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과거 민자사업들이 엉터리 수요예측을 통해 편익을 부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액은 정부가 국민들의 혈세로 보전해주기 일쑤였다.
그런 사업들은 시민단체들이 애초에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던 건설족들만의 잔칫상이기도 하다. 이런 집단적인 학습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운하는 민자사업으로 한다는 당선자의 말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내가 하면 다르다”, “이명박은 다르다”고 대통령 당선자와 그의 측근들은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막가파식 언사와는 별도로 운하건설을 기정사실화하자면, 건설사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제공해야 할 터이다.
당근은 당연히 운하 통과노선 주변 지역의 개발권을 약속해주거나, 더 간단하게는 교묘한 방법으로 국고에서 퍼주는 것이다. 채찍은 국내 대표적인 건설사 사장들을 불러 ‘도와 달라’고 한 말씀 하시면 끝이다. 이미 작년 말 대운하 태스크포스 팀장이라는 사람이 국내 5대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대운하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지 않았던가.
건설사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빤히 안다는 당선자다. 구린데를 잡자고 들면 한도 끝도 없고, 봐주자고 마음먹으면 그 또한 그의 손아귀에 달렸다. 시쳇말로 고쟁이 속까지 다 아는 처지에 건설사들로서는 옴나위없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환상의 복식조다. 건설사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돈을 벌게 해줄 테니 누이 좋고, 강산을 파헤치는 토목공사로 건설경기가 부양되면 새 정부의 음덕으로 분칠될 것이니 매부도 좋은 일이 아닌가. 이렇듯 상부상조하는 ‘윈-윈 게임’은 실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한 원로 경제학자는 ‘공짜 점심’에 현혹되지 말라고 했다. 지나가다 거하게 점심을 얻어먹으면 당장은 기분 나쁠 리 없다. 민자로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말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바로 ‘공짜 점심이니 걱정 말고 드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 점심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는 식재료비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경제학의 상식에 견주어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그럼 누가 물주일까? 자연은 경제학에서 오래 동안 제대로 취급받지 못했다. 물이나 공기와 같은 자연재는 무한하기 때문에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미신이 오랫동안 경제학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환경의 훼손과 파괴가 엄청난 비용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 상식으로 굳어진 시대다. 외부비용을 내부화하자는 이론이나 이 이론을 더욱 심화 발전시킨 녹색경제학은 자연환경의 유지가 경제활동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에서 나왔다.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잘 가꿔야 사업에도 유리하다는 건 요즘 잘나간다는 기업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쉘이나, BP같은 석유기업들이 태양광사업을 시작하고, 온난화시대에 맞춰 탄소펀드를 출시하는 금융회사들이 선의로만 그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와 지구환경의 관계를 거시적인 눈으로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가소득도 있다. 오래 동안 기업은 태생적으로 반환경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지만, 이제 기업이야말로 환경문제의 해결사라는 쪽으로 세상 여론이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해 운하중독증에 걸린 몇몇 측근들이 ‘친환경 운하’를 들먹이는 것은 자신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출발선이 완전히 틀렸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지구온난화도 막고 돈도 벌겠다는 기업의 태도와 멀쩡한 강을 갈아엎겠다면서 친환경을 살짝 끼워 넣는 잔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민자사업이다, 수질이 더 깨끗해진다, 물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제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공짜 점심의 값을 치러야할 물주가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그건 수십만 년간 생명을 품고 유유히 흘러왔던 우리네 강들과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국민들이다.
자, 우리 한 번 똑똑한 경제인답게 생각해 보자. 전식과 요리는 공짜지만 그 값보다 몇 배는 더 비싼 후식이 나오는 점심을 사먹겠는가, 아니면 그런 사이비 음식점을 사기죄로 고발하겠는가.
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
안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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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