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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여. 심난하고 그렇지. 처음에 지름 냄새 때문에 문도 못 열어놨어. 머리가 얼매나 아픈지 눈도 못 뜨겠더라니께. 휴… 이게 무신 일인가 싶어서 바다에 나가보니까 허리까정 기름이 찬겨. 양동이로 기름을 퍼재끼는데 정말 눈물이 한없이 흐르더라니께. 파도가 기름에 엉겨서 치질 못 하는겨. 이걸 어쩌나 싶은 게 정말 딱 죽고싶은 심정이었어.” 말을 잇지 못 하시고 한참을 우시는 할머니.
기름바다는 눈물바다로
“이렇게 닦으면 언젠가는 바다가 다시 돌아올까요?” 라는 우문에 할머니가 대답하신다. “우선 닦아는 보는거지. 고향이라고 퇴직하고 돌아올 자식들 생각해서 눈만 뜨면 바다로 나가서 닦고는 있는디 될런지는 아무도 모르지. 바다를 보면 눈앞이 캄캄해. 바다로 먹고 사는 사람인디 이제 우찌 살라는건지. 우리 두 노인네가 자식들 도움 안 받고 목구멍 아쉽지 않게 살게 해준 바단디..”
“누가 가장 원망스러우세요?”
“배 운전한 놈이지. 밉기만 하겠어. 만나기라도 하면 때려 직이고 싶지. 진짜 가만두고 싶지 않아. 할아버지가 암수술 받고 항암치료 받으러 댕기면서도 기름 닦으러 다녀야 하는걸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알라나 몰라. 기름값도 없어서 보일러도 못 때니께 할아버지랑 나랑 날마다 낭구하러 댕기잖어.”
“그래도 가의도에 봉사자들이 꽤 많이 다녀갔죠?”
“응, 얼매나 감사한지 몰라. 아닌 말로 신발에 기름만 묻혀가도 고맙지. 다들 와서 밥도 해서 주고 추운데 고생하고 가는거 보면 고맙고 감사하지.”
“가의도가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이뻤지. 정말 이뻤어. 내가 스무살에 시집을 왔는디 처음 시집왔을땐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다 바다 뿐 이잖어. 얼매나 답답했는지 몰러. 어찌 사나 싶은 게. 근데 굴 따고 쪽배라도 배타고 나가면 그게 돈이 되더라고. 그러니까 재미를 느꼈지. 대학공부까지는 못 시켰어도 자식들 키우면서 아쉽지 않게 키웠어. 근데 이제는 글렀지. 우리 생전에 가의도가 아름다운 섬이라는 말을 들어나 보겠어? 우리 막내딸은 매일 전화해서 엄마 어찌 사느냐고 매일 울어싸.”
고향을 되찾을수만 있다면
할머니가 또 눈물을 훔치신다. 가의도의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도 없이 방제작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생계비부터 보상금까지 일명 ‘나눠갖기’ 때문에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내 바다, 내 고향이 예전처럼 다시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가의도리 주민들. 하루 빨리 그들의 생활 터전을 찾게 되길 바란다.
윤민노 환경운동연합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시민대책단
윤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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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