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보름 지나면 고된 노동의 현장으로 복귀
여성중심의 집단놀이 성격 강해

지난 21일은 농사, 해사(海事) 등 한 해의 생업을 앞두고 행해지는 우리 전통 명절 중의 마지막 세시의례인 정월대보름입니다.

남효선

달집태우기는 정월 보름 제의를 마무리하는 발복 제의입니다.

때문에 정월대보름의 풍속은매우 왕성하게 또 독특한 세시의례를 동반하며 전승되어 왔습니다.

정월대보름의 세시의례로는 「부럼깨물기」, 「오곡밥먹기」,「마을제사, 성황제」, 「윷놀이」, 「쥐불놀이」, 「망월이」, 「달넘세」「여성놀이」와 같은 의례와 집단놀이가 전승되어 오거나 현재도 왕성하게 수행되고 있습니다.

마을제사는 성황제나 서낭제 따위로 불리며 마을의 구성원이 기금을 모아 제수를 장만하여 공동으로 수행하는 대동제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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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연안 해촌의 정월 보름 제의 중 현재도 가장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민속이 별신굿입니다. 별신굿은 세습무에 의해 주재되는 집단제의로서 해촌의 풍어를 기원하는 대동놀이입니다. 사진은 21일, 울진 공세항에서 있은 별신굿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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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별신굿은 먼저 마을을 지키는 성황으로부터 신을 받는 '골맥이 굿'으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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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촌연안지방인 울진지역의 보름제사는 크게 두 개의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는 마을 개척 신이자마을 수호신인 ‘성황’을 기리는 제의와 해촌의 생업인 해사의 안녕과 풍어를 관장하는 신인 ‘용신’을 기리는 제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울진지방의 정월 보름 제의는 ‘달과 용이 벌이는 축제’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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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보름 자시 경, 마을 총회에서 선출된 제관들이 의복을 갖추고 '보름제사'를 올립니다. 제관들은 정성스레 장만한 제물을 성황당에 진설하기 전 반드시 부정을 씻고 성황당에 진입합니다. 사진은 북면 부구리 성황당에서 제관들이 부정을 씻는 모습.

우리 고장에서 성황제는 주로 보름이 드는 날 자시에 마을 구성원 중에서 선출된 제관과 제물을 장만하는 자가 함께 참여하여 치러집니다. 보름날 아침이면 성황제에 쓰인 제물을 장만한 제관 집에 동리 주민들이 모두 모여 음복을 나누고 풍물을 앞세워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였습니다.

또 마을의 각각의 집에서는 보름이 드는 새벽 2시 경에 자신의 4대조에게 찰밥을 차리고 보름제사를 올립니다. 이를 '찰밥제사'라고 부릅니다.

성황제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집단의례라면 찰밥제사는 가정의 안녕과 자손의 발복을 기원하는 가정단위의 개인의례인 셈이지요.

보름이 드는 밤에는 온 가족이 모여 덕담을 나누며 호두와 땅콩 등 부럼을 깨며 온 가족이 건강하기를 기원했습니다. 호두나 땅콩을 구하기 어려웠던 예전에는 '무구덩이'에 묻어 놓은 생무를 깨물어 먹기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밥을 먹기 전에 온 가족이 모여 '귀밝기술'을 먹었습니다. 아침밥은 찹쌀, 조, 수수, 콩, 팥의 오곡을 넣어 지은 '오곡밥'을 먹었습니다.

이는 한 해 농사의 풍년과 잡귀의 접근을 막는 유감주술적 벽사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보름제사의 음복과 함께 마을회의 격인 총회를 마치면 풍물과 함께 마을주민들은 '장작윷'을 놀거나 '줄댕기기'를 즐겼습니다.

특히 갓 시집 온 새댁들이나 아낙들은 '남색'을 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걸립을 합니다. 이른바 여성해방의 속내를 담은 여성놀이인 셈이지요.

이 무렵 동리의 아이들은 바가지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오곡밥을 얻어 반드시 ‘방앗간’의 디딜방아에 걸터앉아 걸립한 오곡밥을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한 해의 건강과 특히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저녁이면 남녀노소 할 것없이 마을 앞의 밭에 나가 보름달 보기를 줄겼습니다. 이 때 쥐불놀이가 치러지거나 망월이가 행해지기도 합니다.

망월이는 주로 '옹이'나 '깡통'에 불을 담아 마을 에 있는 산에 올라 행했습니다.

망월이는 남녀노소 모두 모여 "망월이"를 연호하는데, 이는 보름달을 '끄실려' 풍년의 기원을 담은 집단놀이입니다.

또 해촌의 아낙들은 저녁이면 불가(백사장)에 나가 ‘송아지띠기’나 ‘남대문열기’ 와 같은 놀이구조를 가진 ‘달넘세’라는 놀이를 즐겼습니다.

달넘세는 인근 안동이나 영덕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지에밟기’나 ‘월월이청청’과 같은 강강술래 유형의 여성놀이로 우리 고장에서는 주로 기성이나 평해, 후포 등 해촌에서 왕성하게 전승되었습니다.

또 보름 날 저녁에 '소 밥먹이기'라는 풍속이 치러집니다. 보름 날 저녁에 소가 나물을 먼저 먹으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들고, 밥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고장의 세시는 모두 농사 등 생업조건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치뤄졌습니다.

또 울진읍 공세동과 같은 해촌에서는 세습무가 주재하는 대규모 굿판이자 놀이마당인 '별신굿'이 치러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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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신굿은 울진을 비롯 동해 연안 해촌에서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대동제의'이자 신명나는 마을 대동 놀이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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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공세마을 전경. 마을 앞에 펼쳐진 '미역 짬(갯바위 군락)'에서 해촌사람들은 자연산 미역을 채취하여 생계를 꾸려 왔습니다. 별신굿에 쓰이는 비용은 미역짬에서 생산되는 미역을 팔아 마련합니다. 미역짬은 마을 공동 협업노동 현장이기도 합니다.

정월보름이 끝나면 아낙들이 '웃가줏대'를 붙잡고 운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정월대보름과 2월 초하루날 영등제가 끝나면 아낙들은 1년 내내 밭농사와 길쌈노동에 매달렸습니다.

때문에 울진 지방의 정월보름세시는 성황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 중심의 놀이로 짜여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울진 공세항에서 찍었습니다.

남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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