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증발된 인재과학부

‘교육 시장화’ 목표로 밀어붙이기

교육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국가는 고품질의 보통교육을 책임지고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공급해야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부 개편시 '교육'을 실종시킴으로서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17대 대선 이후 이명박 정부 인수위측에서 교육부폐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교육부를 존속시키고 과학 기술부의 일부 업무를 이양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부처이름에서 '교육'이 증발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섯부른 정책과 실종된 청사진

교육부가 인재과학부로 바뀐 이유에 대해 인수위 박재완 위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교육이라는 말이 공급자중심이 강해서 수요자입장을 중시하는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치교육에서 벗어나려면 공무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하고 이름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인재양성이 중요하고 교육행정기관에 대해 형식상의 변화가 아니라 내용상의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 발언의 의도에 대해 일부 인정할 점도 있겠으나 순기능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클 것이다. ‘빈대 잡기위해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식’으로 교육행정기관의 관행과 관치에서 벗어나기 위한다는 명분아래 국민의 교육권리, 국가의 교육책임을 방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교육부를 살려내라는 요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이 땅의 교육이 설 곳, 국가가 교육을 어떤 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마땅히 밝혀야할 것이다.3불을 폐지한다는 대입자율이 교육인가?자사고 증설이 교육인가? 그 정책 대부분이 모두 교육 제도의 일종일 뿐 나라의 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향해 가는지 밝히고 있지 못하다.

인수위 정책에 대학정책이 있는가? 없다. 인수위정책에 학문정책이 있는가? 없다. 향후 5년 이명박 정부 교육청사진이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이명박 정부가 교육의 청사진을 교육시장화에 두기 때문이다. 만약 교육시장화가 목표라면 교육 다양화, 대학자율, 규제개혁이라는 온갖 미사여구를 버리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교육이 관치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율에 따른 책무성와 시스템, 인식이 미흡한 상태에서 교육을 이리저리 난도질하고 여기저기 찢고 있다. 이는 자신감 결여와 교육을 양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에 방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학업무를 이양한다는 대교협, 그동안 대교협이 한 일이란 각 대학의 입시전형을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대학 총장들의 친목회 수준의 역할이었다. 대학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지금 인수위가 대학 완전자율을 주장하지 못하고 중간에 대교협을 끼워 넣은 것은 대학자율에 대한 확신, 대학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학 자율로 맡겼다가 부작용이 심할시 정책이 선회하면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점이다.

시도교육청 업무이양 더 심각

그러나 초중등업무를 시도교육청에 맡기는 것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각 시도 교육이 자율과 특색이 없는 것을 단지 교육부의 탓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일차적으로 입시교육의 획일성이 교육의 다양화를 저해하는데다가 시도의 재정자립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민선자치단체장과 민선교육감은 공동체교육과 인성교육을 외면하고 유권자들의 '표'를 인식한 단순 행보를 보일 것이다.

결국 한국 교육은 지방끼리 자사고 유치경쟁, 명문대 보내기 경쟁 등 교육의 본질은 사라지고 입시공화국의 일그러진 모습만 남게 될 것이다. 지금도 전남 순천 등에서는 인재의숙 등을 세워 명문대 합격 경쟁에 지자체가 앞장서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실종은 향후 ‘고교다양화 300플랜’의 우수고 개수만큼 20%의 정규직 혹은 취업가능 대학진학그룹과 80%의 비정규직, 취업불가능 대학그룹으로 갈라치기 될 우려가 크다. 전 국민의 80%가 배움의 열정이 실종된 사회, 더 이상 역동적이지 못 한국사회의 단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회일각에서는 이명박 당선자나 인수위 스스로도 제시한 교육 정책들이 사교육비절감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들의 최종목표, '교육의 시장화'를 위해 짐짓 밀어붙인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음모론이 힘을 얻는 것은 그만큼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목표와 과정이 엇박자를 낸다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