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공공성 고민 없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현업 PD들을 대상으로 의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예상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 이게 어찌 PD만의 생각이겠는가.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여 지난 2000년 방송법에서 쟁취한 방송의 독립성을 무력화하려 하고,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여 30여 년 간 유지해온 여론독과점 방지 장치를 풀려하며, 이를 위해 MBC나 KBS2를 민영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데 어찌 걱정이 없겠는가.

이 중에서 가장 급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법안이다. 정부조직 개편에서 정보통신부를 없애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합쳐 대통령 직속으로 하려니, 정부 출범 이전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시한에 쫓기게 된 것이다. 이 법안은 근본적으로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법이다. 방송통신 ‘정책’을 다루니 정부기구여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 빠져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타 산업분야와 방송이라는 언론분야를 동일시하는 오류이다. 언론으로서 방송의 역할 중 가장 큰 것이 무엇인가. 바로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 활동에 대한 감시인데 그런 영역을 대통령 직할로 두겠다는 것이다.

언론을 기업의 내부감사 정도로 생각하는가? 그동안 제시되었던 합의제 독립 행정위원회라는 대안은 깡그리 무시된 것이다.

게다가 초기 법안은 전체 5인의 상임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중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나머지 3인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여당이 다수당이면 정부 여당이 4인의 상임위원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물론 통합민주당과 협상과정에서 국회 추천 중 2인을 여당이 아닌 교섭단체에 할애하도록 수정하였지만, 대통령이 지명할 위원장이 사무 통할권을 가지고, 의안제안이나 회의소집에서 타 위원에 우선하는 독임제 성격은 여전히 유지하였다.

위원의 신분보장에서도 방송법은 직무 수행에서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부당한’으로 바뀌고 말았다. 과연 ‘부당한’에 대한 판단은 누구의 몫인지. 권력을 획득한 정권 차원에서 방송통제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야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민주당이 방송의 독립성에 무지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편 국회 방송특위가 쟁점이 되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법안 갈등에 숨어 슬쩍 합의하고 넘어 간 사안이 있다. 디지털 전환 특별법 11조 1항 중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추가 비용 부담을 고려해 이를 충당할 수 있는 텔레비전방송 수신료의 조정과 방송광고 제도의 개선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를 '∼텔레비전방송 수신료 및 방송광고 제도 등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로 고친 것이다. 의무를 가능성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디지털 전환 특별법은 지상파 방송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다수의 권리 즉 무료보편서비스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수용자 주권 보호 정책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 확보 수단을 의무에서 가능성으로 바꾼 것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방송 매체들이 대부분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적 자본의 사영방송에 불과한 이 시점 방송의 공적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전체 이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방송통신융합을 성장동력산업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차기 정부의 시각은 매우 우려스럽다. 한미FTA로 프로그램 산업 종속의 가속화가 예상되는 속에서 과연 새로운 매체들이 성장동력산업일지, 시장 종속의 유도관일지 모르는 그 상황도 우려스럽지만 이 과정에서 배제될 수용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더 염려스럽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원래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다. 그런데 방송의 독립성이나, 무료보편의 공적서비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차기 정부의 일원이 될 위원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외려 앞으로 논의될 신문방송겸영 논쟁, 공영방송 민영화 논쟁에서 시장론자의 선봉에 서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기구 논의 물꼬를 튼 원죄로 이번 법안 협상에서 제대로 항변도 못한 민주당이 이제는 처절한 반성 속에 방송공공성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파 이익 추구에 눈이 멀어 스스로에게 다가 올 시장만능주의의 재앙을 못 보고 있는 일부 현업 조직들도 미몽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