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풀뿌리 프로젝트' 설계

[시민광장] 생활정치 구현 위한 제언 정상호l승인2008.01.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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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여기저기에서 민주개혁세력의 패배 원인을 둘러싼 논의들이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그 원인으로 경제이슈의 압도나 보수 세력의 강력한 결집을 들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또는 집권당 후보의 무능력을 거론하고 있다. 모두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민사회 연구자로서 무엇인가가 빠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당과 사회운동의 기반으로서 ‘지역’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13곳을, 230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61곳을 장악하고 있다. 지방의회 역시 호남과 일부 충청지역을 제외한 전역에서 압도적 1당을 차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뉴라이트와 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단체들이 전례 없이 활성화되어 4대개혁입법 반대운동을 주도하였다. 시민사회의 또 다른 축인 이익집단 역시 성장 및 보수정책을 매개로 한나라당과의 정치적 연대를 공고하게 다져왔다.

적어도 정당의 조직적 기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통합신당 등은 지역적 기반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중앙의 명망가 정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보수진영과는 달리 진보개혁진영은 이번 선거기간 동안 심각한 분열상을 노출하였다. 일부는 보수정당의 집권 저지 혹은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미래구상’을 만들어 일찌감치 범여권에 합류하였고, 적지 않은 활동가들이 시민단체와 오랜 연관을 맺고 있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선거에 뛰어들었다.

초록정당과 같이 독자적 정당화를 목표로 이번 대선, 보다 궁극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단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대선연대’를 통해 의제 공론화 및 정책평가 중심의 메니페스토 운동에 중점을 두었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은 정당이든 시민단체든 동일한 한계와 오류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는 정치적 조급증이다. 통합신당, 창조한국당, 미래구상의 실험은 모두 착실한 준비와 건실한 인프라라는 두 가지 필요조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모험주의적 시도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둘째, 보다 근본적 문제점은 이러한 실험들이 독자적 정책과 참신한 방식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소통과 대표성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그렇지만 민주개혁진영은 진보의 국정운영능력이나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에 의혹을 품고 있는 일반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내부의 이견과 반대를 해소하는데도 소극적이었다.

요점은 시민운동 진영이 ‘주제넘게’ 정치와 선거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왕 할 것이라면 ‘운동답게’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역사적 경험에서 그것의 출발점은 인물 중심의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정책 중심의 지자체나 총선이어야 한다.

지금부터 2010년 지자체 선거에 대비하여 토호와 특정 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권력·지방의회·지방정치의 쇄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자. 시민운동의 활로는 지역에 기반을 둔 생활정치에 있다는 것이 서구의 보편적 경험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풀뿌리 네트워크의 활성화이다. 시민참여의 차원에서 서구와 한국의 차이는 주민참여조례와 같은 법령과 제도가 아니라 학교, 교회, 주민조직과 같은 일상적, 자발적 시민참여의 폭과 깊이에 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진보적 지식인이나 시민활동가들조차 학교운영위원회, 아파트자치회, 주민자치센터자문위원회 등 미시적 공공기구에의 참여에 매우 인색하다. 풀뿌리 네트워크의 강화는 정당과 운동의 지역적 기반 모두를 공고하게 만들 것이다.

셋째는 정치적 중립을 넘어선 시민사회단체의 정책협약과 사회협약에의 적극적 참여이다. 시민단체의 협약의 정치는 이중의 과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나는 교육·일자리·부동산 등 한국형 현안 문제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시민사회 내부에서 단일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을 갖고 제 정당 및 정부와 주도적으로 정책 및 사회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시민사회단체 스스로가 정책 전문성과 책무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준비를 착실하게 하기 위하여서는 이에 동의하는 시민사회단체들로 생활정치 구현을 위한 ‘2010 풀뿌리 프로젝트’를 꾸릴 필요가 있다.


정상호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정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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