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앞 집회 '폭력적 저지'

여성가족부 존치 촉구 기자회견 경찰 투입 전상희l승인2008.01.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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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보지 말고 밀어 붙이라는 소리가 경찰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인수위를 지키는 사람들이 이렇게 폭력적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6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대표, 활동가 등 70여 명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소속 6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대표, 활동가 등 70여명이 지난 9일 오후 1시 경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의 존치·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위해 대열을 정렬하던 중 경찰들과대치상황이 벌어졌다.

여성연합 제22차 정기총회에 참석했던 여성연합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위해 12시 40분 경 인수위 앞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인도로 올라갈 것을 요구했다. 상황 정리를 위해 마이크를 사용하자 경찰은 다시 볼륨의 크기를 조절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활동가들은 볼륨을 맞추고 인도로 올라가려고 움직였다.또 인수위 건물 앞 구조물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사이 경찰이 활동가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경찰에게 둘러쌓인 기자회견 참가자가 '이명박 당선자는 여성가족부 존치 및 강화 약속을 지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김금옥 여성연합 사무처장은 “경찰들에게 밀리다가 구조물과 경찰 사이에 갇혀서 통로를 확보해달라고 외치는데도 아랑곳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살인미수 아니냐”며 강력하게 관계자 사과를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지역 활동가들도 집회도 아닌 기자회견 자리에서의폭력적인 경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김 사무처장과 남윤인순 여성연합 공동대표는 관계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친 사람도 없으니 잘 해결된 것 아니냐”며 “오늘은 그냥 이 정도로 끝내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다시 문제제기를 했다.

10여 분간 관계자들과 논의가 이어졌고 남윤인순 대표는 “여성들은 늘 평화집회 해왔는데 대열을 정렬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밀어붙였다”며 “관계자들이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시인은 했다”는 말로 상황을 종료했다.

조직개편 논의 중단 요구

이번 사건은 정부 조직개편을 예고한인수위에서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합논의가 불거지자 여성계가 반대 입장을 펴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인수위 홈페이지에 여성가족부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렸더니 입에 차마 담지 못할 욕설들이 댓글로 달렸다”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라도 여성가족부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선 제주여민회 공동대표는 “지방여성정책은 중앙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이제야 지자체도 성인지적 정책을 위해 노력하는 게 보이고 있으며 스스로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말한다”며 “여성가족부가 의미가 변색된다면 지방의 여성정책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한국염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현재 이주여성을 위한 정책들은 그들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고 복지, 가족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며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유지하려 이주민 여성들을 출산과 사회 돌봄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여성가족부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여성가족부의 존치·강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문에서 여성연합은 “여성부의 신설로 호주제가 폐지되고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는 등 여성인권이 향상되었다”며 “스웨덴, 뉴질랜드, 독일, 캐나다 등 여성관련 국제지수가 상위 50%에 속한 국가 13개국 중 10개국의 나라에는 독립적인 여성기구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의 경우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존재하며 하위 부서로 가족·복지보호 뿐 아니라 '평등국'도 존재해 성인지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은 성평등국과 평등기회 옴부즈맨을 하위부서로 하는 통합성평등부가 여성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성인지적 감수성을 일상화 하기 위해선 여성가족부가 존치·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여성연합의 주장이다.

또한 여성연합은 보건복지부로의 통합논의는 성평등정책의 포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본격적으로 추진되려는 성별영향평가제도, 성인지예산제도, 성인지교육 등의 정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게되고, 실질적으로 성평등정책 총괄하는 추진체계가 사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여성가족부의 존치 및 강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보건복지부로의 통합은 여성이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여성들을 보호해달라는 게 아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태영 기자
지난 8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는 여성 국회의원과 여성계 인사들이 국회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하루 앞서 여성 국회의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가족부의 존치·강화를 요구했다. 이은영 대통합민주신당, 최순영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등을 포함한 17명 여성 국회의원들과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신혜수 UN 여성차별철폐위원 등 여성계 인사 31명 등 총 48명이 이번 기자회견문에 뜻을 같이 했다.

신혜수 UN 여성차별철폐위원은 “UN에서 8년 째 전 세계의 여성차별이 어떻게, 얼마나 사라지고 있는지 심의하고 있다”며 “한국은 그 동안 꾸준히 노력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전담부서의 기능강화가 세계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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