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자운동에 마음 주자

[시론] 최상림l승인2008.01.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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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몰아친 추위에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이랜드 노동조합에서 발행한 설날맞이 재정사업 전단지가 눈에 띄었다.

‘아! 잠깐 잊고 있었구나. 대선이니 삼성특검이니 정부부처 통폐합이니 경부운하니 하는 큰 사건들 속에서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깜박하고 있었구나. 생활이 어렵다던데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하는 생각들이 들어 근황을 살펴보았다.

지난 2006년 연내 타결을 목표로 교섭의 줄을 밀고 당기고 있던 이랜드-뉴코아 노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사측이 33명에 대해 영업방해 사유 등으로 해고통보를 하면서 더욱 경색국면으로 넘어간 듯하다.

이랜드-뉴코아노조에 따르면 뉴코아는 지난달 18일 박양수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 18명을 면직 조치하고, 9명의 간부와 조합원에 대해 3~6개월의 정직 징계를 통보했다. 뉴코아는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로 징계 사실을 공지했다. 이랜드리테일(홈에버)도 같은날 노조간부 14명에 대해 징계해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700여명의 노동자들이 서로 가슴을 안아주며 대열에 참여하고 있지만 사측은 파업 미참가 조합원 및 이탈 조합원을 중심으로 뉴코아 살리기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노동자들의 마음을 갈래 갈래 찢기로 한 것 같다.

파업참여 조합원들도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계의 문제로 힘든 날들을 버티고 있다. 분유값이 없어 복귀하는 조합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연일 보도되는 당선자의 경제활성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마련의 발언과 행보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본 한겨레 한 면에 YMCA가 명동에서 벌이고 있는 공정무역 캠페인 사진이 있다. 동티모르 농민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한 ‘평화 커피’를 시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환하다. 남을 희생하는 것을 댓가로 하는 삶의 방식이 아닌 사회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척 민감한 감수성과 정보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노동과 지구환경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내포하고 있어서 그 것을 읽어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콧 니어링처럼 스스로의 노동으로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하지 않는 바에야 공정무역 캠페인이나 이랜드 사태 등 특정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인식하게 된 영역에서나마 착한 소비자로서 실천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랜드 사태를 접하면서 뉴코아나 홈에버와 같은 대형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었다. 그전에 소비자로서의 나에게 그들은 ‘언제나 내게 친절해야 매장 직원이었고, 나는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있는 고객’이었다.

그들이 3개월에 한 번씩 6개월에 한 번씩 계약서를 갱신하며 늘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줄을 몰랐고, 소비자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계산대에 서면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어 방광염에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다른 나라에서는 계산대 옆에 의자가 있어 다리가 퉁퉁붓지 않도록 앉아서 계산할 수 도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제나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야간근무를 할 때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불안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주부노동자들을 그렇게 부려먹는 매장측에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더욱 안했다.

그들이 2006년 6월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서 농성에 돌입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들을 쏟아냈을 때, 비로써 친절과 편리함이라는 정보만이 아니라 우리관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보들이 나에게 들어왔다. 그리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이 희생하는 것을 댓가로 하는 관계’에 편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러니 동티므로 농민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한 커피를 마시는 착한 소비자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이 홈에버와 뉴코아 매장측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공정한 급여를 보장하도록 착한 소비자 운동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었다.

지난 17일 이랜드 공대위, 나쁜기업 이랜드 불매운동 시민행동과 여성에게 좋은 기업만들기 실천단이 기자회견을 하였다. 28일부터 2월 8일까지 2주간 시민사회 단체가 이랜드 사태의 공정한 해결을 촉구하는 불매행동을 진행한다.

그동안에도 여성계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꾸준히 진행되어 홈에버 영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한 번 더 모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떠나 시민사회단체의 착한 소비자 운동은 땅 밑에서 흐르며 생명을 나르고 있는 숱한 잔뿌리의 물처럼 서로의 가슴을 넘나들며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도덕적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좀 불편하더라도 홈에버나 뉴코아는 당분간 발길을 돌리고, 구정선물은 이랜드 노동조합의 떡국이나 영광굴비, 신고배, 상주곶감 중에서 골라보자.


최상림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최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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