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은 “앞으로 5년 간 문화정책의 방향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대선 후보들이 문화공약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각 대선 후보들의 문화공약을 비교·분석했다. 각 대선 캠프에는 제도·행정, 예술진흥, 문화환경, 문화교류, 미디어 등 총 5대 영역에서 12가지 공약을 선정해 제안했다.
지난 11일 열린 2007 대선 후보 2차 합동 토론회에서 ‘세계화 시대의 문화 정책’이란 주제가 다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이 문화공약을 설명함에 있어서 개발, 경쟁, 경제의 논리를 등장시켜 아쉬움이 컸다.
토론회에 앞서 문화공약을 비교·분석한 민예총은 “이명박, 이회창 대선 후보는 공식적인 문화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고 다른 후보들의 경우에도 문화정책의 구체적인 지향과 실현 방식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대부분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민예총은 분석했다. 공급형 문화정책의 한계를 보여준 참여정부를 따른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예술 환경에 맞는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문국현 후보의 경우엔 ‘인본주의’라는 철학으로 문화정책을 고민했다는 데에 민예총은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문제의식들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추상적인 제안으로 그쳤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권영길 후보의 경우엔 타 후보들에 비해 비교적 오래 전부터 당 내부의 정책연구원들이 문화분야 정책들을 축적해놓았기 때문에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민예총은 대부분의 주장들이 한국 사회의 전면적인 변화가 없이는 현실화되기 힘들고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지점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민예총은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의 힘으로 어떤 가치를 지향해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각 대선 후보들은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토건국가에서 문화국가로’란 슬로건으로 12대 문화공약을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제안했다.
제도·행정 영역에서는 △문화적 원칙이 구현되는 국정운영 △문화예산의 문화적 설계 등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실행과제로는 대통령 산하 민-관 문화정책자문위원회 구성, 중앙-지방정부 문화예산의 정확한 파악 및 예산규모 전반적인 확대 등이 있다.
예술진흥 영역은 △생동하는 기초예술, 살아나는 문화생태계 △예술가가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나라 △자유로운 표현과 상상력이 숨 쉬는 사회 등이다. 기존 장르 중심의 공급형 예술정책을 제고하고 문화관광부-예술위간 역할분담 및 협력체계 재설계, 문화예술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확대, 국보법 철폐로 예술가들의 자유창작활동 장려 등을 내용으로 한다.
△시설을 넘어, 창조적인 문화도시 구현 △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나라 △소수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자치의 지역문화 등의 공약은 문화환경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예술과 창조성에 주목한 도시모델 연구, 스크린쿼터의 원상회복, 문화다양성협약 국회비준, 소수자들의 문화적 권리 확보를 위한 기구 및 재원 마련, 지역문화진흥법 입법 등을 실행과제로 내놓았다.
남북 문화예술교류센터 설립과 기금 마련, 아시아문화교류 전문가 양성 및 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장하며 문화교류 영역에서는 △문화로 ‘통(通)’하는 남과 북 △아시아와의 소통으로 풍요로운 문화사회를 공약으로 제안했다. 공중파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 총량제 실시, 소수자 문화권 보장 위한 미디어 콘텐츠 편성기회 발굴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문화격차를 뛰어넘는 숨은 1인치, 미디어 공약도 눈에 띈다.
민예총의 12대 공약제안서는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됐다. 민예총은 “차기정부는 국토를 파헤쳐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토목국가’식 국가경영이 아니라 인본주의적 가치체계 안에서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 복지 등의 삶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본주의와 생태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문화정책을 제안함으로써 국민 삶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민예총은 밝혔다.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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