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불발로 통과돼지 못했다. 언론보도와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가 공공분양에서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실시한다고 했으니 지켜보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합의가 불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민주당·자유한국당 각 4명, 국민의당 1명 등 9명의 전체합의가 있어야 통과가 가능하다. 

이번 회의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중인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도 민간의 후분양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적폐 청산을 바라고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많은 국민들의 열망에 반하는 여당이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수십년간 이어진 부동산 적폐를 바로잡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할 필요가 무엇인가. 더군다나 정부는 여전히 민간 후분양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보다 앞장선 모습을 보여야 한다. 

후분양으로 인한 일각의 우려는 이미 상당부분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후분양을 통한 분양가 상승률이 최대 7%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실제 LH공사가 시행했던 후분양 시범단지들의 분양가 상승률은 0.57%에 그쳤다.

정동영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 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벌대기업이 아닌 중소 건설사의 경우 선분양을 실시하되, 사전예약제로 분양하게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마저도 거부하는 것은 국회가 시민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후분양제에 소극적인 모습은 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역시 공공부문의 의무화에조차 반대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LH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해, 단계적인 후분양 확대방안을 우선 시행하고,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공공기관에 대한 후분양 의무화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SH공사는 이미 10년전부터 후분양제를 아무런 문제없이 시행중이어 새롭게 성과를 평가할 필요조차 없다. LH공사도 2015년이후 시범사업을 진행 한 만큼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즉시 시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률 개정없이 청와대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결정해 시행할 경우 앞으로 계속 추진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몇 년의 시범사업이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지금과 같이 높을지도 확신 할 수 없다.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지지가 정부 여당의 지지율로 표출되는 지금이 부동산 적폐 정책을 개혁하기 가장 최선의 시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하루빨리 후분양제 도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2017년 12월 15일)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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