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을 대부분 일본기업으로 알아”
세계화 시대 국가적 차원 홍보 필요
‘한국의 팬 만들기’ 접근 전략 있어야

헤라르도 시누에 다미안 멕시코 국립자치대 국제교육원 한국어과 교수

<시민사회신문>과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은 라틴아메리카 멕시코의 현지 한국학 전문가들을 찾아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한국사회를 현지에서 들어봤다. 지난호에서 자국의 나프타의 비교해 한미FTA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알프레도 로메로 까스티아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에 이어 이번호에는 같은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를 맡고 있는 헤라드로 시누에 다미안 국제교육원 한국어과 교수를 만나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멕시코에 유학 온 한국인 여자 친구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시누에 교수는 멕시코 국립자치대(UNAM)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프로그램 외 교민들을 대상으로 멕시코 교민회에서 진행하는 한글학교를 찾아다니며 한글을 배울 정도로 한국을 배우는데 열정적이다. 지난 2004년부터 UNAM에서 멕시코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한국’과 관련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크게 대학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강좌’와 한인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글학교’로 나눠볼 수 있다. 대학의 한국어 강좌는 UNAM에만 개설되어 있으며, 한인회의 한글학교는 교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Colegio de Mexico’에 개설되었던 한국학 석사 과정은 지난 학기에 폐지되었다.

-UNAM의 한국어 강좌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어 강좌는 수준에 따라 총 6단계로 나누어져 있으며 현재 70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중국어 수강생(300명), 일본어 수강생(250명)과 비교해 봤을 때 적은 편이다. UNAM에서는 이밖에도 프랑스어, 이태리어, 포르투갈어, 히브리어 등 전 세계 다양한 언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UNAM의 한국어 교육은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지원으로 지난 1994년부터 진행되어 오다가 1999년 지원이 끊기면서 잠시 중단되었다. 이후 2004년부터 다시 지원이 이루어져 지금과 같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학 지원, 끊겼다 다시 진행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발간한 ‘해외한국학백서’를 보면 1990년 이후 한국학(한국어 포함) 강좌가 32개국 151개에서 62개국 735개로 늘어났다고 나타났다. 언뜻 멕시코의 상황과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바로 그것이 문제다. 수치상으로는 해외에서 한국학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대부분이고 지리상으로 가까운 아시아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지역에서의 한국학은 거의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지나치게 비용대비 효과를 염두에 둔 정책결정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사회에도 글로벌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데 그 글로벌이라는 말에서 중남미는 제외된 듯하다.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들 간의 교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중남미지역에 속해 있는 나라의 숫자가 1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당연히 교류가 활발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에서도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교류도 거의 하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대해 연구한다고 했을 때에도 그 연구내용이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상당수가 일본이나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서 부가적으로 한국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 간 공감대를 찾기 힘든 점도 있다.

-수강생들이 말하는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아울러 이들의 특이점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나같이 개인적인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있지만 슬프게도 약 60%의 학생들은 일본어와 중국어 수강인원이 마감됐기 때문에 같은 아시아권에 있는 한국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수강생 대부분이 자연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원인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자연대 학생들이 보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다양한 상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관심 없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습득하면서 한국의 팬이 된다는 것이다.

-다른 강좌가 마감돼 한국어를 선택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들이 일본이나 중국에 더 많이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남미 지역에 일본이나 중국이 한국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장학제도의 차이가 크다. 언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경우 유학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한국의 대학에서 학생모집을 위해 UNAM에서 입학설명회를 가졌지만 장학내역이 일본이나 중국의 그것과 비교가 안 된다. 중국에 유학을 하게 될 경우 학비면제는 물론 항공료와 생활비까지 지급되는데 한국의 경우는 대개 70~80% 학비를 감면해 주는 정도가 전부다.

교수진·교재 중국·일본과 비교

-중국, 일본과 비교해 한국어 교수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중국어는 5명의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중국인 2명, 멕시코인 3명이다. 일본어 강좌는 일본인 5명과 멕시코인 2명이 진행한다. 반면 한국어는 한국인 2명과 나 이렇게 3명이다.

-멕시코에서 한국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간단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인상이 명확하지 않고 복잡하다. 많은 멕시코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현대나 삼성 같은 한국기업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기업으로 알고 있다.

일본과 중국엔 관심이 많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편의상 젊은세대와 기성세대로 나눠 보면, 일반적으로 기성세대에서는 불친절하고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한국인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멕시코 땅에 뿌리 내리고 정착하려는 멕시코 한인사회의 모습이 덜 비춰졌기 때문이다. 반면 젊은 세대의 경우 우호적이고 친절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한국어를 강의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인력은 물론 학습교구가 턱없이 모자르다. 학습서나 시청각 교재는 물론 사전도 부족해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교재의 경우도 대부분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을 차용해 쓰는 수준이라 여러 문제가 있다.

중국의 경우, 2년에 2명씩 원어민이 멕시코에서 중국어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체재비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한국의 친구로 만들어라”

-멀리 멕시코 땅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학자로서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이 멕시코에 관심이 없듯이 멕시코 또한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세계화 시대에 외교라는 큰 틀에서 중남미지역에 한국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생각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인, 한국을 자랑하는 것보다 멕시코인이, 브라질 사람이 한국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한국의 친구가 될 수 있다. 한국 사람의 정서와 멕시코 사람의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술 분야뿐 아니라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송성수 기자

송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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