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의 시작은 선조 때 관리인사의 실무를 맡은 이조전랑(정5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시작되었다. 문제가 심각해져서 그야말로 당파싸움이 된 것은 숙종 때이다. 이때부터 환국(換局)이라 하여 상대세력을 인정치 않고 일거에 멸하는 풍토가 생겼다.
그래서 과장되기는 했지만 삼족을 멸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연히 권력투쟁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생결단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이 삼족은 삼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딸과 사위가 가문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당파의 구분은 사회이념이나 정책의 차이였다. 지금처럼 지역별 차이는 아니었다. 지금의 TK지역이 남인들 일색인 것을 제외하고는 지역별로도 섞여있었다. 더구나 사도세자 사건 이후에는 남인들은 과거에 합격해도 합격을 취소해버렸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당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일당전제(一黨專制), 그것도 노론만의 일당전제가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소설 '영원한 제국'이나 사극 ‘이산’을 보면 영의정부터 환관까지 한 당파로 뭉쳐 왕의 살해를 모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상이다.
이 일당전제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숙종 때부터 시작되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위로부터의 개혁이었다는 것이다. 숙종 때는 인사관리를 통한 세력균형을 도모하려 했으나 의지가 부족했고 영조시대에는 탕평파를 육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나 붕당간의 대립을 일시적으로 억압한 것에 불과 했다.
더 급진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사도세자의 대리청정은 노론의 반동을 불러와 세자자신이 제거되었고, 정조는 규장각을 중심으로 개혁세력을 포진시키는 등 많은 면에서 노력하였으나 그의 석연치 않은 죽음 후에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정도로 허약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탕평책에는 균역법 등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선은 이미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시작될 정도로 몰락하고 있었다.
위로부터의 개혁, 위로부터의 탕평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탕평은 당쟁 때문에 생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당전제의 상황을 타개하려고 할 때 생긴다. 우리는 지난 10년 두 정권의 탕평책이라는 것을 보아왔다. 야당은 자신들만의 요직 기준 속에서 인사편중을 공격하고 여당은 산술적인 공평함만을 강변했다. 그런 가운데 정작 중요한 공정한 기회의 보장은 사라지고 나눠먹기식의 인사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은 높아져왔다.
새정권의 인사가 드러나고 있다. ‘영남ㆍ서울대’중심, KKS(경상도, 고대, 소망교회)나‘호남ㆍ여성ㆍ지방대’ 홀대라는 말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과거의 탕평책은 일당으로 기울었을 때 시작되었고 지역구도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에 역행하는 인사가 진행된다면 다음 정권은 더 조선시대보다 제왕적인 정권인가 아니면 일당전제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시대착오인가.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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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