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경쟁상대는 누구?

시민운동 2.0 윤찬영l승인2008.01.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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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벌써 꽤나 오래된 일이다.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라는 카피를 내세운 공익광고가 우리 국민의 승부욕을 자극하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90년대 초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OECD 가입을 추진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사실상 신자유주의 정책의 시작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본시장 개방 이후 단기외채와 함께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폭발적으로 늘어갔고 한보, 기아차 등의 연쇄 부도와 태국, 홍콩발 금융위기로 결국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말았다.

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시절

결과적으로 월가 금융자본이 쳐놓은 세계화의 덫에 불과했던 ‘당신의 경쟁 상대는…’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우습게도 얼마 전부터 나의 화두가 되었다. 여기서 ‘경쟁 상대’란 내가 도달하려는, 혹은 넘어서려는 목표의 다른 표현이다. 다시 말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니 대체 목표가 있기는 한가라는 것이 얼마 전부터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고민이다.

별 수 없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이라는 싱크탱크의 미디어팀장이다. 나와 미디어팀이 하는 일을 나열해보자면, 우선 '이스트플랫폼'이라는 사이트의 편집자이자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 결과물들을 사이트의 적당한 자리에 배치하고 제목을 뽑는 것이 중요한 일상 업무의 하나다. 몇 개월에 한번 정도 사이트를 조금 뜯어고치기도 한다. 다음으로 연구 결과물, 행사 등에 대한 마케팅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거나 블로그를 관리하기도 하고 포스터나 배너 등의 홍보물도 대부분 직접 제작한다. ‘R통신’이란 이름의 이메일 소식지도 주 1회 보낸다. 그 뿐이 아니다. 가끔 미디어팀에서 자체의 기획 기사를 작성하거나 취재를 나가기도 하고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늘어놓고 보니 꽤 많다. 실제로 나는 미디어팀이 인원에 비해 적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목표가 있기는 할까?

나는 언론사 편집국에서 일 해본 경험도 없고, 홍보 기획사나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 해보지도 않았다. 디자인 교육도 물론 받은 적이 없으며 영상편집 교육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어린 팀원들도 상황은 나을 것이 없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에게 외주를 맡길 재정 여력도 없다. 그래서 냉정히 평가하건데 지난 2년간 나와 미디어팀에서 해온 일은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도 많은 시민단체의 상황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의 기획에서 시작해여러 집행단계를 거쳐 결실을 맺기까지 전문 역량이 아쉬운 순간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업 기획력, 마케팅 능력, 디자인 감각, 취재능력, 외국어 능력, 하다못해 웹 프로그래밍 기술이나 동영상 편집기술 등도 그렇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내가 보기엔 세 가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열정이 필요한 때

첫째, 전문 인력을 뽑는 방법.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겠으나 안타깝게도 시민단체는 그리 인기있는 직장이 아니다.

둘째, 현재의 활동가들이 능력을 키우는 방법. 비용과 시간이 좀 들긴 하지만 개인의 의지와 단체의 협조가 뒷받침되면 가능하다.

셋째, 그냥 지금의 수준에 만족하는 방법. 올바른 선택으로 보이진 않지만 가장 속 편한 선택이긴 하다.

새해를 맞이해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다시금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새롭게 목표를 다듬어보는 건 어떨까? 김영삼 정부의 준비 안 된 세계화 전략은 좌초하고 말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꾸준히 준비하면 못 이룰 것이 무엇이겠는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뜨거운 열정이 기업의 돈과 국가기관의 힘을 넘어서기를 기대해본다.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미디어팀장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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