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게는 협상 내용 알려주면서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에도 비밀주의 고수하는 편향적인 FTA 협상은 수용할 수 없어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제20차 협상이 17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다. 16개국에서 700명 규모의 협상단이 참여하는 이번 협상은 비밀주의로 일관해 왔다. 우리 정부는 RCEP 협상 5년 동안 일반 국민과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 의견 청취는 제대로 한 적이 없다.

5년 전 형식적인 공청회를 한 번 개최한 것이 전부이다. 2016년 시민사회가 산통부에 공청회 개최를 공식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에도 이러한 통상 밀행주의·비밀주의는 바뀌지 않고 있다.

▲ (사진=경실련)

그 동안 RCEP 협상에서도 아시아태평양지역 시민사회가 협상단과 의견교환 자리를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의견교환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다. 아예 시민사회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거나 허용하더라도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해 호주 협상을 제외하면 시민사회에게 3분의 발언기회 밖에 주지 않았다. 이에 비해 기업들에게 하루 종일 또는 이틀 동안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 55개 시민사회 단체는 한국 산통부를 비롯한 각국 통상장관들에게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의견교환 세션을 이번 인천 송도 협상에서 개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번 요청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은 “RCEP은 의약품 접근권, 농민의 생활, 프라이버시, 환경 보호 등 16개국의 일반 국민들의 일상생황에 영향을 미치는 협정임을 지적하고 최소한 6개 분과 협상단과 의견교환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협상 절차는 FTA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 동안 RCEP 협상국들은 기업들에게는 협상 문안을 보여주거나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이처럼 비판적인 의견에 귀를 막는다면 통상정책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도 실질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비밀주의를 고수한다면 이런 절차로 체결된 FTA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양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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