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고위공직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엽관제는 일상직이나 하위직까지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엽관제하면 미국이 대표적이다. 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 절대왕정의 시기에도 이런 제도였겠지만 정권교체라는 개념은 민주정치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엽관제는 제퍼슨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된다. 워싱턴의 뒤를 이어 당선된 공화파인 제퍼슨은 연방파인 부통령 애덤즈가 임기만료 직전 공직에 연방파를 모조리 임명해 버려서 매우 곤란을 겪었다. 그래서 “관리들이란 어지간히 죽지도 않고 퇴직하지도 않는다”라는 탄식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공화파인 여당은 전원교체를 요구했다. 제퍼슨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자신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지 않는 관리들을 파면하고 공화파로 교체하게 된다.
엽관제를 대표적으로 운영한 사람은 잭슨 대통령이다. 그는 ‘엽관제는 공직의 민중에 대한 해방과 공무원에 대한 통제의 역할을 지닌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면적으로 실시하였다. 가장 심했던 해리슨 대통령(18899~1893) 때에는 한해동안 3만1천명의 우체국장을 모두 바꾸기도 할 정도로 폐해가 심해졌다.
우리나라에도 이승만과 장면정권 때까지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엽관제가 운영되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국가공무원법’에 의거하여 직업공무원제를 정착시키고자 하였으나 30년간의 군사정권의 지속으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다. 독재국가에서 여전히 원칙은 무시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민정부의 시작과 함께 틀을 잡기 시작했다고 볼수 있다.
우리나라의 집권정당은 여당도, 야당도 아니고 ‘관료들로 구성된 관료당’이라는 우습지만 심각한 이야기가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관료는 정년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연이어 하위직으로 공직교체가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개혁적인사의 등장에 대하여 행정 경험이 없다거나 전문성을 문제 삼기도 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공무원 출신만이 고위 공직을 맡아야한단 말인가. 평상시에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들과 정책을 논의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위공직 후보자가 되고 공직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득권은 항상 저항한다. 만약 이명박 정권도 이벤트성 사업이나 추진하고, 관료들에게 포획된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밟아간다면 경제성장은 고사하고 정권을 교체했다고 기뻐하는 적지 않는 지지자들마저 무엇 때문에 정권을 잡았는지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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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