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시민운동 2.0 김삼수l승인2008.01.21 11:4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가 있다. 노상강도인 프로크루스테스는 사람들을 쇠침대에 눕히고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고 한다.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면서 많이 쓰인다.

요즘 우리 사회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망령처럼 존재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틀 안에 갇혀 모든 것을 재단하고, 그 틀이 진리인양 받아들이고, 관성에 젖어서 행위하는 삶이 아니라 단순히 호흡하는 삶을 살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사회의 변화·발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신념들이 안일함에 사로잡혀 퇴색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용기를 내어서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읊조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는 대로 생각했던 우리를 깨워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용기가 절실하다.

발전위한 아픔만이 성장통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6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또한 분단 60년의 해이기도 하다. 뭔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그것은 한반도 평화라는 잘 익은 결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고, 한반도 평화가 좀 더 구체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새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른 ‘통일부 폐지’로 기대는 우려가 되어 찾아왔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 평화실현의 호기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인가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가 평화를 바라듯 평화로 가는 길 역시 평화적이어야 한다. 그 평화적 방법은 대화와 타협, 교류와 협력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평화는 그 자체로 숭고한 목적이다.

지난 10년의 대북정책에 대한 감정적인 처사로 한반도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틀에 박히고, 낡은 사고에 집착하는 오만함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형상화된 것 같아 씁쓸하다. 애써 터놓은 물꼬를 다시 막아놓으려 하고 있으며, 성장통이라는 수식어로 모든 행위를 포장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후퇴하는 아픔은 성장통이 될 수 없다. 발전을 위한 아픔만이 성장통인 것이다.

다시 평화를 생각한다

주위의 계단에는 난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난간을 만들 때 그 높이를 사람의 배꼽 높이를 기준으로 한다고 한다. 만약 사람의 배꼽 위치보다 낮게 만든다면 난간에서 떨어질 위험이 크고, 배꼽 위치보다 높게 만든다면 난간을 잡기 어려워 계단 오르기가 힘들어진다. 배꼽은 사람이 ‘무게중심’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무게중심을 잡고 남북관계 발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배꼽’이 필요하다.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를 인정하고 변화와 연속성을 수용하면서 조화시켜 나가는 ‘중심’ 역할이 절실하다.

또한 다시 시작된 우리 사회의 갈등 속에서 다른 점이 있더라도 같은 점을 취하면서 이견을 좁혀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겪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논의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갈등이어야 하고,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부딪히면서 발전할 수 있는 갈등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한 인정, 차이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라는 잘 익은 과실을 거두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거름을 뿌리고 물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갇혀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 변화의 주체는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서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우리여야 한다.


김삼수 경실련 통일협회 간사

김삼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삼수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