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를따라-영덕 강구마을에서

관목어(貫目漁) 남효선l승인2008.02.01 16:3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과메기 세상

포항을 비롯 동해연안에 자리한 어촌마을은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높은 ‘과메기(관목어)’를 말리느라 분주합니다. 특히 과메기 특구로 지정된 포항 구룡포항을 비롯 영덕군 강구읍 일대는 푸른 동해 자락을 끼고 과메기 덕장이 빼곡하게 들어섰습니다.

남효선
요즘 동해연안 어촌마을에는 꽁치가 해풍에 맨 몸을 드러내고 과메기로 변신 중입니다.

과메기가 겨울철 별미로 자리잡은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몇 몇 애주가들 사이에서 겨울철 안주로 인기를 끌다가 불과 수 년 사이에 동해연안 해촌마을을 먹여 살리는 효자 특산물로 자리잡았습니다.

과메기의 어원은 ‘관목어(貫目漁)’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일테면 ‘나무에 걸려 있는 고기’라는 의미이지요. 해촌사람들은 관목어의 기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동해 연안 해촌마을의 담장은 대개 싸리나무로 세운 울타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파도가 일고 해일이 넘치는 겨울철이면 해류를 타고 북으로 이동하던 청어가 해일과 함께 싸리나무 울타리에 와서 꽂힌다고 합니다. 싸리나무 울타리에 걸린 청어는 해풍에 몸을 내맡기도 며칠을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퍼덕퍼덕하게 건조되지요. 이렇게 며칠 밤낮을 얼엇다가 녹으면서 해풍에 마른 청어는 육질이 쫀득쫀득한 ‘관목청어’가 되지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과메기입니다. 당초 관목어가 동해연안 지방의 방언으로 굳혀진 것이 오늘날의 과메기인셈이지요.
남효선

1832년과 1871년 발간된 영일읍지와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해풍에 얼면서 말려진 관목어가 진공품으로 선택된 지역은 연일과 장기 두 곳으로 확인됩니다.

이들 옛 문헌에 의하면 ‘매년 겨울이면 청어가 반드시 연일과 장기지역에서 제일 처음 잡히는데 먼저 나라에 진공한 후에야 모든 고을에서 이를 잡았다. 청어가 잡히는 정도가 많고 적음에 따라 그 해의 바다농사 풍흉을 점쳤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이 지역 풍습을 기록하고 있는 『소천소지』에는 ‘동해안 지방의 한 선비가 겨울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해안가를 가다가 민가는 보이지 않고 배는 고파오는데 해변가를 낀 언덕 위의 나무가지에 고기가 눈(目)이 꿰인 채로 얼말려(얼면서 마른 상태를 이르는 경상도 방언) 있는 것을 보고 찢어 먹었는데, 너무나 맛이 좋아 과거를 보고 내려온 그 선비는 집에서 겨울마다 생선 중 청어나 꽁치 등 눈을 관통할 수 있는 어류의 눈을 꿰어 얼 말려 먹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청어를 연기에 그을려서 부패를 방지했는데 이를 연관목’ 이라고 한 기록도 전해집니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비웃(청어) 말린 것을 세상에서 흔히 관목이라 하나, 이는 잘못 부름이요, 정작 관목은 비웃을 들어 비추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얼 말려 쓰면 그 맛이 기이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해연안 지방은 옛부터 염장기술이 발달한 곳입니다. 오늘날처럼 냉장고 따위의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 과메기는 이른바 ‘냉훈법’의 효시인 셈입니다. 이같은 냉훈방식으로 생선을 갈무리하는 습속은 과메기뿐만 아니라, 가자미, 가오리, 열기, 명태 따위의 어물도 같은 방식으로 저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강원도 인제지방의 황태덕장은 대표적인 냉훈방식 처리장이지요.

남효선

과메기가 겨울철 별미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대규모 덕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어촌의 정지(부엌)에 달린 ‘살창’에 꽂아 말렸습니다. 살창은 일종의 환기구입니다.이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적당한 바람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살창으로 빠져 나가는 솔향까지 배여, 그 맛과 향이 독특한 과메기로 완성되는 것이지요.

최근 과메기가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으면서 청어는 꽁치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는 청어 어획량이 급격하게 준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대량생산이라는 상혼에 떼밀렸다는 것이 좀더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청어는 꽁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훨씬 많은 어종입니다. 때문에 청어를 과메기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대략 6~7일 이상이 소요됩니다. 반면에 꽁치는 3~4일이면 과메기로 완성할 수 있지요.

지금 영덕 강구항과 포항 구룡포항 등 동해연안 해촌에는 푸른 동해를 이마에 이고 과메기가 해풍을 맨 몸으로 맞으며 익어가고 있습니다. 영덕 강구항에서 찍었습니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효선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7@naver.com
등록번호 : 서울 아 02638  |  등록일자 : 2013년 5월 8일  |  회장 : 이정우  |  대표 : 윤순철  |  발행인 : 설동본  |  편집인 : 강상헌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영일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