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토대 사회적기업 ‘발전 가능성’
사회서비스 영리기업 독주 견제 기능

“사회적 기업은 돈도 벌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한 말이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기업은 일반 기업이나 사회단체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공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육성법 통과 확산계기

특히 지난해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통과되고 55개의 사회적기업이 노동부의 인증을 받으며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던 불안의 눈빛은 기대로 바뀌는 분위기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실업극복국민재단은 지난달 31일 세 번째 사회적기업 열린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혜원 노동연구원 박사는 ‘선진국의 사회적기업 발전 전략’이란 주제로 미국, 영국, 이탈리아의 사회적기업 사례를 발표해 이를 바탕으로 한국 상황에 적합한 한국식 사회적기업 모델을 모색했다.

김 박사는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발전은 각국이 처한 취약집단의 실업문제, 사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체계 그리고 비영리영역이라고 하는 제3섹터의 역사와 전통이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사회적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영국, 이탈리아의 경우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의한 정부주도의 강한 개입 부재가 특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정부의 개입이 부족할 경우 빈 공백을 메꾸기 위한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이 등장한다는 말이다.

김 박사는 “한국의 경우 시민운동을 중심으로 한 비영리단체의 전통이 강하므로 이들 조직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실업자 문제가 유럽만큼 심각하지는 않으나 한국은 저임금 근로빈곤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현행 일자리사업 관행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와 이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 추세를 감안해 사회서비스 제공형 사회적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김 박사는 “정부는 사회적기업 육성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영리기업의 독주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역활성화에도 역할

이어 한국식 사회적기업 초기모델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원주협동조합협의회의 최혁진 정책위원장이 원주 지역의 ‘지역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자원 네트워크 형성’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한편 실업극복국민재단은 포럼 하루 전날 제2회 사회적기업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회적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던 2006년부터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모범 사례와 경영성과를 발굴해 격려하고 사회적으로 알려 사회적기업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시작됐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이 독자적으로 진행했던 1회 때와 달리 이번 시상은 노동부, 교보생명, 삼성, SKT,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약 2천만원 상당의 상금이 수여됐다.

전상희 기자

사회적기업 대상은 정부 생계보조 수급자와 장애인을 고용해 폐플라스틱 재활용품을 만드는 (주)미래E·T가 수상했다. (주)미래E·T는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 충북 도지사 선정 우수자활공동체상을, 2006년에는 충북환경연합 환경대상, 2007년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약 10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주)미래E·T는 전국의 9개 유사사업장에 경영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시상의 심사위원단은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얼마나 조화롭게 운영했는가를 가장 큰 심사기준으로 잡았다고 밝히며 (주)미래E·T를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을 밝혔다.

모범사례·성과 발굴

경영혁신상에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여 코오롱이나 컨버스, MLB등 유명 브랜드에 모자를 납품하는 ‘동천모자’가 수상했다. 가치혁신상에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농촌마을 컨설팅기업 (주)이장과 한옥마을 등 지역문화를 토대로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사)전통문화사랑모임이 공동수상했다. (사)전통문화사랑모임의 경우 다른 수상단체와는 다르게 아직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진 못했지만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농촌을 찾아 음악회도 열고 열린 문화공간을 지향하며 문화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를 꿈꾸며 사회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기업가를 격려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행된 사회적기업가상은 한길우 (사)사회적예술기업 대표에게 돌아갔다. 비엔날레 이후 다양한 문화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미비했던 광주지역에서 문화도시를 꿈꾸며 7년간 활동해온 한대표의 활동을 높이 평가해 선정했다고 재단 측은 밝혔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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