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수계주민 '초비상'

‘예고된 사고’.....지자체. 방재당국 늑장 대처
낙동강 수계에 대한 통합관리책 마련 절실

【구미】낙동강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구미, 칠곡, 김천 등 낙동강 수계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구미시 해평면 문량리 소재 낙동강 구미 광역취수장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페놀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낙동강 수계 상수도 취수원에서 기준치 이상의 페놀 검출이 확인되고, 인근 지자체에 상수도 공급이 전면 중단되자 이 지역주민들은 “17년전 페놀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일 오전 10시 40분경, 페놀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되자 한국수자원공사는 구미시와 칠곡군 일대에 공급하던 상수도 공급을 중단하고 긴급 식수 공급에 나서는 한편 구미 광역취수장 일원에 대한 페놀 유입 원인 조사에 나서는 등 긴급 방재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은 “이날 오전 5시50분경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낙동강 숭선대교 상류 4㎞ 지점에서 페놀 0.001ppm이 최초 검출된 후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경, 구미광역취수장 취수구에서 기준치인 0.005ppm을 초과한 페놀이 검출됐다”고 밝히고 “오전10시45분경, 구미시와 칠곡군 일대에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생활용수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경북도와 구미시, 수자원공사측은 다른 지역에서 수돗물 3만병(350㎖ 기준)을 긴급, 공급받아 각 가정에 우선 보급하는 등 비상급수에 들어갔다.

상수도는 공급중단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45분부터 재공급됐다. 그러나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소재 정수장의 상수도를 이용하는 지역에는 식수 공급이 늦어지고 있어 오후 6시 현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와함께 낙동강 수계 인근 지역 주민들은 17년 전인 지난 1991년, 두산전자 구미공장측이 30톤의 페놀을 낙동강으로 무단방류해 상수도 공급이 전면 중단되는 등 ‘페놀사태’를 겪은데 이어 지난 2004년과 2006년에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과 퍼클로레이트도 검출된 적이 있어, 이번 사건의 원인과 향후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오롱 김천공장 화재 진압과정서 유입 추정

▲페놀유입 왜 일어났나?= 대구지방환경청을 비롯 경북도, 구미시 등은 이번 낙동강 수계 페놀유입이 전날 발생한 ‘코오롱 유화 김천공장’의 페놀수지 제조시설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환경당국과 수자원공사측은 이번 페놀유입이 지난 1일 오전 3시경 김천시 대광동 코오롱유화김천공장 화재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방수와 함께 인근 하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유입경로 조사와 함께 낙동강 수계 페놀류의 검출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도 2일 발생한 낙동강 '페놀' 검출 사건과 관련, 관련 기관들을 상대로 페놀이 낙동강에 유입된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경찰은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방화수에 공장안에 있던 페놀이 섞여 낙동강 지류를 타고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과 함께 화재 진화 과정에서 수질오염 방지책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됐는지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이같은 추정과 달리 페놀이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공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질오염 방지책 매뉴얼 적용 등 방지책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던 만큼 과실이 드러나는 기관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김천시 대광동 소재 김천산업단지 내의 코오롱유화공장은 페놀수지와 포르말린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과 페놀이 검출된 낙동강 구미취수장은 낙동강 지류로 연결되며 거리는 수십㎞에 불과하다.

▲원인과 향후 대책은?=이번 낙동강 페놀 유입사고는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먼저 김천시 산업단지 소재 코오롱 유화공장에서 나오는 물이 낙동강 지류인 대광천을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됨에도 불구, 추정대로 코오롱 유화공장에서 방화수에 섞인 페놀이 낙동강 취수장까지 유입될 동안 수자원공사를 제외한 다른 행정당국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곧 화재 발생 후, 수자원공사 측이 화재에 따른 유해물질의 낙동강 유입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실시, 페놀유입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한 것이 대형 사고를 억제한 것.

페놀유입 사실이 확인되자 대구지방환경청과 대구시. 경북도는 뒤늦게 낙동강 하류지역에 대한 합동 모니터링에 나섰다. 페놀유입에 따른 피해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위해서이다. 특히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대구시의 생활용수 공급원인 매곡취수장 오염을 막기 위해서이다.

매곡취수장으로 페놀이 흘러들 경우, 이는 지난 91년 페놀사태에 버금가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91년 페놀사태 이후 900여억원을 들여 페놀을 완전 제거할 수 있는 오존처리 및활성탄흡착시설을 갖춘 고도정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페놀이 검출되면 취수는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또 장기간의 급수 중단 등 급수체계에는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비상급수체계를 갖추기로 하는 한편 낙동강에 유입된 페놀의 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상류지역인 임하.안동댐 등의 방류량을 크게 늘이기로 하는 등 방재대책을 수립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이와관련 “구미 및 칠곡 지역의 상수도 공급이 한때 전면중단되기는 했으나 농도가 크게 높지 않아 대구 등 중하류 지역의 식수공급에는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수계 산재한 유해물질 생산업체 관리체계 강화 시급

한편 이번 페놀 사건이 터지자 주민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91년 낙동강 페놀사태에 대한 '악몽'을 되살리며 이번 사고가 91년 사고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대구.경북지역과 부산.경남 지역 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낙동강 수계 중류지역인 구미. 김천 일원에 페놀 등 유해물질을 생산하거나 다루는 산업시설이 산재해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강화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 2004년 대구 매곡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인 1.4-다이옥산이 검출되고 2006년에는 낙동강 주요정수장에서 유해물질인 '퍼클로레이트'가 나오는 등 여전히 낙동강 수계에서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질오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낙동강 수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