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는 홍수폭탄이자 세금폭탄입니다.”

전국 3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국민행동)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운하는 폭탄’이라 선언하고 차기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백지화하기 위한 본격행보에 나섰다.

환경운동연합 박종학

전국 3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국민행동)이 1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운하는 폭탄’이라 선언하고 차기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백지화하기 위한 본격행보에 나섰다.

갈등과 대립의 진앙 막아야

풍물패 ‘터울림’의 ‘생명을 여는 두드림’이란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출범식은 운하 백지화를 위해 나선 각계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영자 국민행동 공동대표(환경정의 공동대표)는 “경제학자들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음을 강조하고 토목공학자들은 공학적 타당성 자체를 의심하고 있고, 생태학자들은 생태계의 심각한 교란과 대이변을 경고하고 있는데 왜 이명박 당선자는 운하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인가”라며 “이명박 당선자는 우리에게 한국의 역사와 미래 세대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재앙’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운하사업은 국가와 국민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이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화 국민행동 공동대표(낙동강공동체 대표)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통해 “경부운하는 갈등과 대립의 진앙지"라며 "경부운하가 일으키는 역풍 때문에 국민이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진정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경부운하를 철회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운하 반대를 선언하며 한강상류 애기봉에서부터 도보순례를 떠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을 대표해 지관 스님(김포불교환경연대 대표)이 이날 출범식에 참석했다. 지관 스님은 “도보순례를 떠난지 8일째 되는 날로 팔당댐을 지나고 있다”며“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뜨거운 기도와 열정이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며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철회시키기 위해 시민들의 성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물류수송을 담당하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도 운하의 타당성이 없다며 운하 백지화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이명식 운수노조 수석위원장은 “운수산업을 담당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물류 수송 비중은 전체 물동량의 20% 수준인데, 운하가 이 물동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복잡한 운반단계가 늘어나 경제성이 없다”며 “앞으로 KTX 철도 노선이 완공되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수노조는 지하철 역사에서 운하 반대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운하 백지화를 위한 행동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 박종학

참가자들은 운하를 '세금폭탄, 홍수폭탄'이라 규정하며 폭탄 모양의 전신 인형을 입고 시민들에게 운하 백지화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지역 네트워크 결성… 전국 반대 물결

이명박 당선자측은 현재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외에도 금강운하와 영산강운하도 추진을 검토 중이다. 전국의 모든 강이 파헤쳐질 위기에 쳐해 있는 것이다. 운하 건설 저지를 위해 지역단체들도 네트워크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성근 경부운하 저지 부산본부 사무처장(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경부운하는 말도 안된다는 뜻의 ‘어불성설’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며 “20년전 낙동강 하구에 둑을 막자 1년만에 물고기가 죽고 철새가 찾아오지 않는 썩은 강으로 변했다. 자살사업에 절대로 동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는 21일 출범을 준비중인 성정환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 사무처장(대전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금강은 중부권을 마을마다 호를 그리며 흐르는 강으로 겨울이면 가창오리떼가 장관을 이루는 철새들의 고향”이라 소개했다. 성 처장은 “누천년 흘러온 금강을 이명박 당선자는 금강운하로 한반도 대운하의 시범사업으로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금강운하를 막기위해 서울시민들도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염우 운하백지화 충북도민행동 사무처장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도 충북을 지나야 하고, 금강운하나 영산강운하도 충청도가 거점이기 때문에 충청도에서 막아내는 게 어느 지역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도내 5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운하저지를 위해 도민행동을 결의했다.국토의 뼈대를 지키기 위해 충북 사람의 뚝심으로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 목포에서 발족식을 개최하는 영산강백지화광주전남시민행동에서도 참여했다. 박미경 사무처장은 “나주를 중심으로 한 뱃길 복원 주장이 최근 이명박 당선자로부터 1천700톤 이상 바지선이 다니는 영산강 운하로 변질되고 있다”며 “10년전부터 구상중인 영산강운하는 아직 기본계획조차 나오지 않아 전형적인 밀어붙이기 사업”이라 비난했다.

환경운동연합 박종학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이날 홍보물 10만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운하 백지화에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국민 기만… 폐기 안하면 임기 중 심판”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안병옥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명박 당선자측은 운하 사업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와 관련 안 사무총장은 “이명박 당선자는 운하를 한다는 스케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물밑으로는 사설 연구소를 동원해 생태조사와 문화재조사, 환경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는가 하면 자신의 대학 동문 학자를 내세워 중립을 가장한 학술토론회까지 개최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또 안 총장은 최근 인수위측에서 국민행동에 대운하 사업 검토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해 반대측 의견을 들어주는 척 하며 4월 총선 이후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내년 2월 착공을 목표로 운하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 말하며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강에 삽질을 하면 차기 정권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민행동은 발족 선언문에서 “5천만 국민의 생명수이며 삶의 터전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개발권을 국민적 합의 없이 소수의 건설기업에게 넘겨주는 운하사업은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온 국토를 개발독재의 광풍으로 몰아가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행동은 “숭례문 소실로 온 국민의 자존심이 무너졌는데, 경부운하는 국보 6호인 중원탑평리 7층 석탑을 포함해 72점의 지정문화재와 177곳의 매장문화재가 사라지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 유해물질을 실은 바지선이 상수원 인근에서 사고라도 당한다면 식수재앙으로이어질 것”이라 경고하며 “온 국민이 함께 백지화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가수 손병휘씨와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가 노래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운하 반대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했다. 손병휘 씨는 ‘늦기 전에’라는 노래를 부르며 “더 늦기 전에 운하 사업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율 스님의 천성산 반대 운동에도 참여했던 캐비넷 싱얼롱즈 역시 “대운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기에 시민들과 함께 반드시 막아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행동은 차기정부가 추진중인 경부운하, 영산강운하, 금강운하 등 전국의 운하 백지화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민행동은 쟁점별 토론회, 대국민 홍보활동과다음달 22일 ‘물의 날’을 기념해 4대강 유역에서 동시다발로 국민참여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향미 기자

이향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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