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기자회견, 구호만 외쳐도 집시법 위반?

참여자 집시법 위반 벌금 선고 양병철 기자l승인2017.09.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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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에서 유·무죄 각 4대3으로 만장일치 이르진 못해
구호제창·국회방문객 및 직원의 안전위협 가능성 들어 유죄판단 

참여연대, 옥외 기자회견 특성 전혀 이해 못한 판결 

옥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친 것이 불법집회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일까? 지난 9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재판장 심규홍 판사)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세월호 특검법 등 의결 촉구 기자회견의 집시법 11조 위반 사건에서는 ‘그렇다’고 판단했다.

비록 3시간 넘는 긴 평의 끝에 배심원들 유·무죄 의견이 각 4대3으로 팽팽했지만 재판부는 이견 없이 최종 유죄 선고했다. 관련해 참여연대는 "비록 국민참여재판 결과를 존중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제창한 것을 불법집회의 유일한 근거로 삼아 유권자인 국민이 국회 앞에서 그 어떤 형태의 집회도 할 수 없도록 한 집시법 11조 위반이라고 본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 (사진=참여연대공익법센터)

이 단체에 따르면 이번 판결의 선고대상은 지난해 3월 8일 국회 앞 담장 앞에서 대략 36분간 진행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의결요청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여자를 "국회 앞 100미터 인근 집회 절대 금지 조항 집시법 11조 위반"이라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었다.

하루 종일 진행된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 다툰 핵심 쟁점은 세가지 였다. 기자회견도 집시법의 규율을 받는 옥외집회로 봐야 하는가, 국회의 기능을 해치지 않는 경우에도 집시법 11조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런 정도의 기자회견이라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보아 처벌하지 않아야 하는가이다.  

배심원들의 의견은 세시간의 긴 평의 끝에 4대3으로 유죄 의견이 1명 더 많았고 재판부 역시 배심원 평결과 기존의 법원 판결대로 유죄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공판과정에서 검사 측 증인으로 나온 영등포경찰서 경비과장이 증언한 바와 같이 옥외에서 진행되는 통상의 기자회견은 거의 대부분 구호를 제창한다. 또한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 앞은 늘 다양한 기자회견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에서 국회 앞 기자회견을 집시법 위반으로 입건한 예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특검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기소한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라서 정치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외형만 기자회견이지 구호를 제창하였으니 실질적 집회라 국회 담장으로부터 100미터 인근 집회는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옥내외를 불문하고 기자회견은 핵심 대상이 기자이고 언론의 보도가 그 목적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자회견의 실질이다.

오히려 재판부가 기자회견의 실질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무엇보다 헌법은 평화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법률로서 집시법 역시 평화적 집회는 그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은 "언론보도를 목적으로 한 기자회견조차도 구호 제창을 하기만 하면 불법집회로 변질됐다"며 해산명령을 내리고 집시법을 적용해 수사·기소해왔다. 실제로 경찰의 이같은 자의적 법집행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시민사회에서도 여러차례 개선 요구가 있었다.

지난 9월 7일 경찰개혁위원회에서도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관리행태,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기자회견에서 구호제창, 피켓팅 등을 이유로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단속하는 것을 중지하라" 권고했고 경찰청은 이를 전면 수용했다. 경찰청의 권고 수용은 결과적으로 그동안 기자회견을 구호제창 등을 이유로 불법집회로 단속해 온 것이 위법한 공무집행이었음을 경찰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는 검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번 기자회견을 집시법 11조의 단속대상이라고 하더라고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앞에서 구호를 외친 것이 과연 사회상규상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인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회 앞 100미터 내에서는 집회를 금지한 법률 취지가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고 시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번 기자회견은 더더욱 이와 같은 취지에 반하는 것이 아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몇 번 제창한 행위가 집회의 목적 달성을 벗어나 자유로운 국회의사당 출입과 국회시설의 안전뿐만 아니라 국회가 수행하는 헌법적 기능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한다.

구호제창과 피켓을 들고 있는 행위가 과연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회시설 안전을 해치는 행위인가? 이런 정도의 의사표현이 과연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 정당방위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인가?

참여연대는 "이번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하여 언론보도를 주목적으로 한 기자회견조차 국회 인근 100미터 앞에서 그 어떤 형태의 집회도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11조를 적용하여 불법집회로 처벌하는 것의 부당성을 다시 한번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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