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은 재벌자본에게 욕먹지 않는 공정거래위원장의 길을 가서는 안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l승인2018.05.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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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5월 10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엘지 등 10대그룹 전문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재벌개혁의 컨트롤타워다. 

김상조 위원장도 취임사에서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막아내어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정위의 임무이자 역할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정책간담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개혁에 대한 계획과 방향 그리고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밝힌 김 위원장의 입장은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 위원장은 순환출자해소 등 재계의 지배구조 및 거래관행 개선노력에 대해 시장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지배구조개선과 일감몰아주기 해소라는 재벌개혁과제가 잘 추진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전근대적 갑질은 물론이고 불법을 동원한 경영세습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보, 일감몰아주기와 시장교란, 세금탈루, 인면수심의 불법 노조파괴와 탄압, 엄청난 독점이익 착복 등 온 나라가 재벌의 불법과 갑질에 분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은 재벌개혁에 대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 재벌들에게 ‘지금 이대로’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순환출자를 통한 재벌총수의 지배력 방식에서 지주회사로 이행이 큰 틀에서 개선방향일지 모르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더 적은 총수일가의 지분으로 더 확고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정몽준의 현대중공업 지분 10.2%가 지주사 전환을 통해 현대로보틱스 지분 25.8%로 상승하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익성이 뛰어난 현대모비스의 A/S사업을 총수일가의 주식이 많은 글로비스로 이관하여 가치를 높이고 그 만큼 현대모비스의 가치는 하락하였다. 하락한 현대모비스주식을 헐값에 매입하여 적은 지분으로 더 많은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총수일가의 이익중심으로 분할·합병한 후의 지주회사전환과 그에 따른 총수지분의 증가에 대해 공정위는 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소유지배구조의 형식적 재편을 칭찬할 때가 아니다. 재벌총수 일가의 대를 이은 경영권 장악 그 자체를 근절시키는 재벌체제 개혁을 추진할 때이다.

김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주고 편법승계와 경제력 집중을 야기하는 잘못된 행위’로 지적했다. 올바른 지적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잘못된 관행 개선’, ‘선제적 개선 당부’라는 아름다운 처방을 제시했다. 재벌 저격수, 삼성 저격수라 불리는 김 위원장이 재벌 지원군이 된 것이 아닌 가 착각할 정도의 발언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명백한 불법인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를 잘못된 관행으로 보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죄를 묻지 않고 스스로 개선하라는 고상한 당부는 더더욱 공정거래위원장이 할 말이 아니다. 5월 9일 LG그룹의 압수수색에서 보듯 총수일가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선제적으로 개선을 당부할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처벌해야 할 사안이다.

창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족벌경영을 3대, 4대째 이어가는 대한민국 재벌체제는 세계 그 어디에도 없다. 이것을 바꾸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근본사명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대해 ‘느슨하고 느리다’는 비판과 ‘거칠고 옥죈다’는 비판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다는 말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부과된 재벌개혁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 

재벌들이 좋아하는 말이 ‘정권은 바뀌어도 재벌은 계속 된다’는 말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재벌자본에게도 욕먹지 않는 저격수가 아니라 재벌자본 이외에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은 비정상적 재벌체제 해체를 위한 근본적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 (2018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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