP3,Meeting of Parties)를 비롯, 당사국 총회 보조기구인 제27차 과학기술자문 부속기구(SBSTA)와 제 27차 이행자문기구(SBI)회의, 선진국의 추가적인 의무감축을 논의하는 제4차 특별작업반회의(AWG) 등 각종 회의가 아젠다 별로 연일 개최되고 있다. 협상 2주차에 들어선 현재는 각 회의체 별로 비공식 회의를 거듭하며 물밑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이번 발리 기후회의에서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발리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발리 기후회의에 앞서 지난 10월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당사국총회 사전준비 각료급 회의에서 발리 로드맵을 통해 향후 기후변화 대응체계의 협상분야와 절차, 협상시한 등을 결정하기로 잠정 합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포스트 교토체제를 담은 발리 로드맵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성숙되어 있다. 올해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와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며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IPCC 4차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되어 지구촌의 위기의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다보스 포럼, G-8 정상회담, APEC, ASEM, 유엔 기후변화고위급 회담이 잇따라 열리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같은 포스트 교토체제로 가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미국도 움직였다. 바로 UN기후회의 직후 부시 미국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온실가스 배출 주요국회의’를 개최했다. 이 모든 국제회의의 주요 이슈는 기후변화 대책이었다. 올해 그 마지막 종창역이 이번 발리 기후회의인 것이다.

개막식에서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던 호주가 노동당 정권이 승리하면서 교토의정서 재가입 문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사국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곳 외신들은 “미국이 마지막 친구를 잃었다”며 “기후협상에서 미국이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표인 할란 왓슨은 개막연설에서 “포스트 교도체제를 논의하는데 미국도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포스트 교토체제의 출범과 이를 위한 발리 로드맵의 탄생에 청신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총회에서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첫 단추가 꿰어지기를 인류는 고대하고 있다. 당사국 총회의 각국 대표들도 이를 압력으로 느끼고 있어 포스트 교토체제의 최소한 협상완료 시한이 포함된 상당한 수준의 발리 로드맵이 나올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첨예한 이견대립은 여전하다. EU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중국과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 개도국도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의무감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과 인도는 선진국들의 역사적인 책임과 자국의 경제성장, 빈곤의 문제를 거론하며 의무감축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미국이 가세해 협상이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의무감축 방식의 교토의정서를 주도하는 EU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미국은 절대량 감축보다는 탄소 포집 및 저장과 같은 기술개발과 국제협력, 에너지 안보를 주장하며 교토의정서와 다른 프로세스의 온실가스 방지대책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결국 포스트 교토체제를 놓고 벌이는 기후협상은 EU와 중국, 미국의 삿바 싸움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힘겨루기에서 어떻게 황금비율을 찾아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만큼 협상이 어렵다는 얘기이다. 저탄소 경제, 그린라운드가 탄생하는 것이며 탄소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그린라운드의 우승자가 될 것이다. 미래사회의 헤게모니를 두고 벌이는 협상이니 그 누구도 섯불리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포스트 교토체제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이번 협상에서 그 누구도 판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것은 인류의 재앙과 공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관하던 미국이 뒤늦게 협상에 적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오는 14일로 끝나는 회의를 연장해서라도 포스트 교토체제의 첫 단추가 될 발리 로드맵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는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오는 2009년까지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시한만 정하는 소폭 합의에 그칠지, 아니면 중국의 양보로 의무감축 국가를 주요 개도국까지 확대되는 중폭이 될지, 더 나아가 감축량까지 확정하는 대폭적인 합의가 이뤄질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조성돈 환경정의 정책위원

조성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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