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이익만 위해 디자인” 나프타 비판적 평가
알프레도 로메로 까스띠야(Alfredo Romero Castilla)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 정치외교학부 교수

<시민사회신문>과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은 라틴아메리카 멕시코의 현지 한국학 전문가들을 찾아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그리고 한국사회와 시민운동 이야기를 현지에서 들어봤다. 한국보다 먼저 지난 199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의 현재 상황과 그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 등을 전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국을 보다’ 기획은 이번호를 시작으로 3회 동안 연재된다. /편집자

지난 1964년 한국에 들어와 3년간 한국생활을 하며 한국에 대해 연구한 한국학의 초창기 멤버다. 중남미지역에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를 돌며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 가수 최희준 씨의 ‘하숙생’을 부르며 한국에서의 하숙(?)생활을 그리워하는 그의 노래실력은 웬만한 한국인을 능가한다고 한다.

-국제사회에 ‘한국’이라는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 1960년대부터 한국에 대해 연구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당시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와 한국외국어대학교간 자매결연이 이루어져 국제교류가 진행됐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국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알지 못했다. 중국에 관심이 많았고,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깊기 때문에 한국을 연구하면 중국을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나중에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지만.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아시아역사와 문화를 전공했다.

한국 시민사회 이전보다 힘 떨어져

-1960년대 한국은 지금과 상당히 다른 상황이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했는가.

▲한국에 3년 정도 있었다. 외대 근처에 있는 일반 가정집에 하숙을 했는데, 집 주인이 너무 친절했다. 외국에서 한국에 대해 배우러 왔다니까 매우 의아해 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하면 먼저 ‘정’과 ‘예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었지만 먼저 와서 말도 많이 걸어주고 가족같이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지금 한국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지만 그만큼 정도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모두가 바쁘게 살다보니 다른 사람 특히 외국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예절을 지키는 것은 지금도 그대로인 것 같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했을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의 경우 지금도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경제를 발전시킨 공은 인정할만하다. 그러나 정치와 사회를 발전시킨 데에는 학생, 종교인, 시민 등의 힘이 컸다.

그 당시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독재정부에 맞서 싸운 시민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제도적 민주화를 이룬 지금 시민의 참여는 오히려 저조해졌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각종 선거에서 투표율 하락이 단적인 예다.

민주화운동을 시민운동과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의 시민운동은 분화되고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민운동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는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많은 학생, 종교인들의 희생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고, 일반 시민들도 조금씩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그러나 (제도적)민주화가 달성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감시, 부패청산, 환경보호, 빈민구제 등 시민사회의 참여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으나 오히려 시민의 참여는 줄어들었다.

여러 단체들이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특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당을 대신해 시민단체가 할 일이 많다고 본다.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시민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나프타는 불공정 협정”

-지난달 22일 전 세계적으로 멕시코 멕시코시티, 미국 아틀란타, 이태리 로마, 이라크 아르빌,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 서울 등 15개국 19개 장소에서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2008세계사회포럼의 문을 여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미FTA가 양국의 국회비준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에서 멕시코의 나프타(NAFTA, 북미 자유 무역 협정)경험은 한국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학자로서 NAFTA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렵고 복잡한 일이지만 NAFTA는 불공정한 협정이었다. 처음부터 미국의 엄청난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었다.

멕시코 북부지역에 대규모 제조업 공단이 들어서 멕시코 경제에 이익이 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것도 미국의 이익만을 강화시키는 것이 되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세금은 내지 않는다.

기업은 노조의 견제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음껏 고용할 수 있게 되었고 별도의 비용을 들여 환경정화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멕시코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고, 특히 멕시코의 농민은 점점 더 가난해졌다. 그 결과 농민의 미국 불법이민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서 국경을 넘는 것인데 이러한 것이 멕시코에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멕시코 농민의 피해가 가장 컸다고 지적했는데, 한국도 미국과의 FTA 체결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농업이다. 멕시코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먼저 한미FTA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 멕시코보다 발전했기 때문에 일정 정도 농업부문의 피해를 제조업 부문에서 상쇄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멕시코는 NAFTA 체결당시 제조업 부문이 발전하기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전반적으로 더 컸다. 특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미국의 농업부문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과 미국의 문제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국경을 넘는데 드는 유통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대규모 농장에서 생산된 값싼 농산물이 그대로 멕시코 가정의 식탁에 올라간다. 무엇보다 월마트와 같은 미국의 대형할인매장이 멕시코의 유통업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산 농산물이 대형할인매장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국도 멕시코만큼은 아니지만 농업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북부 제조업공장지대에 환경과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책임을 묻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어떠한가.

▲이 지역의 모든 공공지출은 멕시코 정부에서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기업은 별도로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공단 내 기업들은 멕시코 정부의 규제는 거부한 채 각종 요구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단 내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의 책임이 개별기업에 있는 게 아니라 멕시코 정부에 있는 것처럼 되어있다. 환경과 같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뚜렷한 시민단체나 시민의 활동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멕시코 전례 밟지 말아야

-여성 노동자들이 공단 내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의혹이 있는데, 혹 경제적 발전이라는 이유로 인권문제와 환경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지적이 많다. 근 10년간 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이 살해당하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누가 살해하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비전 때문에 공단 내에서 최대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억압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미FTA에 대해 평가한다면.

▲멕시코에서는 단계별 개방에 대해 재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FTA도 기본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부분적으로 재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농업부문에서 멕시코의 전례를 밟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쌀 같은 기본 작물과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산물을 개방하면 추후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송성수 기자

송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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