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후보 사퇴만이 길"

[현장]BBK정국, 긴박했던 17일 시민사회 이재환 이향미l승인2007.12.1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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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저녁 9시 촛불문화제 정리

"18일 밤샘 촛불집회 준비하자"
"나라 망하는 것은 한 순간... 대통령 후보 자격 있는가"
"투표와 상관없이'나라 바로세우기' 계속할 것"


왕태영 기자
17일 저녁 7시부터 시작한 촛불문화제는 쌀쌀한 날씨에도 5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선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오욕의 세월을 거쳐 민주주의 조국을 만들었다. 이제 겨우 20년, 30년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뤘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제 집한채 장만할 정도가 돼 따뜻해졌다고 시대를 역행하려 하는가.”

본 행사 시작은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후 시민사회단체들이 비상한 결의로 비상시국을 선언한 이후 참석한 자리다.

“한 사회가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 또한 금방이다.우리는 나라를 부패한 집단에게 맡길 것인가, 아닌가의 기로에 섰다. 선열들이 피로 일군 성과를 헛되게 할 순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오늘 이 순간부터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조국을 다시 만들기 위해 불을 밝히자.”

이학영 총장은 “오늘 시민사회는 비상시국을 선포하며 민주화 선열 앞에 떳떳해질 때까지, 우리 아이들이 정의로운 조국에 살 수 있을 때까지 촛불을 끄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상파 방송 등에서 발췌한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16일 공개된 BBK관련 동영상이 교차 편집된 영상이 대형 걸개화면을 통해 상영됐다.

“BBK와 관련이 있다면 당선 된 후에도 책임을 지겠다.”(이명박 후보 KBS토론회 발언)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습니다.”(광운대 경영대학원 동영상 이명박 후보 발언)

왕태영 기자
단상 앞에서는 특히 민주화운동 원로인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유영표 민주평화국민회의 상임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동영상을 보면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 사람은 10년 전 비리로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하기 전에 자진 사퇴한 이다. 법을 편의적으로 이용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 자격이 있겠는가. 장상 전 국무총리지명자가 왜 총리가 되지 못했는가. 땅 투기, 위장전입, 위장취업, 세금포탈 등 국민 4대 의무를 위반한 사람은 자격이 없다.”

발언 중간‘부정부패 청산, 정치검찰 규탄’ 구호가 외쳐졌다. 가수 김병수 씨와 연극패 ‘꾼’의 상황극이 이어졌다.

‘다시, 다시, 다시’라는 곡을 부른 김병수 씨는 “10살 아들이 ‘저 사람은 왜 그래’라는 말을 듣고 이전 힘들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며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람을 만들자”고 말했다.

이어진 문화제 단상 연설의 정점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이었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러브레터’나 다름없는 서면조사만, 어떤 이에게는 수갑을 채우고 조사를 한 검찰이 있다”며 “민주노총도 앞으로 어떤 출두요구에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로마제국은 부패로 망했다. 공직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공무원노조가 생겼지만 수장인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이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다면깨끗한 공직사회가 만들어지겠냐”고 반문했다.

또 “운이 좋아 대통령이 될지 몰라도 민주노총은 끝까지 반부패 투쟁의 선봉에 나서겠다. 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진짜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가수 유기상 씨의 노래 공연 이후 문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의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김 목사는 “연설중간 ‘교회 장로가…’하는 말이 나와 뜨끔했다. 그가 말하는 하나님이 누군지 나도 궁금하다”며 “더 잘살고 부자되자는 말에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것을 국민들은 두고봐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성명서 낭독과 함께 17일 촛불문화제는 저녁 8시 50분경 마무리됐다.

왕태영 기자
촛불문화제가 열린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 주변을 부패정치 척결을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에워쌓다.

문화제를 마치며 사회자는 “비상행동은 이제 시작됐다. 선거 전날인 내일 다시 진행될 촛불문화제는 밤샐 생각을 하고 옷을 두껍게 입고 다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이날 문화제가 진행되는 한편에서 내일 문화제를 보다 조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가졌다.

18일에는 정오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하는 부패정치청산 거리 캠페인을 시작으로 저녁 7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문화제가 진행된다.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20일 오전 11시 비상시국회의 대표자들은 시국관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예수님 믿는다면 회개하세요.’ ‘무법천지 대한민국은 안됩니다.’
‘이런 사람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이 참 슬픕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닙니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 국민이 나섭시다.’
‘더이상 비리 대통령은 안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할 대통령, 우리 양심이 부르는데로 뽑읍시다.’

촛물문화제 한켠에 마련된 시민발언대에는 다양한 의견을 담은 메모지가 걸려있었다.


<2신>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다"
'BBK진상규명,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 촛물문화제' 개최
500여명 시민참석... 48시간 비상공동행동 실천 돌입

“BBK와 이명박 후보가 관련됐음이 명백히 드러나는 동영상이 나왔음에도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만 되면 끝이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심판의 촛불을 들자.”

17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는 ‘BBK사건 진상규명과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이날 오후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의한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 48시간 공동행동’의 일환이다.

왕태영 기자
저녁 7시 현재 3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문화제를 시작하며 사회자는 “어제의 놀랄 만한 뉴스는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며 “한나라당만 조작이니 사실무근이니 공작정치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두 눈과 두 귀,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입이 있다. 본인의 입으로 BBK를 설립했다고 하는데도 검찰이 수사 결과에 사죄하고 번복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수사도 안했지만, 무능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승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이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응과 관련한 경과보고를 했다. 이승호 의장은 “오후에 명동 향린교회에서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며 “앞서 각 부문별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있었고, 오늘 다함께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오늘 이 시간 안양, 청주, 원주, 대전, 대구, 전주, 광주 등에서도 촛불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며 “촛불을 높이 든 모습을 보니 드디어 국민 분노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과보고에 이어 노래패 ‘아름다운 청년들’의 문화공연이 시작했다. “하늘이 지켜보고 있다. 하늘에 닿도록 함성을 외쳐보자. 부패정치 청산! 정치검찰 규탄!”

집회 현장에서 ‘특정후보 명칭’이 불려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진행요원의 말이 있었다고 문화제 사회자는 전했다. “국민의 주권이 대통령 선거에서 올바르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법부터 바뀌어야 겠네요.”

왕태영 기자
이날 촛불문화제에서는 공연프로그램으로 부패정치 상황극이 진행됐다.

문화공연장은 ‘부패정치 청산’, ‘정치검찰 규탄’이라고 적힌 대형 촛불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왼편 청계천 문화광장에는 서울문화재단의 화려한 ‘루미나리에’ 장식이 빛을 발했다. 그 밑에서는 한나라당 이재오, 강성범 의원 및 고승덕 변호사, 아나운서 유정현 씨 등 당직자들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들의 ‘승리 다짐’ 집회가 진행 중이다.

7시 30분 현재,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화면세점 앞은 어느새 가득 찼다. 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신> 17일 오후 5시

"거짓 선거·민주정치 위기 사태" 대선 보이콧 발언도
17일 오후 비상시국회의 논의 내용
"6월 항쟁 이후 20년만의 조직 결성"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는 ‘거짓 선거와 민주정치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명박 후보가 “BBK를 자신이 직접 설립했다”는 내용의 충격 동영상에 대해 각계의 입장을 발표하는 한편 이후 대응에 대한 기탄없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번 비상시국회의는 대선을 이틀 앞두고 시민단체와 민중단체, 종교단체, 청년단체 등 시민사회 전체 진영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끈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던 향린교회에서 20년만에 다시 열렸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20년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이곳에 다시 이런 모임을 갖게돼 참혹함을 금할 수가 없다. 자본주의가썩은 민주주의와 결합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 잘못된 나라의 운명을 바로 잡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태영 기자
비상시국회의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어서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그동안 심증만 있었던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이 동영상을 통해 천하에 드러나면서 국민들 모두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특검법 운운하며 선량한 국민들을 정권쟁탈을 위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들이 나서서 직접 행동으로 부패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만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이번 비상시국회의와 관련한 경과보고에서 “어제 아침 동영상이 공개된 후 저녁에 동화면세점 앞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어젯밤에 최종적으로 전국 1천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시국발언도 이어졌다. 특히 시국발언에서는 ‘이 후보 사퇴 촉구’는 물론 ‘대선 보이콧’ 발언까지 나와 시국의 엄중함을 대변했다.

종교계에서 나온 정진우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은 “교회 장로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괴롭혀서 목사로서 면목이 없다”며 “이명박 후보가 더이상 버티는 것은 파멸의 길로 가는 것이며, 하나님과 국민들 앞에 회개하는 일이 지금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불교계 진관 스님은 “민주주의 힘으로 지켰던 정권을 거짓말 공화국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이 자리에 왔다”면서 “전국의 모든 불자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계를 대표한 여성민우회 한 활동가는 “최근 몇 달간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되돌아본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언론과 검찰에 의해 무너지고 있고, 노무현 정권의 무능으로 인해 부패정치 세력이 정권교체를 운운하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에 회의가 든다”며 “과연 선거를 치루기 전에 동영상이 공개되긴 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퍼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솔직히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정동익 민주평화국민회의 상임대표는 “이명박 본인이 이미 다 밝혔듯이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고 후보를 사퇴하는 길 밖에 없다. 만약 이대로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의 힘으로 끄집어 내릴 수 없다. 적당히 부패정치를 청산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정도로는 안된다, 신발끈을 매고 길거리로 나서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행동을 주문했다.

김종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은 “BBK동영상이 나온 후에 이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위대함으로 정권교체를 해줄 것이라 단언하고 법대로 처리하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검찰조차 줄서기를 하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는 순간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 우려하며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전체 대선 후보들이 당리당략을 넘어 선거를 보이콧 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권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또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당선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이후 이명박 퇴진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환 이향미 기자

이재환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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