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에 대한 테러” 지적

국민 10명 중 약 9명은 ‘교육백년지대계’라는 옛 성인들의 말에 동의했다. 전교조가 한길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양일간 실시한 ‘2008 이명박 정부 교육현안 국민여론조사’에서 88.1%의 국민들이 교육정책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학부모가 되기 시작하는 30대가 92.7%, 권역별로는 서울 92.1%가 국민여론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P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는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고 영어공교육 강화를 ‘제2의 청계천 프로젝트’라고 일컬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국민 76.0%는 오히려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교육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대답이 75.6%였다. 이는 이명박 당선자의 기대와는 달리 국민들은 최근 발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불안감으로 인해 응답자의 69.9%는 향후 초중고 교육과정에선 인성교육보다 입시교육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초중고 교육은 지난 번에 인수위가 발표한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별 성적편차를 입시에 반영하는 ‘고교등급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 대해선 48.6%가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교육비가 한해 약 1천500만원 수준인 자율형 사립고 설립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의견이 54.0%로 나타났다.

기러기 아빠들을 위해 영어공교육의 강화를 주장하며 인수위가 야심차게 내놓은 영어로만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선 56.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답변자들 중 연령이 낮을수록, 서울·수도권과 가까울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반대 입장이었다.

전교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지난달 31일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전면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교조는 한국사회의 과도한 사교육비 열풍은 학벌과 학력에 의한 임금 차이 등 사회적 요인과 입시중심 경쟁교육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교육정책으로는 고등학교 서열화가 더 심해질 것과 상위권 고등학교로의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담당자들이 김영삼 정부 때 ‘공교육의 시장화’를 지향하며 수립된 ‘5·31 교육개혁방안’의 주요 인사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점수 경쟁에서 비롯된 입시교육으로는 아이들의 심성과 인성을 파괴시킬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전국의 국어, 도덕, 지리, 과학, 수학, 영어 등 각 과목별 현장 교사들은 삼청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가 발표하는 각종 교육정책은 ‘학교교육에 대한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교사들은 교육정책은 “군사작전이나 토목공사가 아니다”라며 “오랜 시간동안 국민적 토론과 합읠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은 정치·경제적 논리에 의해 파괴되어서는 안될 것과 초중등 교육의 목표는 건강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국민기본교양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상희 기자

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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