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자·감시자 역할은 계속돼야

“이명박 정부가 과거 10년 동안의 두 정권과 다른 색채를 띠게 될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쪼록 정부-시민사회 관계만큼은 큰 변화가 일어나지 말았으면 한다.”

‘거버넌스-새 정부와 시민사회, 거버넌스의 조건’이란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김선혁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협력적 거버넌스(민관협치)의 구축과 발전은 민주주의의 질 향상을 위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추구해야 할 영속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들의 성공적인 거버넌스 정책들은 더욱 공고히 하고 새롭게 요구되는 정책들은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방식을 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1987년 이후 시민사회는 질적, 양적성장을 했다.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운동을 시작으로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부와 시민사회간의 적극적인 협력 노력이 있어왔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선 정책적으로는 참여 및 협력의 창구가 과거의 정부보다 많았으나 민간 전문가 개인 수준의 접촉에 머무르고 말았다. 시민사회의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참여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이전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정부와 시민사회 쌍방간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정부로서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 정례적이고 효과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통로와 장치를 개발하고 제도화시킬 수 있는 전담 부처를 개편·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 증진을 기본으로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에겐 ‘공익’의 상대성, 가변성, 오류가능성 등을 인정하고 정치를 지나치게 도덕화하는 것을 삼가며 시민사회가 유지해야 하는 독립성과 자율성의 상대성 인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민사회와의 관계를 전담하는 독립 부서를 신설하자는 김 교수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부서신설보다 중요한 것으로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 혹은 뉴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와 관심, 정책적 의지” 등을 꼽았다.

부처 간 통폐합을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런 제안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결과의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해 경부운하 등과 같은 독선적인 정책결정을 보일 경우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또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익’의 상대성, 가변성을 인정하고 순수성만을 고집하지 말라는 등의 주장에는 동의하나 여전히 시민사회단체가 권력의 비판자이자 감시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시민교육과 교양강좌 등을 통해 민주시민 교육에 힘써 진정한 의미의 정부-시민사회 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전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이었던 김판석 연세대 교수는 세 번째 세션 ‘고위직 인사-새해의 성공, 첫 인사에 달렸다’에서 대통령이 인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정한 흐름에 인사가 치우치지 않도록 인사권을 인사담당조직에 위임해 국정운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와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각각 ‘정부운영-국정운영의 조건과 과제’란 세션과 ‘커뮤니케이션-웹2.0시대, 인수위원회와 언론과의 관계’ 세션에 발제자로 참여했다.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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