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관계자 고발

추부길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 장석효 전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팀장

경제적 비효율성과 환경파괴에 초점이 맞춰졌던 한반도대운하 반대운동이 졸속추진에 대한 법적대응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실련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운하추진 관련 정보를 재벌 건설사 사장단에게 설명한 관련자들은 검찰에 고발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과정상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관계자를 형사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실련은18일 ‘전국 경실련, 대운하개발 입장 발표 및 불법적 대운하 추진 관련자 고발 기자회견’을 서울 경실련 회관에서 열었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추부길 청와대 정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장석효 전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팀장이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5개 재벌 건설사들에게 이 대운하 개발 정보를 넘기는 등 공무상비밀누설, 배임의 불법행위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정미화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변호사)는 “경실련은 한반도대운하 관련해 여러 차례 내부 논의를 거쳤다. 결론은 한반도대운하는 물류를 위한 운송로 확보 사업이라기보다는 토지개발을 주목적으로 한 사업이라는 것”이라며 “한반도대운하가 민자 방식 사업으로 건설비의 몇 배를 초과하는 토지조성이익을 건설사들에게 넘길 가능성이 높은 토지개발 사업이기 때문에 추진과정에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업자들에게 유출시키면 안 된다”며 인수위 시절 개발계획을 재벌건설사 사장단에게 제공한 사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정 위원장은 “인수위의 활동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할 뿐 아니라 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고발장에서 추부길 비선관과 장석효 전 팀장이 공무원 신분인 인수위원 활동 당시인 지난 12월 말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5개 재벌건설사 사장단을 만나 건설계획 등 운하관련 주요 정보를 설명하고 사업제안서 제출을 독려한 것은 형법 127조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경실련은 “건설사 사장단에게 제공된 한반도대운하 계획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정책결정이나 사업집행이 왜곡될 수 있고, 특정 건설 대기업에게 부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고발장에서 공무상비밀누설 외에도 배임행위를 혐의내용으로 추가했다. 국가가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해 시행하는 민간투자사업에서 협상대상자인 건설사에게 개발계획 등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협상력을 떨어뜨린 것이 배임해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출범하여 사회기반시설에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우선 선순위를 정하기도 전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인 피고발인이 사업추진계획을 건설사 사장들에게 밝히고, 사업계획서 제출을 독려한 행위는 민간투자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건설사업자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고소 내용을 밝힌 이후 한반도대운하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향후 대운하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도 밝혔다. 그동안 경실련은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되는 한반도 대운하의 조기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내부 검토를 위해구체적인 대응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추진과정 뿐 아니라 대운하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근식 경실련 공동대표(서울시립대 교수)는 “골제를 채취해 도로를 닦는 식의 개발은 60~70년대 있었던 후진국형 개발”이라며 “대운하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토공업자식 공약을 대선에서 내세운 것은전형적인 ‘끼워 팔기’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낙동강 수계에서는 이미 투기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검증할 필요도 없는 사업이다”며 “국민들이 4월 총선에서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것을 표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졸속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 대운하를 설계, 시공 해본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사업구상부터 4~5가지 단계를 거쳐 사업계획서가 나오기까지 4~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 당장 총건설비의 2~3%에 해당하는 4천~5천억원 용역비가 투입돼야 한다”며 “이렇게 물리적으로 임기 내에 할 수 없는 사업을 임기 내에 하려는 것이 제일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청와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운하가 사업성이 있다면 공모 등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하면 되는데도 대통령 자신이 몸담았던 기업을 중심으로 특정 기업집단에게 사업권을 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특혜를 넘겨주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씨를 청와대로 불러서 사업을 했던 것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본부와 지역 경실련이 연계해 지난달 25일 대운하 검증을 위한 TF팀을 구성한 바 있다.경실련은 이후 부산, 대구, 광주 등 31개 지역 경실련과 본부가 함께 대운하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진행할 예정이다.

경실련은 우선 광역시 중심의 운하 관련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대운하의 진실’(가제)이란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운하건설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활동으로40여개 여객터미널 예정지 주변의 부동산 및 개발현황을 조사해 5월 중에 발표하고, 민간투자사업의 문제 사례도 분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운하 관련 중앙정부, 지자체의 사업계획 및 용역보고서, 사업비 등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운동도 진행한다. 또 4월 총선과 관련31개 지역경실련과 본부가 공동으로각 정당과 후보의 운하관련 공약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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