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피해 인정 확대’ 대통령 약속 지켜달라”

피해자들, 피해 범위 확대 요구·피해자 사례 발표 기자회견 양병철 기자l승인2017.08.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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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습기넷)

16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모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인정 범위 확대’를 요구하는 피해자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70%를 인정해도 부족할 텐데 단 7%만을 피해자로 인정하다니..”

지난 10일 환경부가 담당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는 1009명의 4차 판정결과를 인준했다. 그런데 판정 대상자 중에서 단 7%인 76명만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지 이틀 만에 나온 정부 발표다.

“원진 레이온이나 고엽제의 경우 피해가 단순하게 한가지 질병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가 한 말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약속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현재의 피해 판정을 없애고 3, 4 단계 피해자도 인정토록 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마트 가습기메이트 제품을 쓰고 폐 손상 3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박영숙 님(여·57)이 이동형 침대에 누운 채 어렵사리 참석했다. 정상적인 폐 기능의 14%가량 밖에 남지 않아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힘들게 숨을 몰아셨다.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지만 박영숙 님은 “피해자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며 가족들의 만류에도 기자회견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가습기넷)

남편 김태종씨는 “지금까지 병원비만 1억원 가량 들어서 재정이 파탄이 났다”면서 “폐 이식 수술을 하려면 최소 2억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제계정운영위원회는 폐 이식이나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중증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태종씨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우리가 원하는 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라며 “피해자로 인정받고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천식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질환이다”, ”태아도 사람이다”

기자회견에는 박영숙 님과 같은 중증 피해자 사례부터 천식, 특발성 폐섬유화, 폐손상 3단계 피해자들이 나와 피해인정 범위 확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피해구제위원회는 1년 넘게 전문가들과 논의해 온 천식마저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후 6년 만에 폐 손상과 태아 피해에 이어 세번째 인정 질환으로 천식이 포함될 줄 알았던 피해자들은 황당해 했다.

▲ (사진=가습기넷)

천식에 이어 구제위원회는 또 하나의 황당한 판단을 한다. 폐손상 1, 2단계 판정받았던 엄마의 “출산되지 않은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며 아무런 지원을 못한다”라고 했다. 환경부는 ‘태아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1976년의 대법원 판례인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이라야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어머니 뱃속에 있는 태아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내용에 따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랑하는 부인과 뱃속에 태아를 잃은 피해자에 대해서 환경부는 무책임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태아 피해를 인정했으니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고려해보라고 말이다. 근데 이에 해당하는 제조판매사의 경우는 도산한 ‘세퓨’ 업체의 피해자이다. 환경부와 구제위원회의 이런 판단에 대해서 어느 피해자가 수긍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후 단 며칠 동안 벌어진 상황에 대해 피해자들은 허탈하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말한 약속일까? 이들 피해자들은 한숨을 쉬며, “문재인 정부는 일반 시민들도 병원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한다는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피해자들에겐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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