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여사를 ‘파란나비효과’에 초대

성주 여성들, 김 여사에게 사드 배치 반대 편지 전달 양병철 기자l승인2017.06.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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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성주 참외농사 짓는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영화 ‘파란나비효과’에 초대했다. 특히 성주 여성들이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보내는 사드 배치 반대 편지 전달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 (사진=참여연대평화군축센터)

▲ 지난해부터 사드 배치 부지인 성주의 여성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어 그 뜻을 알리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 6월 26일 성주 여성들이 청와대를 직접 찾아와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보내는 사드 배치 반대 편지를 전달했다.

▲ 이번에 청와대를 찾은 성주 여성들은 편지를 통해 사드 배치 반대의 뜻과 함께 최근 소성리에서 발생한 극우단체 난동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했다. 또한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 초대장도 전달했다. ‘파란나비효과’는 지난해 7월 경상도 성주가 사드 배치 부지로 선정되고 약 석달간 젊은 엄마들의 사드 반대 투쟁을 담고 있는 다큐영화다.

▲ 청와대에 편지를 전달하기에 앞서 세명의 성주 여성들이 편지와 시를 낭독했다. 특히 ‘파란나비효과’ 주인공이기도 한 성주 주민 김정숙씨가 동명인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김정숙씨는 영부인에게 파란나비효과 영화를 추천하며,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주기를,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를 원한다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 편지 낭송 : 이수미

▶ 시 낭송 : 원불교 원효교당 김인정 교무

▶ 편지 낭송 : 김정숙

- 편지1. 성주 주민 김정숙

- 편지2. 성주 주민 이수미

- 편지3. 성주 주민 50대 주부

- 시. 김수상

▣ 편지1  

김정숙 여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입니다. 스무 살 때 성주로 시집와 참외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제가 꿈꾸었던 농촌은 내 집 앞마당이 다 내 땅이고 내가 농사짓는 논이 다 내 땅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당연히 아니었죠. 30년을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며 이제 쯤 두 자식 반듯하게 키우고 내 삶을 살겠구나 싶을 때 사드라는 괴물이 찾아왔습니다.

2016년 7월 13일부터 한동안 저는 30년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고 그날부터 매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촛불을 드는 것 밖에 없다 생각했고 광화문에서 성주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다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 김정숙은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하여 사드 반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해주었지요. 몇 번을 보면서도 뭘 하기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도 열심히 뛰어 다니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라는 말에 참 놀랐습니다. 그랬던 우리 감독님이 일을 내셔서 영화로 제작이 되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까지 타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투쟁해온 날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져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군요. 그 영화가 6월 22일 전국으로 개봉을 하였습니다.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영화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 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성주 김정숙 올림

▣ 편지2. 

김정숙 여사님께 드립니다.

박종철 군의 아버지는 ‘박종철 물고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은 모두가 빨갱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 확정지가 경상북도 성주로 발표나기 전까지 국내외의 정치적 이슈들은 제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티격태격은 하겠으나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것이며, 그렇게 그렇게 우리나라도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는 나라당의 일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밖숲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군수가 군민들과 함께 서울로 국방부를 항의 방문하여 혈서로써 사드 반대를 외칠 때도 무덤덤할 수 있었습니다.

국무총리와 국방부 관계자들이 사드 배치의 정당성과 안전성 등에 대하여 성주 군민들에게 설명을 하러 내려온 2016년 7월 15일 그날도 제게는 성주군 정보화농업인의 한 사람으로 경북정보화농업인경진대회에서 상을 받는 날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군청마당에서 제 귀를 의심해야만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종북 놈 새끼들... 좌파... 외부세력이지?” 학업을 잠시 미루고 광장으로 몰려나온 학생들과 막바지 참외 수확에 한창이던 내 옆집의 참외 농사꾼들에게 퍼부어 대는 말치고는 너무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내 눈 앞에서 펼쳐진 상황을 목격하면서 5.18이 떠오른 것은 저의 무뎠던 시각을 날카롭게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날의 충격은 광주를 뒤돌아 보게 했고 세월호를 뒤돌아 보게 했고 강정마을, 밀양, 역사교과서, 더 멀리는 독립운동 당시 친일파의 행적까지를 뒤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횡포를 보았습니다.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움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사실을 알 권리가 있는 국민들에게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SNS로 성주의 상황을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는 국제 정세까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계절은 흘러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이 왔습니다. 전국의 성난 민심은 국정을 농단했던 대통령을 끌어내렸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그 사이 소성리에는 사드가 불법으로 배치되었고 우리의 사드반대 투쟁은 반미감정으로 확산되어 아직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때로는 낙심했고 때로는 기뻐하면서 많이 야물어졌습니다. 정치는 가만있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깨어 행동하는 시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성주의 사드 반대 투쟁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신 독립영화 박문칠 감독님께서 <파란나비효과>라는 영화를 제작해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드 때문에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된 저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게 되면 저처럼 무심하던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되어 행동하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깨어 행동하는 시민은 민주주의의 힘입니다.

소탈하고 소박하신 여사님!
작은 고을 성주의 나비의 날개짓 파란나비효과 꼭 봐 주세요.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토네이도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세계 속에 우뚝 서는 자주국방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성주군 월향면 이수미 올림

▣ 편지3. 

문재인 대통령님 전상서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 지 50여 일 동안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 위한 노고에 가슴깊이 감사드리며 응원을 보냅니다. 저는 경북 성주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저희들은 2017년 7월 13일 사드배치가 성주로 결정 난 이후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날부터 저희들의 일상은 무너졌고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찜통같은 무더위와 겨울의 찬바람, 눈, 비 맞으며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평화의 염원을 담은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사드배치 과정의 불법성과 백해무익 사드가 북핵을 방어할 수 없는 것임을 우리나라와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의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성주는 인구 45,000여명의 작은 시골이고 현재 사드가 배치된 성주 초전면 소성리 인근의 인구는 5천 명도 되지 않는 조그만 산골입니다. 2016년 8월부터 아름다운 산골의 소성리 마을(소야)의 평화는 사라지고,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그 모습에 할머니들은 늘 눈물 흘리고 한숨 짓고 계십니다. 군인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마을을 위협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 극우단체들까지 몰려 왔습니다.

그들은 주민들을 향해 욕을 하고 “빨갱이 새끼들 죽어라”는 등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듭니다. 혼자 밭에서 일하고 있는 할머니를 위협하고 보는 앞에서 소변을 누며 성적수치심을 주기도 하고 마을의 집과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난리치는 통에 더욱 불안함과 공포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계십니다.

지난 4월 26일 새벽 사드를 실은 장비들이 들어오던 날 80여명의 주민들을 막기 위해 8000여명의 전국에 있는 경찰들을 배치시켜 마을로 가는 길목을 모두 차단하여 고립시키고 기습적으로 사드배치 시켰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국민의 주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국가입니까?

뜬 눈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며 비명소리와 눈물, 아우성에 소야(소성리 옛이름)의 들판도 함께 울었으며, 그 날의 공포로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입니다. 제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치욕의 밤이 될 것입니다. 그 날 경찰병력의 비호아래 비웃음을 웃으며 동영상 촬영을 하던 미군의 얼굴과 유유히 사드 장비를 실은 차량의 모습은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는 국민들의 가슴이 피멍이 드는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한·미 정상회담을 가시기 전에 사드 배치 과정의 생생한 영상들을 찾아보시길 권면드립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국민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해, 저희들은 사드가 철회되는 그날까지 촛불들고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이웃들과 정 나누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힘차게 평화를 외칩니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드대신 남북대화”, “불법사드 철거하라”

2017년 6월 26일

성주에서 50대 주부 올림

▣  시

우리가 맞고 너희는 틀리다

김수상

이장님은 마을 방송으로 말했다
“경찰들은 들어라, 소성리는 사드가 들어온 4월 26일 이후로는 법이 없어진 동네다”
맞는 말이다
시원한 말이다
법을 지키고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무력경찰을 동원해
소성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양들을 보호해야할 양치기 개가 양들을 뜯어먹고 있다
그런 개는 이제 필요 없다

할매들이 말했다
마을회관 앞 도로의 탁자 하나를 지키려고
유월 땡볕에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할매들이 말했다
“이제는 밥 차도 들여보내지 말거라!”
나만 보면 맨날 밥 먹고 가라던 금연 할매가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저놈들에게는 밥도 주지마라고 할까
탁자 하나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면
국가는 21만평에 이르는 금쪽같은 우리 땅을
불법으로 미국에게 양도했다
양도한 것도 모자라서 불법으로 폭력으로
사드를 기습 전개했다
누구의 죄가 더 막중한가
미군들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롯데골프장의 잔디도 알고 있다

하루 종일을 탁자 하나 때문에 경찰들과 싸운 것도 억울한데
길바닥에서 저녁 한 끼를 때우려는데
이건 또 어디에서 나타난 미국의 개들인가
소성리 길가에 성조기를 흔들며
서북청년단이 나타났다
마을 어른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거침없이 “빨갱이 새끼!”라고 했고
길바닥에서 늦은 저녁을 드시는 할매들을 보고
“놀고 자빠졌네!”라고 했다
정말 서북쪽에서 왔는지
아니면 어느 정신없는 우주에서 왔는지 모를
그들의 한심한 사과를 결국 받아내긴 했지만
말은 화살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박혔다

억울하고 억울하다
우리도 엑스밴더 레이더처럼 웅웅 울고 싶다
우리의 땅과 하늘과 바람과 별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우리의 논밭으로 가는 길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빨갱이 새끼, 라니
놀고 자빠졌네, 라니
정권이 바뀌면 우리를 좀 안아줄 것 같았는데,
정신없는 나라를 대신해 싸워준 우리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넬 줄 알았는데,
겨우 하는 짓이 탁자 하나 파라솔 하나를 철거하겠다고
소성리를 에워싸고
야윈 할매들을 염천의 길가로 내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서북청년단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성조기를 성주 땅에 흔들며 돌아다니겠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를 믿어야 한다
믿을 건 마을회관의 밥솥과 국밥과 컵라면이다
힘내서 우리는 우리의 빼앗긴 땅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우리의 빼앗긴 봄을 찾아와야만 한다
할매들의 반팔 만세가 옳았고
할매들이 길가에 누워 길을 막는 자세가 옳았다
달마산 산길에 자꾸 새겨지는 우리들의 발자국이 옳았다
사드 때문에 속에 천불이 나는 날이면
달마산 꼭대기에 올라 골프장을 향해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그래야 맞다
그래야 이긴다

고철 사드의 아가리에 평화의 깃발을 꽂아주어야 한다
고철 사드의 아가리에 평등의 깃발을 꽂아주어야 한다
고철 사드의 아가리에 소성리 논둑에 핀 꽃들을 꽂아주어야 한다

우리가 골프장을 접수해서 골프공처럼 날려 보내자
저들의 거짓과
저들의 폭력과
저들의 전쟁과
저들의 야만을
우아한 평화의 자세로 태평양 건너 미국 땅까지 날려 보내자

우리가 맞고 너희는 틀리다
사드는 가고 평화여 오라!
전쟁은 가고 평화는 오라!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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