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족 지연… “민주적 구성·시급한 현안 처리” 촉구

개정 사학법에 의해 분쟁 사립대학 이사진 구성 등을 심의할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늘어지는 출범 일정에 추천 위원 부적격 논란까지 겹쳐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단체협의회·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전국교수단체연대는 지난 13일 정귀호 전 대법관의 사학분쟁조정위 위원 선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교수단체들은 “정 전 대법관이 위원으로 추천됐을 뿐 아니라 위원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심정과 함께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 전 대법관은 위원 추천에서 배제해야 할 대표적인 부적격 인사”라고 지적했다.

정 전 대법관의 위원 추천 부적격 주장의 근거로 교수단체들은 △대법관 재직시 족벌운영과 재정부정으로 촉발된 세종대 사건에서 재판장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교수직선 선출 총장의 교수해임처분을 징계권 남용이 아니라며 사학재단과 운영자를 위한 판결 △대법관 퇴임 이후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로 지탄받던 상지대 사건에서 구 재단 이사장의 대표법정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상지대 사건에서 구 재단 이사장의 소송대리인이었던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과 함께 삼성그룹 사외이사 활동 △전직 대법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회사공금 횡령사건 1심 재판부터 법정대리인으로 활동 등을 지목했다.

교수단체들은 “비리사학과 그 운영자를 위한 판결을 한 법관일 뿐 아니라 대법관 퇴임 후 활동 역시 사학분쟁조정위 위원이 되기엔 현저히 부적격하다”며 “객관적 공정성 뿐 아니라 권위마저 상실해 학교 정상화를 위한 활동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정 전 대법관의 위원 선임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며 “만일 선임된다면 단호한 반대투쟁을 전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기구인 사학분쟁조정위는 당초 9월 말 발족을 추진했으나 12월 중순 현재까지 구성되지 않았다. 대법원장 5명, 국회 3명의 추천을 받은 대통령이 3명을 추가로 선임해 구성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추천자는 국회의장 몫 추천자인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과 대통합민주신당이 추천한 박거용 상명대 교수, 한나라당 추천 정순영 전 동명정보대 총장 등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 전 대법관은 대법원장 추천 5명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말이면 청와대가 위원을 확정해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합동청사 내에는 사학분쟁조정위 사무실이 마련된 상태다. 출범이 늦춰진 것은 사학분쟁의 심각성에 비례해 위원선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교육부와 정당 관계자의 이야기다.

<시민사회신문 DB>

상지학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서울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상지학원 대법원 판결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학분쟁조정위는 분쟁 사학의 임시이사 선임·해임과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게 된다. 이전까지 교육부가 가진 권한을 위임받아 분쟁 사학의 문제를 사실상 전담하게 돼 교육계는 구성과 향후 활동방향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

박정원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사학분쟁조정위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인사 중 호선키로 돼 있어 자칫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의 위원장 추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삼성의 사외이사 등 경력을 가진 인사가 위원으로 거론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적 구성과 더불어 덕성여대 등 이미 임시이사 임기 끝난 학교를 비롯해 조선대, 상지대 등 학교정상화 요구가 높은 학교에 대한 심의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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