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한 중앙지가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10%나 하락했다는 비중 큰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그 기사와 함께 따라온 댓글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그 목소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한 달 남짓 만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 남겨놓고 날선 비판들이 넘쳐날 것이라곤 예상 못했다.

우선 정부조직개편안이란 것이 혼란스럽다. 특히 통일부를 폐지한다는 것에는 놀라움과 함께 분노가 일었다. 아무리 색깔론으로 다져진 한나라당이라지만 60년 분단국가에서 민족의 절절한 염원을 앞당기려는 통일부를 폐지하겠다니 그 발상이 기가 막힌다. 그 생각을 처음 한 사람이 과연 누구였는지 실명이라도 요구하고 싶다. 여론에 밀려 통일부는 존속시키게 된다지만 애초에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요,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국민들에 대한 폭력이다.

교육인적자원부를 없앨 것이라는 말도 처음엔 들렸었다. ‘교육부를 없애야 우리 교육이 산다’는 말이 얼마나 많았던가. 처참한 상황까지 간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고스란히 교육부로 쏠리게 되었는데도 교육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어쭙잖은 정책으로 새로운 갈등을 양산하는 모습으로 세월만 보내니 그런 말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인수위원회는 국민들의 그 불만을 곧이곧대로 듣고 이참에 참말로 교육부를 없애려고 했던 것 같다. 이건 어떤 부모가 속 썩이는 자식에게, ‘너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 했더니 그 날로 보따리 싸서 집을 뛰쳐나간 아이의 행동과 너무도 똑같다.

교육부의 명칭을 바꾸는 과정도 고민의 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사실 문제가 많은 명칭인 것은 맞다. 인간을 노골적으로 자원으로 부르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교육부를 없애는 게 너무 심했다 싶었는지 과학기술부와 통합시키려는 모양인데 명칭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었다.

‘인재과학부’에서 ‘교육과학부’로, 다시 최종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로 결정이 난 모양이다. 통일부, 해양부, 여성부, 교육부, 과학부, 농촌진흥청 등 이런 부처들을 굳이 없애려는 게 진정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는 것인가. 이건 개혁의 모양새이지 진정한 개혁이라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이 설 연휴 때 민심을 파악했는데 아직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고 긍정적이
라는 자체 평가를 내놓았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 기간에 90% 이상 지지를 얻었다는데, 이명박 당선인은 70% 정도에 불과한데도 그런 후한 평가를 했다니 한가하기 그지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과연 준비가 된 정부인가, 과연 프로 정권인가 묻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명박 정부다운 버전은 있는 것 같은데 국민을 감동시킬 만한 비전은 아직도 이렇다 할 게 없지 않은가. 게다가 숭례문 재건을 국민성금으로 한다는 발상도 구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아직 2월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원회는 싫겠지만, 아직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음으로 해서 70% 정도나마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민심을 읽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국정도 질서 있게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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