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우선기조와 상충하는 복지 정책

[이명박 정부]각종 방안 남발 전 관리체제 확보부터 심재훈l승인2008.01.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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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지난달 27일 첫 간사단 회의에서 보육 및 노인복지대책을 8대 어젠다로 선정했다. 차기정부는 시장친화적 맞춤형 복지로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올해 최고 8만4천원까지 적용되는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비도 80%까지 국가가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에 나온 한나라당 10대 기본정책만 보면 참여정부의 복지정책과 비견될 정도의 적극적 내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의무보육시스템을 도입, 치매 중풍 등 노인관련 시설에 총 3조원 투자, 중증질환자의 보장성 확대 등 상당한 재원이 요구되는 정책까지 포괄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 경마장 앞의 꿀벌마을. 검은 천으로 덮여 있는 곳이 숙실을 하고 있는 집니다. 이러한 수도권의 비닐하우스촌은 1980년대 주택가격 폭등으로 형성된 도시빈민들의 주거지다. 왕태영 기자 recht@ingopress.com

복지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보건의료와 보육은 시장친화적 정책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거기간부터 강조한대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위해 민영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료법 개정을 통해 영리법인의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보육시설은 농어촌지역에 국공립시설을 설치하지만 나머지는 민간시설 개선을 통해 수요에 맞춰간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정부가 지난해부터 복지분야에 본격 도입한 바우처제도(현금대신 바우처를 나눠줘 사회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가 우선과제 아니다”

문제는 예산확보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복지정책을 추진하려면 참여정부 복지예산보다 최소 11조원에서 20조원까지 추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측은 20조원의 세출예산을 절감하고 7% 성장을 통해 세입이 4조원 늘어나면 충분이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복안은 정부예산의 중 참여정부처럼 복지예산비율을 어느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가이드라인을 못박는 것이 아니라 불요불급한 예산절감과 경제성장을 통해 소요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사후적 방식이다.

때문에 차기정부에선 복지가 핵심과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선자의 정책통 중에 한 명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도 “성장을 강조하지만 복지예산을 줄여 성장을 촉진할 수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는 사회적 일자리에 예산을 늘려 내수성장을 꾀하던 참여정부의 전략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참여정부는 복지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3.5%까지 올리겠다며 출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지출은 여전히 GDP 대비 10%이하다. 여전히 미국(42.7%), 일본(47.4%), 영국(36.7%), 스웨덴(24.7%) 등 선진국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다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종합대책인 ‘새로마지 플랜 2010’을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예산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차기정부의 잔여적 복지예산배분 전략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최근 2008년 정부 예산안 심사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상황따라 복지공약 백지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확정된 2008년 정부예산에서 사회복지 관련 예산은 정부안보다 1천642억원 줄어 예산항목 가운데 가장 많이 삭감됐다. 반면 도로와 철도 등을 확충하는SOC(사회간접자본)예산은 3천600억원 늘었다.

지역개발 사업 확대가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심사의 주원인으로 작용했지만 복지, 교육, 대북지원 축소는 다음달 여당이 될 한나라당의 강력한 삭감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처럼 전체예산 가운데 복지.교육 등 사회부분의 예산비중 확대를 꺼리는 한나라당 기조로 볼 때 잔여적인데다 후배정되는 예산확보는 ‘빈말’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는 “공약만 보면 슬로건에 가까워 그 정도 예산이 조성될지 의문”이라며 “전체 예산상황과 경기에 따라 공약 가운데 일부는 예산편성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맞춤형복지 변질 우려도

이러한 재원확보 문제와 함께 사회복지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복지전달체계가 걸음마 단계인 한국적 현실에서 이 당선자측이 밝히고 있는 ‘시장친화적 맞춤형 복지’가 적용 가능냐는 것이다.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맞춤형복지를 위해서 민간분야를 확대한다고 해도 이를 관리하는 공적인 전달체계 확립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갖추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당선자가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가능하겠냐”고 지적했다.

지금도 사회복지 분야는 전문인력 부족으로 체계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에 7천여명의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이 150만명이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 관련 업무를 맡는 등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복지전문가들은 노인, 장애인, 아동 등 복지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맞춤형 복지의 전제라고 설명한다. 남 교수는 “복지전달체계는 가용자원을 복지 욕구와 연결시키고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서비스 제공을 운운하기 앞서 복지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복지바우처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노인수발과 보육부분에 대한 준비 없는 시장제도 도입도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복지를 정부가 직접 운영하지 않는 상황에선 기존시설과 재가복지공급.수발서비스기관 등의 체계적인 연계가 필수적이지만 경쟁을 중요시하는 시장논리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서비스저하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남찬섭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절약하려고 공급단가를 낮추면 공급의 질이 떨어진다”며 “병원이 이윤보전을 위해 특진이니 특실료 등 편법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것처럼 복지서비스도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초반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복지관련 종사자의 1인당 담당인구가 3천900여명인 반면 호주는 800여명, 일본은 2천여명이다. 또 영국, 독일 등 대부분 서유럽 국가들은 1천명 미만이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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