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기간 남북관계 손놓기?

북핵폐기 적어도 5년… ‘비핵·개방 3000’ 추진한다면 이향미l승인2008.02.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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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 대북정책 전문가 진단

‘비핵·개방3000’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구상이 남북 경협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남북관계에서도 ‘실용’을 내세우고 있는 평화통일시민연대와 민변통일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한반도 평화구축 △남북경협 △통일방안 정책 등 다각도에서 차기정부의 대북정책을 짚어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인수위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참여와 MD(미사일방어체제)가입, 통일부 폐지와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의 주요 키워드는 표면적으로는 비핵, 한미동맹, 남북경협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상호주의, 북핵연계, 인권개선,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대북정책과 관련된 브리핑에서 “북핵 폐기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천달러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모든 대북 협력과 지원에 북한의 핵폐기를 내걸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평화통일시민연대와 민변통일위원회 공동 주최로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한미동맹 강화, 남북정상선언 무력화=이와 관련 첫 발제자로 나선 배성인 한신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명박 당선자 발언대로 ‘한미동맹 강화’가 남북관계 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배 교수는 “이미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6자회담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의체를 복원시켜 북핵 문제를 다루게 되면 북한, 러시아,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정세가 경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비핵·개방 3000’에 따라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에 먼저 핵폐기를 요구하고 그것을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할 경우 이는 곧 남북관계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지난해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제4항 ‘종전선언’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비핵화, 6자회담 비핵화 지연=남북경협 문제와 관련 발제자로 나선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10년간 대북지원과 남북경협이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남북경협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며 이명박 당선자의 ‘선 비핵화 후 남북경협’ 기조는 “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지원과 협력은 하지 않겠다는 신정부의 구상은 6자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비핵화를 더욱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북한은 비핵화 초기 단계 진전에 따른 보상으로 남북경협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기대를 반감시킨다면 북한의 결단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의 지연 혹은 중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망했다.

이와 관련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비핵·개방3000’ 대신 ‘3000비핵개방’이 ‘현실적’이라 주장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려면 적어도 5년이 걸린다. 5년이란 마지막 핵무기를 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경수로를 건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지금 이 구상을 적용하면 5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실용주의’는 “상대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상대가 하게끔 설득해가는 것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모든 게 마음에 들진 않겠지만 개성공단 사업처럼 경제협력 부분에서는 살려주는 것이 진정한 실용주의 정부”라고 덧붙였다.

통일부 폐지 ‘안된다’ 한 목소리=통일방안과 관련한 발제자로 나선 이장희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이 당선자의 외교통일안보정책은 통일부 폐지라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에서부터 강한 저항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장희 교수는 역대정권의 통일정책과 통일방안을 비교검토 하면서 “신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한미동맹-북핵-평화체제 라는 세가지 화두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장기적인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 폐지와 관련해서는 다른 대북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홍현익 교수는“ 외교부는 국가 대 국가 문제를 다루는 부처로, 외교부가 통일부로 흡수한다는 것은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인데, 북한을 인정하기 싫은 차기 정부가 외교부에서 북한을 상대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하며 “통일부를 없애면 5년 후에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MD·PSI 참여는 시대착오적 발상=한편 최근 인수위가 미국 주도의 PSI와 MD 참여를 시사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배성인 교수는 “섣부른 PSI 참여와 MD 가입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긴장관계를 촉발시켜 북핵해결에도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장희 교수도 이에 대해 “인수위가 미국 부시정권에서 강경노선을 주장했다가 뒤로 밀린 네오콘 주장을 추종하는 것”이라며 “연말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북미관계가 급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외면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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