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이 요구받는 새로움이란 운동의 소재, 운동의 주체, 운동의 방식 모두에 해당된다. 그러나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다. 그리고 사람의 문제는 시민운동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서로의 관계 속에서 소통보다 막힘의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들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인력부족의 문제는 시민운동이 시작할 때부터 항시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저런 자리에서 만난 활동가들이 사람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공채공고를 냈지만 사람이 없어 기간을 늘렸다든지, 그래도 적절한 사람이 없어 어떤 때는 아예 뽑지를 못했다든지 하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3~5년 차 중간그룹 활동가들의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다. 많은 단체들의 상근자 분포를 보면 원년 멤버들과 신입그룹은 비교적 많은 편이고 실질적으로 일을 할 중간그룹이 부족한 U자형이다.
이로 인해 신입간사들은 고민을 얘기할 사람이 없어 혼자서 삭이고, 초기멤버들은 실무적 일까지 껴안아야 해서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움’이라는 얘기는 호사스러운 불평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비관적 시각과 달리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지금껏 잘 보지 못한 생소한 개념과 형태의 운동들이 아름아름 생겨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미디어다음의 아고라에만 가 봐도 잘 생각지 못했던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네티즌들의 모습을 쉽사리 보게 된다. 또 운동과는 담 쌓고 살 것 같던 젊은 미술학도들이 펼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들도 요즘 거리 곳곳에서 만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우리사회에 꾀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시민운동이 겪는 구인란과 달리 여전히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존재하는 것이다. 시민운동을 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이 이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소통할 준비가 부족한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지 모른다. 결국 우리사회 곳곳에서 시민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가 문제의 본질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회원가입과 상근자로 헌신하는 것이다. 전자는 소극적이어서 큰 재미가 없고, 후자를 선택하기에는 너무 큰 희생을 요구받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양자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은 시민운동의 상근제가 정말 옳은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실 시민운동을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한 것은 탁월성과 헌신성 모두를 겸비한 상근자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뛰어난 주체가 있다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객체화 될 수밖에 없는 위험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보다는 혼자서 빠른 시간에 일을 처리하는데 익숙한 것이 활동가들의 실정이다.
활동가 혼자가 감당해야 하는 사업기획, 회원관리, 회계, 임원관리, 각종 섭외, 연대사업, 논평 및 보도자료 작성, 각종 외부기고 등을 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소통하면서 나눌 수는 없을까.
과거에는 탁월한 전문가 한명이 글을 쓰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위키피디아 방식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이다. 실제로 가능할까, 효율적일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기업들도 앞 다투어 자기가 개발한 소스를 오픈하면서까지 이 개념을 접목하려는 것을 보면, 비효율적인 것은 분명 아닌 것 같다. 위키피디아의 정보도 불과 5년 만에 최대의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카를 앞섰다고 한다.
시민운동도 이런 고민과 접근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가 기획안의 초안을 올리면 회원도, 임원도 함께 내용을 붙여 만들어 나가는 방식, 제주도에서 또는 외국에서 논평과 의견서의 초안을 보내오면 모두가 다듬어 가는 방식, 시민들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는 토론회 등의 시도들은 정말 불가능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 속에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개방과 소통의 시민운동. 조금은 더 발칙한 상상을 할 때, 시민운동 2.0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권상훈 희망제작소 위촉연구원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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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