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삼성특검 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철저한 삼성의혹 규명을 강조해온 시민사회와 사제단은 특검이 ‘면피용’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의혹해소를 위해선 지금까지 검찰이 소환을 미뤄왔던 이건희 회장 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홍라희 리움 관장,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등의 핵심 관련자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상용차 분식회계, 중앙일보 위장계열분리, 노조탄압 등 특검 수사 범위에서 제외된 의혹사건에 대해사도 검찰의 중단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삼성이건희불법규명국민운동,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용철 변호사는 9일 오전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특검 ‘특검이 반드시 수사해야 할 사항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했다.

왕태영 기자

경제개혁연대 김영희 변호사가 삼성 특검이 반드시 수사해야 할 30여개 사항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이 밝힌 특검의 필수조사내용은 경영권 불법승계 관련 삼성에버랜드 사건 등 15개 사항, 분식회계 조사 등 비자금 조성 관련 16개 항목, 불법로비 관련해 혐의검사들의 소환조사 등이다.

사제단 전종훈 신부는 “의혹해소 국민여론은 돈으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삼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준엄한 경고였다. 특검은 법인 만인에 평등하다는 것을 실증해야 한다”고 지적하면 의견서 발표 경위를 설명했다.

◇특검 이건희·이재용 핵심관련자 소환조사를=참가자들은 삼성 의혹 실체 접근을 위해 이건희 회장 소환조사가 전제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변호사는 “특검 수사에서는 에버랜드 사건관련 실질적인 주범인 이건희 회장을 소환조사해야 한다.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허태환, 박노빈 2심 유죄판결에서 드러났듯 이 회장 자신에게 배정된 주식은 실권하고 40억원 상당을 두 딸들에게 불법 증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버랜드 사건 뿐 아니라 비자금, 분식회계 등과 관련해서도 이건희 회장은 상시적인 보고를 받는 등 핵심행위주체였으므로 반드시 소환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전무의 소환도 의혹의 핵심을 푸는 열쇠로 지목됐다. 김 변호사는 “이재용 씨에 대해서도 소환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김인주사장의 요청을 받아 취임했다는 것은 사실인 아닌 것으로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e삼성 사건의 경우 이재용 전무가 주식소유주로서 피고인이다. 이뿐 아니라 2002년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e삼성 내부 문건에 언급된 관련자 김인주, 진대제 등 핵심관련자의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삼성SDS 전환사채 발행사건에서 2번에 걸쳐 무혐의 결정한 당시 수사검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자금 몸통 확인 위해 금융기관 전수조사 필수=비자금 조성과 운영을 확인하기 위한 금융기관 전수조사도 요구됐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검찰 특본 수사결과 밝혀진 것으로도 수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지적했듯이 87개 전체 금융기관에 대한 삼성 전현직 임원의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검찰의 수사 이후 폐기한 것으로 알려진 계좌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혹 해소에서 국세청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도 종합소득세를 확인하고 차명계좌를 확인했 듯 주요 삼성전현직 임원에 대해 세금납부 내역을 조사해야 하고 이를 국세청이 거부할 경우 특검이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자금 불법 운용과 관련해선 구조본 관리계좌 전부를 조사하고 미술품 구매 의혹으로 문제가 알려진 서미, 국제, 현대 갤러리 등 삼성과 거래가 있는 미술관들의 탈세 여부를 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술품 불법 구매 의혹을 밝히기 위해선 홍라희 리움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차명계좌 실체 확인 특검 성패 갈라=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일가 지배권 확보를 위해 차명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힌 삼성 비상장 계열사 주식의 규모와 차명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주주명부를 통해 관련자 전부를 소환조사하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종기, 이필곤 씨 등이 보유한 차명주식을 삼성의 공익재단에 기증한 부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는 설명이다. 삼성 계열사의 실권주를 인수한 임원들이 본인 자금으로 이를 매입했는지에 대한 확인수사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비자금 운용과 관련해선 지난 대선자금 수사에서 드러난 차명계좌 보유사실과 삼성비자금 구입 800억대 채권의 내사기록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미확인된 당선축하금, 대선자금 누락분 등 대선자금 전말도 밝혀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김용철 변호사가 로비대상으로 지목한 검사들을 소환조사해야 한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검사 명단의 공개는 수사 보안상 이유로 이후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공개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별개로중앙일보 위장분리 등 다른 의혹 밝혀야=특검을 위한 구체적인 수사항목 제시와 함께 사제단과 국민행동은 중앙일보 위장분리 사건, 삼성중공업 등 분식 등 다른 삼성관련 의혹들은 검찰이 지속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지금도 검찰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마뱀 꼬리자르기 식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 금감원, 국세청, 공정위 등 국가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삼성 문제가 국민적 의혹이 된것”이라며 “김 변호사 양심고백은 단서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실체를 접근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몫이다. 국가기관이 국민들의 세금을 받고 직무를 유기한다면 존립근거를 인정받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행동이 밝힌 추가 수사대상은 △삼성중공업, 삼성항공 등 분식회계 △노조탄압공작 △삼성자동차 법정관리기록 공무원 매수 소각 △중앙일보 위장 분리 의혹 등이다.

이덕우 변호사는 “삼성상용차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수사시 삼성 법원 사무관을 매수해서 문제 서류 소각 여부도 수사해야 하다”며 “대법원에서 직무감사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과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노조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삼성의 행태에 대해 “삼성계열사에서 노동자들이 노조설립 신고시 담당공무원이 삼성직원에게 연락해 노조설립필증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노조설립을 무력화시킨 방식은 이미 오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며 “삼성직원들 위치추적, 도청, 납치.감금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찰, 경찰, 노동청 등 관련 기관들은 국민의 직무유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한다. 일단 특검에 전달한 후 수사의지가 확고한지를 확인하고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이건희 일가에게 면죄부를 주는 식이 된다면 불신임 운동과 그 이상의 정치적 운동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준웅 삼성 특검팀은 10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 출범한다. 조준웅 특검은 이날 파견검사와 수사관 인선 등 수사팀 인선을 마무리 한 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밝혔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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