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식 ‘반 발짝 진보’ 의미있는 성과
양심적병역거부 문제 등 해결과제 상존

지난 2006년 1월 국방부 내 인권팀이 만들어졌다. 2005년 논산훈련소 인분사건, 28사단 총기사건으로 국방부 내에 인권전담부서를 만들라는 시민사회와 국회의 강력한 요구가 받아들여 진 것이다.
인권팀이 법무관실에 설치돼 법조인으로 팀장을 공모했다. 당시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던 이성주 변호사는 법무관 동기의 권유로 인권팀장에 지원했다.

“처음 2~3개월간 멍하니 있었다. 군에 인권 잣대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군인권 관련 국제회의를 참가했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국방부 인권팀은 인권교육 프로그램의 성과적인 운영으로 국가인권위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국방부 내에서도 인권업무 전담팀이 만들어진 후 인권개선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냐고 반기는 분위기다. 국방부 인권팀이 만들어진 이후 지난해에는 육해공군에서 인권과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군인권이 자리잡았다고 단정하기엔 사병들의 고충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정주 국방부 인권팀장을 지난 22일 국방부에서 만나 그동안 인권개선활동의 성과와 과제를 들었다./편집자

심재훈 기자

-처음 국방부 인권팀이 만들어 졌을 때 각종 사고로 군의 신뢰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군도 28사단 총기사건이나 논산훈련소 인분사건으로 병사들의 인권개선에 관심이 있었다. 처음 인권팀이 만들어졌을 때 군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아주 낮았다. 대국민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했다.

인권팀의 역할은 2중적인 측면이 있다. 인권교육 등 내부시스템을 체계화하는 업무를 하지만 인권 관련된 외부와 가교역할도 한다. 국가인권위가 병사들로부터 진정을 받는데, 인권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인권위 조사관들과 부대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인권위 입장에서는 법에 의해서 조사를 진행하는데도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었다. 인권위가 구타사고에 대해 권고 등을 내도 시정조치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

반면 병영문화개선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외부에서는 아무 것도 안한다고 보는 인식도 많았다. 군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외부와 건전한 협조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권문제가 난관에 부딪혔다. 인권위에 찾아가 국방부 관련한 업무는 인권팀으로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인권위의 조사요청이 있으면 인권위 조사관이 가도 마찰 없이 응할 수 있도록 장관 명의로 공문을 해당부대로 보낸다. 이후 인권위와 국방부 관계가 원만해졌다. 그런 부분이 외부로부터도 평가받은 부분이고, 국방부 내부에서도 팀이 만들어진 이후 인권위나 인권단체들과의 협조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돼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의식 개선활동

-군에서 인권을 강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방부 내부에서는 특성상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발 앞서 가기를 기대하기보다 반 발짝 진전하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으면 인권단체가 강조하는 것을 검토하기 힘들다. 기존 입장보다는 진보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등에 대해서는 지금은 받아들인다고 했하는데 일반공무원들이나 군인들은 여전히 조심스런 부분이다.

-국방부 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지난해 12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스웨덴, 핀란드를 방문하고 국방부와 사회복무를 관장하는 노동부의 대체복무담당자를 만나서 현지 체제와 사정을 들었다.

대체복무를 실제 준비하는 인력관리팀과 같이 갔는데 관리팀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교인 관련 문제 등이었다. 종교와 양심이 객관적으로 드러나기 힘든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인력관리팀에서는 병역 회피 수단으로 악용해 갑자기 많은 인원이 대체복무로 지원하게 될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직접 방문한 북유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병역자원 대비 병역거부자들이 소수니 신청하면 대부분 받아들인다. 아직까지 선진국처럼 100% 수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 국방부 내부의 의견이다. 복무기관에 대한 부분은 인력관리팀에서 하고 있고, 인권팀은 복무자가 양심선언을 하고 지원했을 때 이를 선별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 브리핑 자료에도 ‘국민의 여론을 고려해 이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듯 아직 국방부가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뒤집어 보면 여론의 추이에 따라 대체복무 범위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까지 주력한 분야는.

▲인권마인드 정착을 자연스런 과제로 받아들이고 인권의식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 교육사업이다. 지금까지는 제도개선보다는 교육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대대장급 이상 군 지휘관에게 인권 리더십 연수과정을 진행했다. 병영의 기본적인 울타리를 관리하는 대대장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친인권적인 리더십 개념을 설명한다. 임무를 부여할 때 병사들이 그 이유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동기유발과 순화적인 어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육군 뿐 아니라 해군, 공군도 방문교육을 실시했다. 하지만 교육 연수과정을 운영하다보면 장병기본권을 교육하는 데는 전문적인 교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밖에도 여성고충상담책임관 연수과정을 운영해 비율로는 3%에 불과한 여군들의 애로를 해결하고 성폭력 등 인권침해에 대응했다.

기본 토대 구축 향후 집중

-올해는 어떤 분야에 집중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제도 정비, 수사가이드라인, 인권교육체계 완성 등 3가지 분야를 집중할 생각이다. 또 2005년부터 시행된 기본권 전문상담관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사단별로 기본권 전문상담관을 2명씩 배치해 군복무 부적응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상담전문가가 부적응자의 얘기를 듣고 부대 지휘관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군대 사망 현황을 보면 여전히 자살이 첫 번째 이유가 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사고예방에도 긍적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20명이 있었는데 올해는 인권을 충원해 42명 정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갑자기 격리된 환경에 맞닥트리게 돼 부적응 비율이 높은 전방사단 위주로 배치됐다. 장기적으로는 연대급까지 파견될 수 있도록 계획을 잡고 있다.

군 수사 상 인권보호에 관한 규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수사상의 관행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다. 민간 영역의 인권적으로 앞서 있는 수사기법이나 관행을 참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군인권교육 규정을 만들어 교육체계를 완성 할 방침이다. 시간, 방법, 내용 등에 있어 교육에 관한 규정이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이를 현실적이고 강제적인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다.

-인권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군내에 우려는 없나.

▲인권을 가지고 몇 년간 드라이브를 거니까 부대 운영을 하는데 힘들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이를 테면 ‘토요일 작업을 하면 인권침해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병사도 있다는 것이다.

군인권문제가 부각된 이후 5시부터 일과시간 이후에는 자유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10시가 취침인데 12시까지는 장소를 지정해서 개인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선책이 시행되고 있다.

출퇴근 개념이 어느 정도 도입돼 하루 일과 업무시간에 훈련을 받고 이후에는 쉰다는 개념으로 운영된다. 군대의 특성상 부대평가 등이 있으면 집중적으로 교육, 사격을 하고 일과 이후 총기손질 등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자율과 군의 특수성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여전히 인권이 강조돼서 지휘권 보장이 안 된다는 지휘관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인권과 지휘관의 동반적 발전 방안을 정책과제로 외부연구소에 맡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 간부나 지휘부에서 애정을 가지고 뒷받침 해줬긴 하지만 좀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동안 변화 가운데 성과적인 측면은.

▲‘인권’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없어졌다. 2년간에 알게 모르게 바뀐 부분이다. 초반에 타의에 의해 인권이 도입된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대대장 정도 되면 40대 중반 이상이다. 젊었을 때 사회분위기를 생각하면 당장에 인권의식을 바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권의식을 받아들이는 토대가 필요하다는 교육에 중점을 뒀다. 대대장 교육에서 항상 인용하는 것이 백군기 3군 사령관(대장)의 지휘서신이다. 백 사령관이 취임 1호로 예하부대 지휘관에게 보낸 지휘서신 제목이 ‘인권와 인명(人命)을 중시하는 군 만이 싸워 이길 수 있다’였다. 고위 장성 중에서도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가 일 욕심으로

-차기정부가 인권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군인권에 대한 뚜렷한 언급은 없지만 차기 정권의 기조에 따라 인권팀 존폐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새 정부의 군 인권 정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인권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만일 인권업무를 축소하려면 공개적으로 해야지 어느 날 은근슬쩍 없애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3월이면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계약이 연장될지 신경 쓰인다. 남아서 할 일이 더 있다. 국방부에서 인권업무를 없앤다면 서운할 것 같다.

원래 기독변호사회 회원으로 있으면서 진보적인 활동과 토론회 등에 참가하는 등 사회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 수준이었다. 여기 와서 인권업무를 하다보니까 이 업무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은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일 욕심을 내고 있다. 잠시 일하고 폼만 잡고 나가자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