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 5000마리, 시민들이 ‘생명달걀’ 구매로 살려

살처분 위기 모면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희망의 달걀 배송 시작

일방적 가금류 살처분 정책에 동물단체·환경단체 적극적 반론 제기

무차별적 살처분을 거부하며 자식 같이 키운 5000마리 닭들을 살리고자 싸워왔던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이 예찰지역으로 전환됐다. 예찰지역으로 전환되면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을 판매할 수 있도록 출하가 가능하다. 방역권에 묶여 있을 때 달걀을 판매하지 못해 손해가 컸었던 참사랑 농장으로서는 한숨 돌리게 된 것이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전북 익산시는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망성면 하림 직영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생하자 반경 3km내 17개 농장에 ‘예방적’ 살처분을 명령하고 닭 85만 마리를 살처분 했었다. 일괄적으로 내려진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는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참사랑 농장도 포함됐다.

이후 농장주인 유소윤씨는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행정심판과 살처분 명령 취소 소송을 치르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동안 참사랑 농장이 겪은 고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농식품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방역권이 설정되고 여기에 포함된 참사랑 농장이 살처분 되는 것은 합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조류독감에 의한 대량 살처분의 원인은 공장식 축산 농가임이 자명한 상황에서 동물 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농장도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데가 있다.

이번 농장주의 소송도 바로 그것을 지적한 것이다. A4 용지만한 케이지에 두 세 마리 닭들을 밀어 넣고 항생제를 과다 복용시켜 달걀 낳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대가가 조류독감이다.

언제까지 반복되는 조류독감 살처분 사태를 봐야 할까요? 올해만 3700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고 지난 13년 동안 총 8200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살처분이란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행위이다.

▲ 닭들이 케이지가 아니라 방사되어 키워지고 있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날기도 한다. 깃대도 있어서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립잡고 있는 모습이다. 혹자는 복지농장인데 닭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이로부터 공장식 사육은 얼마나 열악할지 거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방사 사육이 표준이 되어야 한다. 복지농장 기준은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진=환경운동연합)

10층 이상의 케이지가 탑처럼 쌓여 있는 공장식 농장에서 살처분 조차 쉽지 않다. 꼭대기에 있는 닭들을 내리는 것 자체가 고생이다. 이 살처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엄청나다. 직접 살처분을 해본 사람들은 먼저 공장식 사육의 지옥 같은 풍경에 놀라고 그 닭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참혹함을 경험한다.

13년째 반복되는 조류독감 살처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장식 사육을 멈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환경운동연합과 카라는 공장식 사육을 하지 않고 동물을 방사해서 키우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싸움을 지원하고 동참했다. 이 싸움이 잘못된 축산산업 체계를 변화시키는 희망의 단초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였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13일 참사랑 농장의 ‘예방적’ 살처분 거부 투쟁을 지지하는 생명달걀 모금 캠페인에 돌입하여 보름 만에 국가공무원노조 등을 포함하여 개인과 기관 207단위로부터 7565000원을 모았으며(4월 27일 기준), 5월 2일 익산 참사랑 농장에서 생명달걀 모금 전달식을 가졌다.

▲ (사진=환경운동연합)

지난주부터 참사랑 농장의 달걀이 정상 출하됨에 따라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가 생명 폐기처분에 반대하며 참사랑 농장을 위해 추진해 왔던 ‘생명달걀’ 모금 캠페인 참여자들에게도 희망의 달걀이 배송될 수 있게 됐다.

생명달걀 캠페인 참여자는 “참사랑 농장에 힘이 된다면 달걀을 못 받아도 좋다”, “무차별 살처분 반드시 바로잡자”, “님의 결단이 사회를 일깨우리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다. 힘내시라”, “정의로운 항거가 이 땅의 무모한 살생을 막는 계기가 될 것이다” 등 참사랑 농장을 지지하는 다양한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