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오전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소속 마필관리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두 번째 죽음이다. 지난 5월 말 마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경근열사의 장례도 치르지 못했는데 또 한명의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공공운수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노조는 마필관리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에 한국마사회 고용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 2개월 동안 협상에 나섰으나 고용구조 개선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7월 30일 협상은 최종 결렬되었다.

1990년대 초반 개인마주제 시행 이전 마필관리사는 마사회 소속이었다. 개인마주제 시행으로 처우와 업무는 마사회 통제 하에 있지만 직접적인 고용 계약은 맺지 않는다. 현재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개인마주(말주인)-조교사(말위탁관리인)-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일한다.

이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마필관리사는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대략 맞춰진 상태로 성과급을 기준 없이 받다보니 하루 10시간의 과중한 노동과 산업재해의 위험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조교사에게 밉보이면 성과급이 깎일 위험이 높아 문제제기를 할 수도 없는 구조다. 어제 숨진 노동자도 얼마 전 복통으로 입원했으나 마방인력부족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과로를 호소했었다고 한다.

경마에서는 말과 기수가 가장 중요하고 마필관리사는 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가도록 제일 가까이에서 돌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마사회와 마주, 조교사들만이 이익을 주고받는 지금의 마사회 구조에서는 마필관리사들은 임금착취와 부당한 노동 요구를 감내하며 고용보장을 받지 못한 채 일 할 수 밖에 없다.

한국마사회 측은 현재의 고용구조가 경마의 공정성확보를 위한 세계적 고용구조이며, 개인 소유인 고가의 경주마를 공기업 직원이 직접 관리하는 것도 사회 통념상 맞지 않기에 직접 고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두 명의 마필관리사가 목숨을 잃었다.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된다. 사회적 통념이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인권이고 노동의 존엄이다. 한국마사회는 노동자의 잇단 죽음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며 죽임을 방조하고 있는 고용구조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17년 8월 2일)

부산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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